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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한인 비올라 연주자 리차드 용재 오닐


리차드 용재 오닐

(진행자) 이번에는 미국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리는 '문화의향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을 갖고 나오셨나요?

(기자) 오늘은 음악인에 관한 얘기인데요. 비올라란 악기 아시죠?

(진행자) 알죠. 현악기의 일종이잖아요. 줄은 모릅니다만 바이올린과 첼로의 중간 크기이고, 중간음을 낸다는 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기자) 네, 잘 알고 계시네요. 사실 비올라는 중간 악기라고 해서 그다지 두드러지는 악기가 아니죠. 바이올린처럼 화려한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고, 첼로처럼 웅장한 소리를 내는 것도 아니라고 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진행자) 현악 합주에서 빠지지않는 악기지만 비올라를 위한 독주곡은 그리 많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비올라의 진가를 모르는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대 들어 비올라 독주곡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도 바이올린이나 첼로에 비해서 독주곡 수가 크게 부족한 현실이죠. 하지만 최근 들어 비올라의 매력에 눈을 뜨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요. 여기에 큰 공을 세우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인 비올라 연주자 리차드 용재 오닐 씨인데요. 얼마 전 바로 이 곳 워싱턴에서 독주회를 가졌습니다. 고전음악계의 떠오르는 별, 리차드 용재 오닐, 함께 만나보시죠.

워싱턴 케네디 센터 내 테라스 극장 4백50석이 넘는 객석이 꽉 찼습니다. 때로는 흐느끼듯, 때로는 질주하듯, 연주자가 온 마음을 다해 전하는 감정이 비올라의 현을 통해 울려 퍼지고, 관객들은 그 선율에 몸을 맡깁니다.

방황하듯 극장 안을 맴돌던 음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이 날 공연의 막이 내렸는데요. 연주자의 섬세한 감정표현과 뛰어난 기교에 반한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사인을 받기 위해 씨디와 안내 책자를 들고 길게 줄을 서 있는 관객들 조금 전 연주의 감동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듯, 다들 흥분에 들떠 있는 모습입니다.

"너무 멋졌어요. 여태까지 본 비올라 연주자 가운데 최고에요."

"연주 기술과 양식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특히 활 쓰는 방법이 유려하고 멋졌어요. 저도 비올라를 하는데요. 언젠가 용재 오닐 같이 훌륭한 비올라 연주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

"전 한인들한테 참 좋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잖아요."

리차드 용재 오닐. 비올라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음악 명문 줄리아드 대학원에 진학했고, 지난 2006년에는 미국 고전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알려진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수상한 인물입니다. 링컨 센터 실내악단의 비올라 연주자, 캘리포니아 실내악단 카메라타 파시피카의 수석 비올라 연주자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고 있는데요. 음악 실력도 뛰어나지만 특이한 성장 배경으로 먼저 주목을 받았습니다.

"조부모님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어머니가 그냥 집에 있었어요.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어머니를 보호하고 싶어 하셨거든요. 조부모님께서 돌아가신 뒤에는 어머니가 남자 친구 빌과 함께 오레곤 주 아스토리아로 이사하셨죠. 오레곤 주는 정신지체자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잘 돼있거든요."

용재 오닐 씨의 어머니는 한국 전쟁 당시 미국 가정에 입양된 전쟁 고아. 미혼모로 용재 오닐 씨를 낳았습니다. 아일랜드 계인 용재 오닐 씨의 조부모는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딸을 대신해 손자를 길렀는데요. 미국 서부 워싱턴 주의 시골 마을에서 조부모의 보호 아래 성장한 용재 오닐 씨, 가난했지만 행복한 어린 시절이었다고 회고합니다. 늘 웃음과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이 흘러 넘치는 가정이었다는 겁니다.

"조부모님 집에 고전음악 음반이 수백 장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고전음악 듣는 걸 좋아했죠. 그리고 조부모님은 제가 악기를 하면 장학금을 받아서 대학에 진학하기가 쉬울 거라고 생각하셨죠. 등록금을 댈 만한 형편이 못 됐거든요."

유명 음악인들의 연주를 들려주며 음악에 눈을 뜨게 해준 할아버지, 여든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손자의 바이올린 교습을 위해 하루 다섯 시간이 넘는 거리를 자동차로 달렸던 할머니, 그리고 늘 명랑한 모습으로 집안 분위기를 밝게 했던 어머니. 가족의 사랑과 응원 속에 용재 오닐 씨는 연주자의 꿈을 키웠는데요. 10년 동안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우연한 기회에 비올라로 바꾸게 됩니다.

"다소 이례적이었죠. 5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했었거든요. 15살 때 여름 음악 캠프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바이올린은 이미 자리가 다 찼다는 거에요. 그러면서 저더러 비올라를 한 번 켜보겠느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해 보겠다고 했죠."

용재 오닐 씨는 어려서부터 특히 실내악 연주가 좋았다고 하는데요. 링컨 센터 실내악단 단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어릴 적 꿈을 이미 이룬 지금, 실내악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요. 꽃미남 음악인들로 구성된 합주단 '디토 (Ditto)'도 그 같은 맥락에서 탄생했습니다.

"디토는 제 생각이었는데요. 꼭 다 젊은 남자 음악인들로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실내악을 널리 알리고 싶었을 뿐이죠. 제가 처음 한국에서 연주를 했을 때 비올라 독주회로는 처음으로 좌석이 매진되는 행운을 누렸는데요. 관객들이 비올라 공연을 보러 온다면, 실내악 공연에도 와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용재 오닐 씨는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음악인 친구들을 모아 합주단 '디토'를 창단했는데요. '공감'이란 뜻의 이름처럼 관객들이 공감하기 쉬운 음악들 위주로 연주해 성공적인 반응을 얻어냈습니다. 올해로 3년째 활동에 들어가는 '디토', 곧 첫 음반이 나올 예정인데요. 용재 오닐 씨는 무엇보다도 고전음악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 합니다.

"고전음악에 대해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돈이 많고 능력이 되는 사람이나 즐기는 음악이란 거죠. 사실 고전음악을 공부하려면 돈이 많이 들긴 하죠. 수 천 시간 강습을 받아야 하고, 또 수십만 달러어치 악기들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 그런 인식이 안타까워요. 저 같은 경우만 해도 돈이 별로 없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사람들이 제 재능을 믿어줬고, 제게 많은 기회를 줬거든요."

가정환경 때문에 먼저 주목을 받긴 했지만 뛰어난 연주 실력이 이를 뒷받침 하면서 국제적인 연주자로 우뚝 선 용재 오닐 씨, 꽉 찬 연주 일정 때문에 1년의 절반 이상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지만 아직 북한은 방문한 적이 없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북한 무대에도 서고 싶다고 합니다.

"북한의 여러분, 조만간 만나 뵙고 연주하고 싶습니다. 건강하세요. Thank you for your support and I will see you at the next concert hopefully."

(진행자) 부지영기자, 들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더욱 흥미로운 소식 부탁드립니다. , 이번에는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미국의 마블사가 발행하는 인기 연작만화죠? 초인부대 '엑스맨'주인공으로 영화가 나왔습니다. 이번 영화는 엑스맨 대원 가운데 명인 울버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영화 '엑스맨탄생: 울버린 (X-Men Origins: Wolverine)', 과연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정주운 기자, 소개 부탁합니다.

주먹을 불끈 쥐면 날카로운 칼날이 솟아나는 울버린, 엑스맨의 대원으로 수많은 적을 무찔러 왔지만 정작 어떻게 해서 초인적인 힘을 갖게 됐는지 아무도 모르는데요. 새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 편'은 평범한 남자 존 로건이 어떻게 해서 울버린으로 변모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파헤칩니다.

아무도 파괴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갖기 위해선 자기 자신을 먼저 파괴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는 존 로건. 새로 태어나기 위해 동물적인 인간이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새 영화 '울버린'은 앞서 나온 '엑스맨'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폭발 장면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 장면이 넘치는 신나는 모험 영화입니다.

'울버린'은 남아공화국 출신인 개빈 후드 감독의 첫 대작 영화인데요. 개빈 감독은 앞서 '초치 (Tsotsi)'와 같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영화를 주로 맡았었습니다.

영화 '울버린'은 관객들에게 충분한 볼거리와 모험, 흥분을 제공하는 동시에 울버린의 성격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다소 복잡한 심리 영화이기도 하다고 후드 감독은 설명했는데요. 관객들이 등장인물의 심정을 이해하고 동화하는 느낌을 받도록 애썼다는 겁니다.

주인공 울버린 역은 호주 배우 휴 잭맨 씨가 맡았는데요. 잭맨 씨는 앞서 나온 '엑스맨' 영화에서 울버린 역을 맡았습니다. 잭맨 씨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하는데요. 울버린 역을 새로 창조하는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겁니다.

이번 영화에는 '세이버투스'란 잔인한 인물이 새로 등장하는데요. 로건의 이복동생 빅터이기도 한 세이버투스 역은 리브 슈라이버 씨가 맡았습니다. 슈라이버 씨는 성경에 나오는 카인과 아벨처럼 고전적인 얘기라고 설명하는데요. 셰익스피어 희곡 '리어 왕'에 나오는 에드가와 에드몬드처럼 형제 간의 질투와 경쟁을 그리고 있다며 연기하기 즐거웠다고 말했습니다.

후드 감독은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만화책을 비교하길 주저했는데요. 그 보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에 가깝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우스나 포세이든, 아폴로 등 이들이야말로 인류 역사에 있어서 처음 등장한 초인적인 영웅들이라고 후드 감독은 설명했는데요. 강력한 힘을 가진 신들이지만 질투와 사랑 등 인간의 감정에 휘둘린다는 겁니다. 새 영화 '울버린'의 등장인물이 이와 비슷하다는 건데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인간의 감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거죠.

새 영화 '엑스맨의 탄생: 울버린 편'에는 알 수 없는 스트라이커 대령 역으로 대니 헛슨 씨가 나오고요. 또 한국에서 인기 높은 한인 배우 대니엘 헤니 씨가 제로 대원 역으로 출연해 한인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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