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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언론, 노 전 대통령 집중 보도


지난 23일 한국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 자살한 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와 관련된 소식을 자세히 전하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신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주적인 외교 노선과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정책으로 전임 조지 부시 미 행정부와의 사이에 껄끄러운 관계를 연출하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전해 드립니다.

뉴욕 타임즈 신문과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요 신문들은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관련 기사를 일제히 실었습니다.

뉴욕 타임즈 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힘쓴 인권 변호사 출신으로, 정치적으로는 독자적인 성향을 띤 인물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국 내 젊은 유권자들의 국수주의와 반미 감정에 편승해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라며, 대통령 선거 기간 중에는 미국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 첫 한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이 미국에 대한 기존의 의존 관계에서 탈피하려는 노 전 대통령의 정책은 많은 한국인들의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리켜 북한과의 대립을 피하기 위해 관대한 정책을 쓴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전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햇볕정책을 이어받아, 지난 2007년에는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외면하고, 지원 식량이 제대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지, 아니면 북한 군부나 특권층에 전용되는지 제대로 확인하려는 작업을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경제 전문 신문인 월스트릿 저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화적인 대북 정책으로 인해 미국, 일본과 불편한 관계를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별다른 조건 없이 북한에 경제원조를 제공하는 정책을 강력히 신봉했으며, 북한이 원조식량을 전용할 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또한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FTA)을 체결하고, 한반도에서 한국 군이 좀 더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하는 등 미국과의 방위관계도 재 정비했다며, 한미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습니다.

워싱턴 타임즈 신문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관대한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그 같은 유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6년 북한이 핵 실험을 실시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 타임즈 신문은 남북 관계에 있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공로는 개성공단 창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개성공단의 장래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로스 앤젤레스 타임즈 신문은 미국과 한국 내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실었습니다. 남가주 대학교 한국학 연구소의 데이비드 강 소장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한국에서 아무런 배경 없이 외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정치적 권한을 거머쥔 인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전략국제연구소의 김승환 선임연구원은 노 전 대통령을 가리켜 두 얼굴을 가진 인물로 묘사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치를 쇄신하겠다는 개혁가로 스스로를 묘사했으나, 주변 인물이나 자신과 관련해 수 많은 부패 의혹을 남겨, 한국민들을 실망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로스 앤젤레스 타임즈 신문은 대외 관계에 있어서도 지지자들은 노 전 대통령이 좀 더 독자적이고 진보적인 나라로 한국을 이끈 사람이라고 칭송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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