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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워싱턴 환경 영화제, 130 여편 상영


(엠씨) 이번에는 미국 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는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또 어떤 소식을 갖고 나오셨나요?

(부) 혹시 ‘불편한 진실 (Inconvenient Truth)’란 영화 보셨습니까?

(엠씨) 지구 온난화와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기록영화잖아요? 저는 보질 못했습니다마는 2006년엔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요. 특별히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출연해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죠.

(부) 그렇습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이 영화로 권위 있는 영화상인 아카데미상 기록영화상을 받기도 했죠. 아마 환경 문제를 다룬 영화 중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최근 워싱턴에서 이 같은 환경영화들만을 상영하는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17 번째를 맞은 DC Environmental Filmfest, 워싱턴 디씨 환경영화제인데요. 올해는 과연 어떤 영화들이 상영됐는지 살펴볼까 합니다.

(엠씨) 네, 그럼 한번 들어볼까요?

34개국 출신 50여명의 영화감독들이 만든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 130여 편이 최근 워싱턴에서 상영됐습니다. 상영된 영화들의 대부분은 기록영화였는데요. 그 가운데는 유명 영화감독이 만든 작품도 있었고요. 그런가 하면 대학생들이 만든 실험영화도 선보였습니다.

바다……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아직도 미지의 세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저 멀리 하늘에 떠있는 달을 더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올해 환경영화제의 주제는 바다였습니다.

17 년 전 디씨 환경영화제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영화를 보러 온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빈 자리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인데요. 플로 스톤 디씨 환경영화제 회장은 모든 것이 기록영화 ‘불편한 진실’ 덕이라고 설명합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출연한 기록영화 ‘불편한 진실’이 인기를 얻자 큰 변화가 일어났어요. ‘불편한 진실’이 일반 극장에서 상영되고, DVD로도 나와 인기를 끌고, 아카데미상까지 받았잖아요. 고어 전 부통령은 이 영화 덕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까지 했고요. ‘불편한 진실’이 성공을 거두면서 환경 영화가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졌습니다.”

올해 디씨 환경영화제에 나온 작품들은 대부분이 기록영화였지만 장편영화나 실험영화도 있었고요.

스페인 작품인 ‘숲의 정령’과 같은 만화영화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환경영화제라고 하면 심각한 영화들만 생각하는데요. 물론 수자원 문제나 바다, 공해, 밀림, 인구 밀집, 도회지 문제 등 귀에 거슬리는 문제들을 다루는 영화도 있죠. 하지만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재미있는 영화도 있고요. 또 관객들을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는 그런 멋진 영화도 있답니다.”

이번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영화 상영뿐만이 아니라 관객들이 영화 제작자들과 만나는 질의 응답 시간도 있었는데요. ‘플라스틱 중독’이란 영화를 만든 이안 코나쳐 감독 역시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코나쳐 감독//
“제 영화 ‘플라스틱 중독’은 해결책에 관한 영화입니다. 합성수지제품인 플라스틱 사용의 문제점과 그 유해성, 쓰레기 처리 문제, 또 먹이사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을 지적했죠.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몇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었는데요. 사실 단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이란 없습니다. 해결책의 하나로 재활용을 들 수가 있는데요. 미국에서 한 해 4천5백만 평방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재활용에 이용되는 것은 채 5 퍼센트도 되지 않습니다.”

코나쳐 감독은 남태평양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떠다니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그 곳 바다에는 플랑크톤 보다 6 배나 많은 양의 쓰레기가 떠다닌다는 겁니다.

또 다른 기록영화 ‘꿀벌의 귀환’은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은 농작물을 기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데요. 메리암 헤닌 감독과 조지 랭워시 감독이 영화 ‘꿀벌의 귀환’을 공동으로 연출했습니다.

//랭워시 감독//
“처음에는 수수께끼 같아서 관심을 갖게 됐죠. 벌통에서 꿀벌들이 사라지고 있으니까요. 인근에서 죽은 벌들이 발견된 것도 아니고, 그냥 벌들이 여왕 벌을 버리고, 새끼 벌들을 버리고 사라진 거에요. 과학자들이 3년 동안이나 연구 중인데 꿀벌이 사라진 이유를 아직 아무도 몰라요.”

//헤닌 감독//
“꿀벌들을 죽이는 건 어떤 한 가지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문제가 합쳐져서 일어나는 현상이죠. 제 생각엔 살충제가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플라스틱과 꿀벌, 오징어 등등 이렇게 환경 영화들이 다루는 소재나 내용은 다 달랐지만요. 영화를 본 관객들이 받는 교훈은 모두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 지구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거죠.

(엠씨) 네, 부지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환경영화라고 하니까 공장에서 뿜어내는 매연 같은 장면이 나오나 보다 생각했는데요. 얘기를 들어보니까 만화영화도 있고, 꿀벌에 관한 기록영화도 있고,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흥미롭네요.

(부) 그렇습니다. 기록영화라고 하지만 웬만한 극영화 못지않게 재미있는 영화들도 많더라고요.

(엠씨) 그렇군요. 아까 34개국에서 출품한 작품들이 상영됐다고 하셨는데, 한인이 만든 영화는 없었는지 궁금하군요.

(부) 네, 중국 감독이 만든 영화는 여럿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한인이 만든 작품은 없었습니다.

(엠씨) 아쉽군요.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훨씬 더 철저하게 재활용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그런가 하면 북한에서도 수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강조한다고 하던데, 지난 번에 소개한 북한 작가 최련 씨가 쓴 소설에서도 환경 문제를 다뤘잖아요? 북한의 환경에 대한 관심도 여느 나라 못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쨌든 오늘 수고 많으셨고요. 다음 시간에 더욱 흥미로운 소식 부탁 드립니다.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남녀 정보요원이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영화가 나왔습니다. 영화 원제목은 ‘듀플리시티 (Duplicity)’인데요.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 속내를 감추고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경우를 의미하는 말이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중간첩을 뜻하는 ‘더블 스파이’란 제목으로 알려져 있더군요? 더불 스파이에는 줄리아 로버츠와 클라이브 오웬이 서로 상대방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연인 사이로 등장하는데 어떤 내용인지, 김현진 기자, 부탁할까요?

영국 정보국 소속인 레이, 미 중앙정보국 요원인 클레어, 두 사람은 각각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능한 정보요원인데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계속 부딪치게 되고요. 서로 상대에게 깊은 매력을 느낍니다.

두 사람은 각각 정보기관을 나온 뒤 산업 스파이, 즉 상대 기업의 기밀을 캐어내는 간첩으로 활동합니다.

남자 주인공 레이 역은 영국 배우 클라이브 오웬 씨가 맡았는데요. 오웬 씨는 정보 입수 능력을 자신하는 두 남녀가 공모해서 사기 사건을 벌이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라고 설명합니다. 함께 일하면서 두 사람은 연인 관계가 되는데요. 서로에게 끌리면서도 서로를 믿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 다 남을 속이는 재주가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결국 영화 ‘더블 스파이’는 신뢰에 관한 영화라고 오웬 씨는 설명했습니다.

영화 ‘더블 스파이’는 지난 2007년 ‘마이클 클레이턴’을 발표했던 토니 길로이 감독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출했습니다.

아무 것도 믿지 않고, 남에게는 전혀 진실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살아온 사람이 이성과 사귄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 영화의 주제라고 길로이 감독은 설명했는데요. 이성을 사귄다면 어떤 사람을 사귀게 될까? 또 이렇게 비슷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매력을 느낀다면 어떻게 될까? 상대방을 절대 믿지 않는다는 철칙을 깰 수 있을까? 바로 이런 문제들에 관한 영화란 것입니다.

오웬 씨는 영화 ‘더블 스파이’의 극본을 보자마자 레이 역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합니다.

오웬 씨는 마음에 드는 극본이 없어 대부분의 역할을 거절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는데요. ‘더블 스파이’ 는 극본을 다 읽자마자 꼭 이 역을 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기발한 대사가 많아서 마음에 들었다는 거죠.

길로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정치적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하는데요. 대기업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란 겁니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고 있는 기업인들의 부정 사건과 관련해 현실을 반영하는 영화가 됐다고 클레어 역의 줄리아 로버츠 씨는 말합니다.

로버츠 씨는 기업 부정과 탐욕이 영화에서 묘사돼 나온다며, 오늘날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에도 들어맞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버츠 씨는 간첩 연기가 즐거웠지만 실제로 간첩 일은 잘 못할 것 같다고 하는군요.

덤벙거리고 실수가 잦은 성격이라서, 간첩 일을 제대로 해낼 리가 없다는 겁니다.

영화 ‘더블 스파이’에는 두 주인공 클라이브 오웬과 줄리아 로버츠 씨 외에도 톰 윌킨슨 씨와 폴 죠마티 씨가 경쟁심에 불타는 두 비누 회사 회장으로 나오고요. 영화 촬영은 대부분 뉴욕 맨하탄과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영화 음악은 올해 아카데미 영화음악 앨범상을 수상한 제임스 뉴튼 하워드 씨가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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