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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 가자지구 만행 파문


올해 초 요르단강 서안의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벌인 이스라엘 군이 당시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했던 만행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고 이들의 사유재산을 훼손했다는 주장인데요. 이 같은 증언과 비난은 뜻밖에도 이스라엘 내부로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군이 지난 해 12월 27일부터 정확히 22일 간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벌였는데요. 우려했던 대로 여러 가지 무리수를 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마구잡이로 사살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구요. 또 가정집 가재도구를 훼손하는 등 사유재산을 함부로 다뤘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이 한창 벌어지는 중에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없다고 단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이런 증언들이 나오게 된 겁니까?

기자: 바로 참전 군인들이 가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직접 진술하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일부 전투기 조종사와 보병 부대원들이 북부 티본의 오라님대학 예비군사학교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여러 가지 증언을 했는데요. 그 생생한 진술이 이 학교의 졸업생 회보에 게재됐구요. 이어서 하레츠, 마리브와 같은 이스라엘 일간지에 실리면서 파장이 더 커졌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 당사자로부터 나온 내용이라 더 신빙성 있는 진술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진행자: 참전 군인들의 일종의 양심선언으로 봐도 되겠군요. 그 용기만은 높이 사야 될 것 같네요. 자, 그러면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만행,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19일 이스라엘 군 당국이 가자 전쟁 당시 발생했던 두 가지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는데요. 우선 이스라엘 군이 제한 지역에 실수로 너무 가까이 다가간 한 여성과 어린이 2 명을 조준 사살한 사건이구요. 그리고 이스라엘 군이 군사지역 내 주택에 다가간 한 팔레스타인 노인 여성을 역시 사살한 사건입니다.

진행자: 이스라엘 군이 왜 이런 민간인들까지 희생시켰을까요?

기자: 한 이스라엘 군 지휘관의 증언이 이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자에서는 상대가 무장을 했건 안 했건 구애 받지 않고 사살하는 것이 허용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살폭탄 공격 가능성 때문에 여성이나 어린이라 할지라도 경계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긴 하지만, 그 보다는 피에 목말라 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증언을 했습니다.

진행자: 상당히 솔직한, 그러면서도 충격적인 증언이군요.

기자: 그렇죠? 그 외에도 참전 군인들의 폭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 가족을 학살한 사건도 알려졌는데요. 이스라엘 군이 민가를 점거하면서 원래 살고 있던 가족들 - 여성 한 명과 두 명의 어린 자녀였는데요 - 을 내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가족에게 오른쪽으로 향하라는 지시를 내렸구요. 그런데 이들이 잘못 알아 듣고 왼쪽으로 갔다는 겁니다. 그 즉시 이들에게 총격이 가해졌구요.

진행자: 그야말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들이 아무 이유 없이 희생된 경우군요. 이런 식의 민간인 학살을 용인하는 명령 체계가 만연했던 것 아닐까요?

기자: 그 점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지난 20일자 뉴욕타임스 신문은 예비군으로 참전했던 대학원생 '아미르 마르모르'라는 사람과의 인터뷰를 싣고 있는데요. 이 사람은 예비군 생활 12년 동안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교육을 받았었는데 이번 가자 침공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달랐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사령관이 공공연히 "도덕 보다 의무를 다해야 한다, 눈물은 나중에 흘려라', 그런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진행자: 역시 그런 무리한 명령이 이스라엘 군인 개개인의 전쟁 수행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가자 전쟁 중 희생된 팔레스타인 민간인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됩니까?

기자: 그 점은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 수가 1천3백 명 선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누가 군인이고 누가 민간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인권센터는 1천3백 명 중에서 3분의 2가 민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1백21명이 여성이고, 18살 이하가 2백88명이라고 밝히고 있구요.

진행자: 이스라엘 측은 물론 민간인이 그 정도 규모라고 인정하지 않겠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당국은 팔레스타인 인권센터가 민간인으로 포함시킨 사망자들이 테러단체 하마스의 웹사이트에 버젓이 전투요원으로 등재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팔레스타인 측이 민간인이라고 주장한 사망자 중 5백 명 이상이 실제로 민간인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스라엘이 그런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스라엘을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민간인 살상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스라엘은 국제적인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인데요. 리처드 포크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조사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은 국제법상 가장 심각한 수준의 전쟁범죄에 해당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학교, 사원, 구급차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봉쇄 조처는 제네바 협약 위반이다,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별도의 가자지구 전범재판소를 설립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구요.

진행자: 지금까지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만행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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