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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국들 경제위기, 북한 등 지원 타격


세계 경제 위기가 확산되면서 유엔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관장하는 유엔 인도주의지원조정국, OCHA는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도움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는 데 비해 각국 정부의 지원액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지현 기자가 유엔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진행자: 지난 해 하반기부터 전세계 금융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각국 정부의 대외 원조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현재 유엔 인도주의지원조정국의 재정 사정은 어떻습니까.

답: 네, 여러 유엔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올해는 겨우 버틸 수 있겠지만, 내년부터는 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유엔 인도주의지원조정국, OCHA의 로버트 스미스 통합재정 담당 소장(Head of Consolidated Appeals Process)의 말, 들어보시죠.

스미스 소장은 각국 정부가 올해 약속한 기부액은 지난 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실질적으로 경제 위기가 강타하기 전에 예산안을 편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소장은 그러나 내년 상황은 알 수 없다며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나라 살림이 어려워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각국 입장에서는 유엔에 대한 기부액 삭감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유엔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진행자: 기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경제 사정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거꾸로 기부를 받는 입장에서는 최근의 경제 위기의 여파를 더욱 크게 받을 텐데요. 둘 사이를 절충해야 할 유엔의 입장이 난감하겠군요.

답: 맞습니다. 존 홈즈 유엔 긴급구호 조정 사무차장 역시 최근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제와 금융 위기가 기부국들의 관대함에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며, 동시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소장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엔은 올해 각국 정부와 기부자들에게 기부액을 줄일 것을 고려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늘려야 할 때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인 세계경제 침체는 가난한 나라의 취약계층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더 많은 액수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진행자: `가난한 나라의 취약계층'이라고 했는데, 유엔의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 북한 역시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최근 유엔의 대북 지원은 어느 정도 줄었습니까?

답: OCHA는 이달 초 북한에 1천만 달러의 중앙긴급 구호기금 (Central Emergency Fund)을 추가 지원했었는데요. 긴급 기금을 추가 지원한 것은 여러 일반 기금 지원 사업들에 대한 모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각 사업이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엔은 북한 주민들의 식량 사정 등을 감안할 때 인도주의적 지원의 필요성은 절실한데 모금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해 긴급 자금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일례로 지난 해 9월1일부터 올해 11월30일까지를 기한으로 진행되는 세계식량계획, WFP의 대북 긴급지원 사업은 총 5억3백64만여 달러를 목표로 진행되는데요, 현재까지 모금액은 목표 대비 4.5%에 불과합니다.

진행자: 유엔 인도주의지원조정국의 올해 전체 기부액은 유지가 되었다는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부액이 줄어든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군요.

답: 물론입니다. 북한에 매년 기부를 해왔던 나라들이 최근에는 기부 액수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했기 때문인데요. 현재까지 대북 지원금을 기부한 나라는 호주와 캐나다, 덴마크 등 10개국으로, 지난 2007년 긴급모금 사업 때 러시아와 독일 등 14개국과 개인 기부자들이 대북 지원을 했던 데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지원이 쉽게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경제 위기의 여파 외에 또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의 말, 들어보시죠.

리즐리 대변인은 여러 나라들이 정치적 견해차와 북한 당국에 대한 우려, 특히 북한 당국의 주민들에 대한 처우 등을 언급하며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꺼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이 최근 크게 줄어든 것이 각국의 경제위기 탓만은 아니라는 얘기군요.

답: 그렇죠. 특히 이에 대한 유엔 측의 입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요. 로버트 스미스 OCHA통합재정 담당 소장의 말, 들어보시죠.

스미스 소장은 북한은 유엔의 기부 대상 중 예외적인 경우라며 북한의 경우 얼마만큼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는가도 문제지만 그보다 지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모니터가 이뤄지는지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정보통제 등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여부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유엔의 지원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입니다.

Outro: 지금까지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유엔 재정 확보의 어려움과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축소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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