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문화계 소식을 전해 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 입니다. 오늘은 링컨 탄생 2백 주년을 기념하는 새 연극 '검은천이 드리워진 천국(The Heavens Are Hung in Black)'에 관해 전해드리고요. 대도시 출신의 직장 여성이 시골에 발령받아 좌충우돌하는 얘기를 담은 영화 '뉴 인 타운 (New in Town)', '새로 마을에 이사온 사람'이란 제목의 영화도 소개해 드립니다.
지난 12일은 미국의 에이브러함 링컨 제16대 대통령의 2백번 째 탄신일 이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링컨 탄생 2백 주년을 맞아, 미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링컨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장소인 워싱턴의 포드 극장역시,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끝내고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문화의 향기, 먼저 포드 극장이 재개관 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 연극, 소개해 드릴텐데요? 부지영 기자, 포드 극장엘 직접 다녀왔는데 우선 새로 단장한 포드 극장이 어떤 모습인 지 참 궁금하거든요. 연극 소개하기 전에 수 천 만 달러의 공사비를 들여 보수공사를 끝낸 포드 극장 가보니 어떻든가요?
네, 포드 극장은 이곳 '미국의 소리' 건물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 1년 6개월 동안 대대적인 보수 공사를 마치고 새 단장을 해서 그런지 아주 좋더라고요. 지난 11일에 정식으로 다시 문을 열어서 가보았는데 입구도 널찍하고, 좌석도 아주 편안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원통형 유리 안에 검정색 외투가 전시된 걸 볼 수 있는데요. 바로 링컨 전 대통령이 저격 당한 날 밤에 입었던 외투입니다. 이 외투는 링컨 전 대통령이 사망한 날인 4월 15일까지 한시적으로 전시되고요. 그 이후에는 모조품이 전시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극장 안에 들어서면 무대 위 오른 쪽 2층에 미국 국기로 장식된 귀빈석이 보이는데요. 링컨 전 대통령은 1백34년 전 바로 그 자리에서 연극을 관람하던 중에 저격 당했습니다.
포드 극장 재개관은 올해 링컨 탄생 2백 주년 기념행사의 중심으로도 볼 수 있는데 특별히 링컨에 관한 새 연극도 상연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검은 천이 드리워진 천국'이란 제목의 연극인데요. 포드 극장 측은 링컨 탄생 2백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극작가 제임스 스틸 씨에게 링컨에 관한 새 연극을 써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지난 3일부터 공연되고 있는데요. 세계 초연입니다. 자세히 전해드리죠.
무대의 막이 오르면 링컨 대통령의 집무실, 어둠 속에서 링컨 대통령이 숨죽여 흐느끼고 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막내 아들 태드가 집무실로 뛰어 들어옵니다. 태드는 군인 인형 잭이 보초서던 중에 졸았다며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말하는데요. 링컨 대통령은 너무 가혹한 처사라며 인형에게 특별 사면을 내린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새 연극은 링컨 대통령이 아들을 목마 태우며 놀아주는 모습, 부인 메리와 함께 서로 위로하며 자식을 잃은 슬픔을 달래는 모습, 또 남편이나 자식을 사면해 달라고 찾아온 여인들의 호소를 들으며, 함께 마음 아파하는 모습 등 링컨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극작가 제임스 스틸 씨는 원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링컨 대통령의 모습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상상력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링컨 대통령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스틸 씨//
"우리가 이미 링컨에 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을 넘어서서, 한 인간으로서 링컨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생각했습니다. 과연 어떤 꿈을 꿨고, 어떤 일로 괴로워했으며, 왜 그토록 밤에 잠을 못 자고 불면에 시달렸던 것일까 하는 것들이요. 또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링컨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가까운 친구들에겐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주인공 링컨 대통령 역은 1980년대 텔레비전 연속극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데이비드 셀비 씨가 맡았는데요. 분장한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링컨 대통령과 흡사했고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혜롭고 익살스런 태도를 잃지 않았던 링컨 대통령의 모습을 훌륭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셀비 씨//
"일종의 신화적인 존재를 연기하는 건데요. 연습이 가까워 오면서 깨닫게 됐죠. 어차피 관객들이 링컨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올 테니, 그냥 제가 생각한 대로 연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이죠. 링컨 대통령 역할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새 연극 '검은 천이 드리워진 천국'은 1862년 아들 윌리를 잃은 뒤부터 노예해방 선언문을 쓰기까지 5개월 동안 링컨 대통령이 고민하고 결단을 내리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당시 링컨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었고, 정치적으로는 남북전쟁과 흑인 노예 해방 등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연출자 스티븐 레인 감독에게 링컨 대통령이 이처럼 힘든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레인 감독//
"링컨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관객들이 너무나 잘 아니까요. 그리고 이 연극의 배경은 1862년인데, 당시 링컨은 굉장히 힘든 상황에 있었습니다. 남북전쟁이 2년째 계속되는 가운데 거의 모든 전투에서 북군이 패하고 있었죠. 개인적으로도 사랑하는 아들 윌리를 잃고 깊은 슬픔에 잠겨 있었는데요. 링컨이 이렇게 개인적인 비극과 공적인 위기 상황에 어떻게 맞서 나갔는지 보여줘야 했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당시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연극에서 링컨 대통령은 꿈인지, 생시인지, 비몽사몽 간에 노예제도 폐지주의자였던 존 브라운의 유령,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들의 유령, 남부 동맹 대통령인 제퍼슨 데이비스, 또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주인공 톰 등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침내 결단을 내린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 선언문 초안에 서명하면서 연극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런데 연극 제목 '더헤븐스아헝인블랙 (The Heavens Are Hung in Black)'이 도대체 무슨 뜻이죠? '검은 천이 드리워진 천국'이라고 해석을 했습니다만 의미가 뭔지 금방 다가오지 않는데요.
링컨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당시 북군이 남군에게 계속 패배하면서 수많은 전사자가 발생하자, "The heavens are hung in black."이란 말을 했습니다. 아주 슬픈 순간이라며 개탄하면서 하는 말인데요. 천국이 마치 초상집 같을 거란 얘기입니다. 링컨 대통령은 연극, 특히 셰익스피어 연극을 좋아한 걸로 알려져 있잖아요?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연극 '헨리 6세' 대사 중에 "Hung be the heavens with black."이란 말이 나오는데요. 선왕의 장례식 장면에 나오는 말로 "천국에 검은 천을 드리워라."란 뜻입니다. 링컨 대통령은 이 대사를 인용해서 "The heavens are hung in black."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새 영화 소개 순서입니다.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주 하면 날씨가 춥기로 유명한 곳인데요.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미네소타주를 배경으로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잘 나가는 대도시의 직장 여성이 미네소타주의 한 시골 마을에 발령받아 오면서 일어나는 소동에 관한 영화 인데요. 김현진 기자, 영화 소개 부탁합니다.
잘 나가는 직장 여성 루시 힐, 미국 남부 플로리다 주의 따뜻한 태양을 즐기며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미네소타 주의 작은 마을로 발령 받습니다.
가벼운 외투와 뾰족 구두 차림으로 공항에 내린 루시, 미네소타 주의 엄청난 추위에 얼어붙고 마는데요. 날씨가 한참 더 추워질 거란 얘기에 할 말을 잃습니다.
루시가 맡은 임무는 현지 공장의 재개발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었는데요. 공장 직원들은 본사에서 날아온 루시에게 미네소타의 추운 날씨 보다도 더 차가운 반응을 보입니다. 루시가 결국 공장 문을 닫으러 왔다는 사실을 다들 잘 알기 때문인데요. 공장이 문을 닫으면, 마을 주민 대부분이 실업자가 될 형편입니다. 루시 역시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하며 마을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데요. 매력적인 마을 청년 테드를 만나면서 서서히 변해 갑니다.
지난 2004년 콜드 마운틴 (Cold Mountain)', 즉 '냉정한 산'이란 제목의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르네 젤웨거 (Renee Zellweger) 씨가 루시 역을 맡았는데요. 텍사스 주 시골 출신인 젤웨거 씨는 루시 역이 어렵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젤웨거 씨는 루시 힐이 어떤 여자인지 잘 알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이익과 손실을 숫자로만 따지는 사무적인 사람이라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여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젤웨거 씨는 또 텍사스 주 작은 마을에서 자랐기 때문에 시골 마을 주민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잘 안다고 했는데요. 완고하고 고집 센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새로 마을에 이사 온 사람이란 뜻의 영화 '뉴 인 타운 (New In Town)'은 미국 미네소타 주가 배경이지만, 실제 촬영은 캐나다 위니펙에서 이뤄졌습니다. 젤웨거 씨는 그렇게 추운 곳이 있을 줄 몰랐다고 하는데요.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다는 겁니다.
주인공 루시와 사랑에 빠지는 테드 역은 배우이자 재즈 음악인인 해리 코닉 주니어 (Harry Connick Jr.)씨가 맡았는데요. 해리 코닉 주니어 씨 역시 촬영지 위니펙의 매서운 바람에 놀랐다고 합니다.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 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해리 코닉 주니어 씨는 위니펙의 날씨는 정상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추위 때문에 연기하기가 힘들 정도였다며, 위니펙에 사는 주민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루시가 처한 상황이 어떤 건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해리 코닉 주니어 씨는 말했는데요. 자신도 18살 때 뉴욕으로 이사 가서 아주 낯선 사람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잘 안다는 겁니다. 영화 주인공 루시는 마치 물 밖으로 나온 생선 마냥 모든 것이 무척 낯설고 어쩔 줄 몰랐을 것이라고 해리 코닉 주니어 씨는 설명했습니다.
루시의 부하 직원으로 친구 사이가 되는 마기 건더슨 역은 시반 펄론 호간 씨가 맡았는데요. 호간 씨는 영화가 전형적인 미국 중서부 주민들의 모습을 희극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비웃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영화 '뉴 인 타운', '새로 마을에 이사온 사람'은 네델란드 출신인 요나스 엘메르 감독이 연출했는데요. 이 영화는 엘메르 감독의 첫 영어 작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