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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창업 지원 대책 마련돼야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가운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능력과 소질을 살려 창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면서 취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행 지원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창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관련 소식을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해 한국에 온 탈북자 안송미 씨는 지난 달 4일 인터넷에서 온라인 상점을 열었습니다.

안 씨는 한국청년정책연구원에서 온라인 창업반 과정을 이수한 뒤 함께 교육받은 탈북 대학생 4 명과 함께 인터넷에서 `반달이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달이샵은 반달 곰을 그린 티셔츠를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판매하는 가게입니다.

안 씨는 "평양에서 한국 지리산으로 보내진 뒤 적응하지 못해 지금은 멸종 위기에 놓인 반달곰의 모습이 낯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 청소년들과 닮은 데서 착안했다"며 "1차로 준비한 티셔츠들이 다 팔려 현재 두 번째 물량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안 씨는 "주위에서 탈북자라는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그러나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도전한다면 탈북자라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탈북자를 적응 못한다고 비난하고 탈북자들에게 일자리도 잘 주어지지도 않아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다 보니 적응을 잘 못하는 건데, 탈북자들도 이런 온라인 창업을 통해 우리도 이런 것쯤은 해낼 수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남한사회에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005년 한국에 입국한 최지애 씨는 지난 6월 서울 목동에 피부미용실을 차렸습니다. 북한 경공업단과대학에서 옷 디자인을 전공한 최 씨는 적성을 살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피부 미용기술을 배웠습니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에서 받은 취업지원금 등을 저축해 모은 돈으로 최 씨는 한국에 온 지 3년 만에 어엿한 점주가 됐습니다.

최 씨는 "대부분의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북한에서의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몇 년 간 준비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으로 입국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면서 취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행 지원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창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탈북자 정착을 지원하는 자유시민대학의 양영창 처장은 "해마다 자영업을 하려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창업 장려금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창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정부의 탈북자 지원 정책은 현재 취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탈북자 전체를 취업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취업을 해야 하는 탈북자들이 있는가 하면 창업이 더 적성에 맞는 탈북자들이 있습니다. 현재 취업교육을 받은 탈북자들만 장려금을 주지 말고 창업 교육을 받은 이들에게도 지원해준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봅니다."

한국청년정책연구원과 함께 탈북 청소년 창업 교육을 지원해 온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탈북자들이 창업에 나서는 것은 시장경제를 직접 체험할 수 있고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는 점에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직업 훈련 이외에 창업을 원하는 탈북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것"을 주문했습니다.

"창업을 통해 탈북자들이 스스로 자활할 수 있도록 실물경제나 경영을 가르칠 수 있고 자신들이 직접 소규모의 점포를 열어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활태도 등을 함께 배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탈북자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고려북방경제연합회에 따르면 탈북자들이 설립해 운영하는 업체는 40여 개로 외식업이나 세탁소 등 서비스 업종이 19개로 가장 많습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려북방경제연합회 김대성 회장은 "이들 중 대부분이 시장조사를 비롯해 창업에 필요한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장조사나 창업 상담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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