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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10개월도 안돼 연정 붕괴


옛 소련 국가죠, 우크라이나의 연립정부가 구성된 지 열 달도 안돼 붕괴됐습니다. `오렌지 혁명'으로 불린 우크라이나 민주 시민혁명 당시 주역이었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과 율리야 티모셴코 총리가 정치적인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갈라서기로 했습니다. 김연호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MC: 우크라이나 하면 '오렌지 혁명'으로 유명한데, 우선 이 얘기부터 해볼까요?

기자: 네, '오렌지 혁명'은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있었던 민주 시민혁명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당시 시민들이 야당을 상징하는 오렌지 색, 감귤색이라고도 하죠, 이 색깔의 옷을 입거나 목도리를 걸치고 또 깃발을 휘두르면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기 때문에 '오렌지 혁명'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시위대가 모이는 곳마다 그야말로 오렌지 색깔의 물결이었는데요, 시민들은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게 치른 집권여당에 강력하게 항의해서 결국 우크라이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재선거를 치르도록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냈었습니다.

MC: 그 당시에 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빅토르 유셴코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셴코 후보는 국제감시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 재선거에서 승리해 민주세력이 집권하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유셴코는 독극물 사건으로도 유명한데요, 선거 유세를 하다가 갑자기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흉터가 생기는 증세를 보였는데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에 중독됐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집권 여당이 유센코를 독살하려 한다는 음모설이 끊이지 않던 터라 이 독극물 사건으로 유셴코에 대한 지지는 더 탄력을 받았습니다. 유셴코 대통령은 혁명 이듬해인 2005년 새 정부를 세우면서 혁명 동지였던 율리야 티모셴코를 총리로 임명해서 화제를 낳았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가 탄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MC: 그런데 이렇게 대통령과 총리 자리를 사이좋게 나눠 갖고 있었던 오렌지 혁명의 주역들이 결국 정치적으로 갈라서게 된 거군요.

기자: 두 사람은 집권 초기에도 갈라섰다가 다시 연립정부를 구성한 전력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오렌지 혁명이 있기 전까지 옛 소련 국가들 중에서 경제발전 속도가 가장 빨랐지만, 유셴코 정권이 들어선 뒤로는 경제성장이 거북이 걸음을 했는데요, 유셴코 대통령은 그 책임을 물어서 모셴코 총리를 해임했습니다. 그 뒤 지난 해에 치러진 총선거에서 유셴코 대통령이 이끄는 '우리 우크라이나' 당과 티모셴코 전 총리의 '티모셴코 블록'이 연대를 맺어서 의회 과반의석을 차지했습니다. 두 당은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티모셴코가 다시 총리직에 올랐는데요, 이번에도 결국 정치적인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립정부가 붕괴되고 만 겁니다.

MC: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가 이번에 또다시 결별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근본적으로는 두 사람 모두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두고 그동안 빚어온 갈등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그루지아 침공에 대한 입장차가 결별의 이유가 됐습니다. 친서방 정책을 표방해온 유셴코 대통령은 러시아가 옛 소련 국가인 그루지아를 침공한 것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또 그루지아의 압하지아와 남오세티야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의회 결의안도 추진했는데요, 티모셴코 총리가 이끄는 `티모셴코 블록'이 이 결의안을 반대하자 연립정부 해체를 선언한 겁니다. 유셴코 대통령의 이런 결정에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에 '티모셴코 블록'이 찬성표를 던진 것도 한몫 했습니다. 이 법안은 친 러시아 성향의 야당이 제출한 겁니다. 유셴코 대통령 측은 티모셴코 총리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로부터 지지를 얻으려고 이런 정치적 행보를 택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MC: 유셴코 대통령 측의 이런 비난에 대해서 티모셴코 총리가 어떤 해명을 내놓았습니까?

기자: 티모셴코 총리는 같은 옛 소련 국가로서 그루지아의 영토 보전을 지지하지만 러시아와도 균형있는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대내외적으로 처해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인접국인 러시아와 무조건 등을 져서는 안 된다는 애기입니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데요,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부 지역은 친 러시아 세력의 힘이 강하고, 반면에 서부 지역은 친 서방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MC: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 같군요. 양측이 결별하면서 연립정부도 붕괴됐는데, 앞으로 어떤 절차가 남아 있습니까?

기자: 각 당이 30일 안에 뜻이 맞는 당들을 모아서 새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30일이 지나도 새 연립정부가 구성돼지 않으면 유셴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해서 총선거를 치러야 하는데요,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유셴코 대통령이 의회해산이라는 강수를 쓰기에는 불리한 상황입니다. 티모셴코 총리는 '오렌지 혁명' 당시 맞서 싸웠던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와는 손을 잡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서 앞으로 우크라이나의 새 연립정부 구성이 어떻게 될지는 예상하기가 매우 어렵게 됐습니다.

MC: 지금까지 연립정부 붕괴로 새 국면을 맞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국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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