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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정원, “김정일, 언어장애 없고 거동 가능”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뇌졸중 또는 뇌일혈로 수술을 받았지만 말하는 데 지장이 없고 거동도 할 수 있는 상태여서 북한이 현재 권력공백에 놓여 있진 않다"고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의 병세가 정부 차원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국가정보원이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대해 밝혔다지요.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기자] 네,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10일 오후 국회 정보위 업무보고를 통해 "김 위원장의 병명은 뇌졸중 또는 뇌일혈을 포함한 순환기 계통의 이상으로, 김 위원장은 현재 말하는 데 지장이 없고 거동이 가능해 통치는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 정보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업무보고 뒤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국정원은 권력공백 등 큰 상황의 변화나 북한 군부 내 정세에 급격한 요동은 없는 것으로 보고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발병 시점이 8월 14일 이후이며, 김 위원장은 수술을 받았고 외국의사가 북한에 들어간 것도 일부 확인했다"고 보고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중순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인지하고 그동안 관련 정보를 꾸준히 수집, 분석해 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의원도 국정원이 이같은 사실을 청와대에 9일 보고했지만 최초 보고는 상당기간 전에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기자브리핑을 통해 " 김 위원장의 중병설에 대해 상당히 오래 전에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 면밀히 점검해 왔다"며 "정부 당국으로서는 어제 행사가 매우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불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상당 부분 예견하고 상황을 예의주시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국정원 보고대로라면 김 위원장이 아주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상당히 긴장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한국 정부 움직임을 전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의 청와대와 대북 관련 정부 부처들 모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긴급 청와대 수석회의를 주재하고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에 대한 상황 파악과 대책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청와대는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겸 국가위기상황 센터장을 중심으로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병세에 따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각각의 상황에 맞게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외교부 일각에선 최근 북한이 핵 시설의 불능화를 중단한 시점과 김 위원장이 공개 활동을 그만 둔 시점이 공교롭게도 똑같이 지난달 중순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자 군부가 상황을 장악해 강경책을 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군의 움직임도 궁금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기자] 한국의 군 당국은 김 위원장의 신변을 둘러싼 여러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며 "우리 군도 평시 수준의 대북 정보감시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고 말했습니다.

군 당국은 대북 감시체계를 일부 강화할 방침입니다. 미군의 U-2 고공정찰기와 RC-135 정찰기, KH-11 정찰위성은 물론 한국 군의 RF-4 정찰기, 휴전선 일대의 전자전 장비 등 다양한 대북 감시수단을 통해 김 위원장의 신변과 관련한 첩보를 수집하는 등 활동 수준을 높인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군요,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인데요, 한국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한국 정부는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현 상황에서 불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섣불리 대응할 경우 가뜩이나 나빠진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통일부는 상황을 주시하되 대북 식량 지원 문제 등 현안에 대한 기본입장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조건 없는 대북 식량 지원 의사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대북 지원은 인도주의와 동포주의적 차원에서 조건 없이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최근에 WFP가 우리 정부에 대하여 대북 지원을 공식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에 정확한 식량평가와 여러 가지 상황을 보아 가면서 정부 입장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진행자: 김대중 대통령 정부 시절 대북 특사를 맡았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김 위원장 중병설에 우려를 표명했다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박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의 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중병설이 맞다면 한반도에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후계 구도를 준비하지 않은 채 갑자기 위기가 왔다고 하면 아무래도 북한의 군부가 권력을 장악하지 않을까, 만약 군부가 권력을 장악한다고 하면 중국과 가까워질 확률이 매우 높다, 학자들이나 외국 전문가들도 이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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