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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베이징 올림픽서 반한 감정 두드러져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언론이 개막식 리허설을 사전에 방송한 데 이어 스페인 여자 수영 선수의 옷 갈아입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사진을 게재한 것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온기홍 기자 ~

- 베이징: 네, 안녕하십니까. 베이징입니다.

VOA-1 :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의 '반한' 감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데, 어떤 상황인가요?

->베이징: 지난 주 올림픽 여자 양궁 경기에서 벌어진 중국응원단의 한국선수들에 대한 소음방해는 중국의 반한 감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중국인 응원단들은 중국이 아닌 제3국과 한국의 경기에서도 한국의 상대팀을 노골적으로 응원하고 있는데요, 나흘 전 (14일)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여자하키 경기에서 중국응원단은 스페인을 응원하면서 한국선수가 볼을 잡으면 야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닷새전(13일) 한국과 미국의 야구경기에서도 중국 관중들은 중국과 종합1위를 다투는 미국을 열렬히 응원해 반한 감정을 보여줬습니다.

어제 이경원은 일본을 상대로 한 여자 복식 준결승에서 중국인 심판이 계속 폴트를 선언한 것에 대해 '중국 측의 특공대가 들어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엊그제 벌어진 한국대 중국간 남자 단체전 탁구 경기에 출전한 한국의 유승민 선수는 "장내 아나운서까지 동원해 응원한 경우는 처음이었다"며 도를 넘어선 중국의 응원을 꼬집었습니다. 심지어 엊그제 러시아와 맞대결을 펼친 여자 테니스 결승전에서는 중국인 선수가 시끄러운 중국 관중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를 정도였습니다.

VOA-2 : 중국인들이 이처럼 반한 감정을 보이는 배경은 뭔가요?

->베이징: 이명박 한국 대통령의 외교(친미) 정책에 대한 불신과 역사, 영토, 올림픽 성화의 한국내 봉송과정에서의 마찰 같은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가깝게는, 한국의 서울방송 SBS가 올림픽 개막식 연습장면을 보도한 것이 올림픽 기간의 반한 감정 표출에 촉매제 역할을 했습니다.

중국인들은 SBS의 보도가 중국의 잔치를 망치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베이징 시민이나 택시기사들은 한국 기자들을 보면 '한국 SBS기자인가'라고 묻는 등 불신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이 중국과 맞물리는 종목이 많아지면서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이 경기장에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야유와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VOA-3 : 그런데 일부 한국 언론이, 스페인 여자 수영 선수의 탈의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촬영,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어떻게 된 내용인가요?

->베이징: 베이징 올림픽을 취재중인 한국의 몇몇 스포츠 언론이 나흘 전 인터넷판을 통해 한 스페인 여자 수영선수가 경기장에서 타월로 하반신을 가린 채 수영복을 갈아 입고 있는 장면을 4장 연속해서 촬영해 한국의 '베이징올림픽 공동사진취재단'이라는 이름을 달고 보도했습니다.

몰래카메라를 연상시킬 수준의 이 여성선수 사진은 한국의 중앙일보와 스포츠조선, 매일경제, 일간스포츠 인터넷판 등에 게재 된 데이어, 중앙일보 일본어판을 통해 해외에도 공개가 됐는데요, 일본과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국 언론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가득합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전 한국 서울방송 SBS가 개막식 리허설 장면을 사전에 방송하는 바람에 중국은 물론 전세계인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은 데 이어 이번 수영선수 탈의 사진 게재로 또 한차례 비난을 받게 됐습니다.

VOA-4 : 한국 언론의 이번 사진 보도의 파장이 작지 않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입장을 밝힌 게 있나요?

->베이징: 아직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요, 이번 스페인 여자 수영선수 탈의사진' 보도 사건을 접한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어제 이 보도에 크게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법적 책임 묻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베이징올림픽조직위 측은 올림픽의 건전한 분위기를 해치는 행위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IOC 내에 팽배해 있다고 말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VOA-5 : 북한 선수단 소식 하나 들어보죠.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대표팀이 입고 있는 운동복 등은, 중국 업체가 후원했다면서요?

->베이징: 네, 중국 남동부 푸젠성 취안저우시에 본사를 둔 '차이나 홍싱 스포츠 리미티드'라는 스포츠용품 전문업체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하고 있는 북한 올림픽대표팀에게 운동복과 운동화, 양말 등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등 공식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 중국 업체는 지난해 북한 올림픽대표팀 및 축구대표팀과 후원계약을 맺었는데요, 이에 따라 북한 선수들은 '정복하라'는 뜻의 'ERKE'(얼커)라는 영문 로고가 새겨진 운동복을 입고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고 있습니다. 어제 북한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겨준 홍은정 북한 여자 체조선수도 중국업체의 'ERKE' 로고가 가슴에 선명하게 그려진 운동복을 입고 나왔습니다. 앞서 북한 축구대표팀은 지난해까지 험멜코리아로 부터 지원을 받았다가 올해는 이 중국업체의'ERKE(얼커)' 브랜드와 1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VOA-6 : 끝으로, 중국 스포츠 분야에서 '영웅' 대접을 받아온 남자 육상선수 류샹이 오늘 110미터 장애물 경기 예선에서 갑자기 기권을 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이 때문에 중국인들의 실망이 크다지요?

->베이징: 네. 올림픽 남자 육상 110미터 허들에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중국의 영웅 류샹오늘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예선에 나와 스타트 블록에서 뛸 준비를 마쳤다가 네덜라느 선수가 부정 출발을 해서 한 차례 출발이 지연된 뒤 발목 부상 악화로 대회를 기권했습니다.

류상 선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육상 단거리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뒤로,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에서 활약 중인 '걸어 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과 더불어 지난 4년 동안 중국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을 받아 왔는데요, 하지만 오늘 류샹이 갑자기 기권을 선언하자 중국민들의 허탈감도 극에 달하면서 중국 대륙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해야 한다는 엄청난 부담 탓에 류샹이 레이스를 포기했다는 견해에 대해, 중국 올림픽대표팀 수뇌부는 강하게 부인했지만, 중국 인터넷에서는 류상에 대해 '영웅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 '역도경기 중 쓰러지면서도 바벨을 놓지 않았던 한국의 이배영을 아느냐'면서 간접적으로 류상을 비난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류상의 경기 포기에 따라 류상을 광고모델로 쓰고 있는 나이키, 비자카드 등 다국적 대기업들도 자사의 이미지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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