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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미국 작가 '탈북자 인권' 소재로 소설 '인삼 캐는 사람' 출간


안녕하세요? 여러가지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지난 주 워싱턴에서 일주일 동안 북한 자유주간 행사가 열렸죠. 북한 자유주간 행사는 북한 인권문제를 다룬 행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인데요. 올해는 인권운동가들은 물론이구요. 특히 미국 정부와 의회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작가가 탈북자들의 인권을 소재로 한 소설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기자 출신인 제프 탈라리고 (Jeff Talarigo) 씨가 펴낸 ‘The Ginseng Hunter (인삼 캐는 사람)’입니다. ‘인삼 캐는 사람’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 지대에서 홀로 고립된 삶을 사는 조선족 심마니가 매춘부로 팔린 탈북 여성을 만나면서 점차 마음을 열게 되고, 나아가서 탈북자들을 돕게 된다는 내용의 얘기인데요. 탈라리고 씨의 두번째 소설 ‘인삼 캐는 사람’은 북한 주민들과 탈북자들이 처해 있는 비극적인 현실을 생생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체로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데요. ‘문화의 향기’, 오늘은 특집으로 소설 ‘인삼 캐는 사람’의 작가 제프 탈라리고 씨와의 대담을 보내 드립니다.

“이제 끝났습니다. 다 먹고나니 이제 다시 인간입니다. 인간으로 돌아와 흐느끼고 헐떡이기 시작합니다.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습니다. 군인들이 남자들을 죽이는 걸 본 이후 처음으로…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산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딸 아이가… 엄마가 행여 먹을 걸 찾아오려나 목 매어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생각난 겁니다. 그리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부) 제가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부분인데요. 북한의 많은 주민들이 겪고있는 참담한 현실을 잘 그려낸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삼 캐는 사람’은 중국과 북한 간의 국경지대에 살고있는 조선족 심마니에 관한 얘기죠. 홀로 고립된 생활을 하던 이 심마니가 매춘부로 팔린 탈북 여성을 만나면서 북한 주민들의 현실에 관해 알게되고 점차 변하게 된다는 얘기인데요. 어떻게 탈북자들에 관한 소설을 쓰게 됐습니까?

(탈라리고) 2003년에 진주조개를 채취하는 잠수부에 관한 첫번째 소설 ‘펄 다이버(Pearl Diver)’를 마쳤는데 당시 일본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이미 탈북자들에 관한 얘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두번째 소설의 소재로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에 가서 조사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어왔습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여자들이 매춘부로 팔려가고, 아이들이 산에서 숨어 지내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엔이 탈북자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구요. 사람들이 탈북자들의 상황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데 놀랐습니다.

(부) 어떻게 처음 탈북자들의 상황에 관해 알게 됐습니까?

(탈라리고) 1990년대말에 인터넷에서 탈북자들에 관한 얘기를 접했습니다. 일본 큐슈에 한동안 살았는데 그 곳에는 재일교포 2세, 3세들이 많습니다. 그 사람들도 탈북자 얘기를 해줬구요. 책을 쓰기 전 몇년동안 조사를 했죠.

(부) 소설을 보면 등장인물의 이름이 없는데요. 그냥 인삼 캐는 사람, 트럭 운전기사, 여자 아이, 군인, 이런 식인데요. 이름을 붙이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탈라리고) 자주 받는 질문인데요. 앞서도 말씀 드렸지만 2003년 중국 두만강 유역의 국경지대를 방문했을 때 탈북자들을 몇명 만나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저는 한번도 이름을 물은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탈북자들이 외국인 기자나 작가와 대화를 나눈 사실이 발각되면, 그 사람들 신상에 해로울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이름이 없는 사람들처럼 느껴졌습니다. 산에 숨어 지내면서 신분을 감추고 사는 사람들이니까 말이죠.

(부) 탈북자들은 그럼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탈라리고) 네. 이름을 밝힐 순 없지만 그 곳에서 아주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데요. 국경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작은 공장에서 빵을 만들어서 일주일에 두번씩 북한에 갖고 가죠. 특별 허가를 받아서 북한을 왕래하는 사람인데요. 제가 그 곳에 간 둘째날 그 사람을 만나서요. 며칠 동안 함께 지냈습니다. 그 사람의 주선으로 탈북자들을 몇명 만날 수 있었구요. 또 그 사람 덕분에 온갖 인삼차와 인삼주를 마셔봤습니다. 새벽 4시까지 마셨죠.

(부) 인삼을 그렇게 많이 드셨다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겠어요. 그런데 등장인물이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인지요?

(탈라리고) 주인공 심마니는 아닙니다. 탈북 여성의 경우 그동안 읽은 탈북자들의 증언에 바탕을 뒀습니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 그리고 중국을 거쳐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의 얘기요. 소설을 쓰려고 굉장히 조사를 많이 했습니다. 중국에 가기 전에 6달 정도 조사를 하면서 탈북자들에 관한 글을 읽었는데요. 주인공 여성은 어떤 한 여성을 모델로 했다기 보다는 여러 많은 탈북 여성들의 얘기를 합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 주인공의 직업이 독특한데요. 인삼 캐는 사람, 심마니 입니다. 중국 국경지대에 이런 심마니들이 많습니까?

(탈라리고) 그렇게 많진 않습니다. 중국에 있는 인삼 캐는 사람들은 매우 영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심마니들은 아침에 산에 들어가기 전에 명상을 합니다. 왼쪽으로 갈 지, 오른 쪽으로 갈 지, 명상을 하면서 대지와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는데요. 아주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그 곳의 심마니들은 대부분이 중국 사람들인데요. 하지만 그 곳에 사는 주민들의 반 이상이 조선족 2세나 3세들이죠.

(부) 그 곳 국경지대에서 만난 조선족이나 중국인들은 탈북자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던가요?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던가요? 아니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 도와줘야할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나요?

(탈라리고) “지금 말씀하신 것 전부 다라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말 처음 북한인들이 두만강을 넘어 중국에 오기 시작했을 때는 동정하는 마음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넘어오기 시작했고 중국정부 당국이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죠.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무대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점이라고 생각한 거죠.

(부) 북한에 관한 책을 쓰시면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탈라리고) 어려웠습니다. 이 소설은 아주 짧습니다. 전부 1백80여 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데요. 쓰는데 3년 걸렸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번 소설을 고쳐 썼는데요. 두번째 쓸 때는 3인칭으로 썼는데 2년동안 쓰다가 그만 두고, 다시 1인칭으로 고쳐 써서 소설이 나오게 됐죠.

(부)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를 방문하셨을 때 두만강 너머 북한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탈라리고)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그 곳에서 슬라이드 필름으로 사진을 4백여장 찍었는데요. 그 때 찍은 사진들 가운데 두 장이 책 겉표지로 사용됐죠. 계속 북한 쪽을 바라봤는데 제가 본 것 보다 보지 못한 것들이 더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에 나무가 없었구요. 사람들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고속도로는 있는데 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거에요. 한번도 차가 다니는 걸 못 봤습니다.

(부) 최근 신문기사를 보니까 북한 여성들이 매춘을 위해 매일 강을 건너 중국에 간다고 하는데요. 자발적으로 매춘을 하러 다닌다는 건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탈라리고) 그런 일이 있습니다. 5년전에 제가 두만강 유역의 국경지대를 방문했을 때도 말입니다. 북한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강을 넘어와서 돈을 빌리든지, 훔치든지,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서 밤에 다시 강을 건너 돌아가는 겁니다. 당시에는 강을 건너는 것이 좀 더 쉬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군인들이 식량이나 돈 등 뇌물을 받고 눈을 감아줬기 때문이죠. 제 소설에 중국에서 장사를 하는 북한 여성이 나오는데요. 이 여성이 돈을 작게 접어서 촛농으로 씌운 뒤 삼키는 장면이 나옵니다. 북한 군인들에게 돈을 뺏기지 않으려고 감추는 거죠. 북한 여성들이 강 건너 매춘을 다닌다는 얘기는 제게 별로 놀랄 일이 아닙니다. 12년 내지 13년 동안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도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데요. 그같은 면에서 변화가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조치가 취해져야죠.

(부) 탈북자들이 처한 상황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소설을 쓰셨다고 생각해도 좋을까요?

(탈라리고) 네. 그렇죠. 전 소설 주제를 정할 때 제가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걸로 합니다. 소설을 쓰는데 2년 내지 3년 정도 걸리니까 제 마음 속에서 우러나서 쓸 수 있는 걸 쓰는데 탈북자 문제가 그렇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책도 그렇습니다. 팔레스타인인들에 관한 책인데 그런 것들이 제가 관심을 갖는 주제입니다.

(부) 첫번째 소설도 그렇고, 이번에 나온 ‘인삼 사냥꾼’도 그렇고,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탈라리고) 그렇습니다. 1990년대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원래 기자였는데 그 때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죠. 소설 형식을 빌리면 좀 더 솔직하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인권 문제는 제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여기 저기 떠도는 난민들, 타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전 일본에서 15년 동안 살았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부) 방금 일본에서 15년 동안 사셨다고 했는데 어떻게 일본에서 사시게 됐나요?

(탈라리고) 처음 가자지구에 갔을 때 예루살렘에서 호주 사람 두 명을 만났는데요. 두 사람은 당시 일본에 살고 있었는데 중동을 여행하는 중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언제 한번 일본에 와서 살면 어떠냐고 그러더라구요.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치라구요. 그 후 미국에 돌아왔는데 걸프 전쟁이 터져서 다시 가자지구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 때 그 호주 사람들이 일본에 오면 영어 선생으로 일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그래서 일본에 갔죠. 그렇게 갔는데 일본에서 15년이나 살았네요.

(부) ‘인삼 사냥꾼’을 읽으면서 굉장히 비극적인 내용인데 참 아름답게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이 아니라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었는데요.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나, 영향을 준 작가가 있습니까?

(탈라리고)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몇명 있는데요. ‘영국인 환자’로 유명한 마이클 온다체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리고 전 펜실베니아주 출신인데요. 피츠버그 출신 작가로 존 에드가 와이드맨이라고 있습니다. 그 사람 작품을 좋아하구요. 남아공화국 작가 제이엠 캇치도 좋아합니다. 아일랜드 작가 컬럼 맥캔은 저와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도 한데 아주 훌륭한 작가입니다. 또 루이스 얼드리치, 이런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구요. 하지만 글을 쓰는 형식이나 목소리를 내는 면에서 마이클 온다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온다체의 작품을 아주 좋아합니다.

(부) 북한에는 혹시 가보셨는지요?

(탈라리고) 북한에 가보고 싶습니다. 2004년이었던가 일본하고 북한 간의 월드컵 축구 예선전이 평양에서 벌어질 예정이었습니다. 그 때 일본에서 축구경기 관람을 겸해서 사흘동안 북한을 방문하는 관광상품이 나왔었습니다. 그 때 꼭 북한에 가려고 했는데 결국 못 가고 말았습니다. 경기 장소가 바뀌었거든요. 한국에는 여러번 가봤는데요. 김치 등 한국 음식 무척 좋아합니다. 북한에도 꼭 한번 가고 싶습니다.

(부) 오늘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탈라리고) 감사합니다.

‘문화의 향기’, 오늘은 특집으로 최근 탈북자를 소재로 한 소설을 펴낸 제프 탈라리고 씨와의 대담을 보내드렸습니다. ‘문화의 향기’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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