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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피격 사건, 남북간 합의 규정 미흡해 논란 예상


금강산 피격 사건은 남한 측 관광객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기로 한 남북 간 합의서를 북한이 위반한 것이라는 게 한국 정부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이 적용되는 지역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는 등 구체적인 조항이 빠져 있어 합의서를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내에서 발생하는 남한 주민들의 신변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통일부가 북한 측에 이의를 제기하며 문제 삼은 부분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중 신변안전 보장 관련 조항입니다.

2004년 1월 29일 체결된 이 합의서의 10조에 따르면 '북한은 남측 체류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재산의 불가침권을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남측 인사가 법질서를 위반하였을 경우 이를 중지시킨 후 조사하고 위반 내용을 남측에 통보하고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 지역으로 추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남과 북이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해선 쌍방이 별도로 합의해 처리한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때문에 조사절차 없이 박 씨를 사살한 행위는 이 같은 남북 간 합의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한국 통일부의 입장입니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 "남북 당국 간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이 것은 2004년 1월29일에 합의서가 채택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고의 경위와 진상을 철저하게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법이 적용되는 지역의 범위가 모호하고 현장조사 등에 대한 구체적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합의서를 적용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남북교류법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최은석 교수는 "사고가 일어난 지점이 합의서에 포함된 지역인지도 명확치 않은데다 특구 외 지역에서의 처벌 등 세부 규정이 빠져 있다"며 "이 때문에 남북 간에 합의서 자체가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인지를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포괄적인 규정만 돼 있고 세부적인 조항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보여집니다. 관광지구의 특수한 지역의 설정에 대한 특구 지역인지 당국 간 합의가 없었습니다. 따라서 특구 지역과 지역에서 일어나는 남측 주민들의 신변안전과 관련한 남북 당국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여집니다. "

아울러 북측은 군 경계지역에 무단진입한 이번 사건에 대해 자위권 행사 차원에서 군 당국의 대응수칙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남북 간 합의서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제법상으로도 이번 사건에 대해 북측에 초병의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남한 정부 헌법상 정식 국가가 아닌데다, 이 사건이 남북 당국 간에 생긴 일이 아니고 민간회사인 현대아산과 북한 당국 간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선문대 법대 장복희 교수는 "남측 헌법상 북한은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어 국제법상 행사할 수 있는 외교적 보호권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국내법과 상충되므로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가가 외교적 보호권이나 소송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만 북한을 국내법적으로 국가로 보지 않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북한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게 되는 모순이 있지요. 그렇게 되면 국내법에도 어긋나게 되는 거죠."

이로써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내에서 발생하는 남한주민 관련 사고의 해결과 보상 절차를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남북교류 활성화로 남한주민의 북한 방문이 늘면서 각종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고, 당장 지난 해 10.4 정상선언에 따라 백두산 관광도 예정돼 있는 터라, '제2의 금강산 피격사건'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서울대 법대 이효원 교수는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교류협력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며, 북한과 교류협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인프라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욱 변호사는 "이번 일을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향후 남북관계 발전 측면에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남북이 특구 지역의 출입과 체류 문제를 해결할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세부사항을 규율 하는 등 남측 주민을 위한 안전 장치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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