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한국 국회포럼, ‘탈북자 보호법' 개정 추진


한국 내 탈북자 수가 1만4천 명에 달한 가운데 오늘 서울에서는 탈북자들에 대한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공청회 참석자들은 탈북자 정착 지원과 제3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보호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모여 만든 연구단체인 국회인권포럼은 탈북자의 강제송환 금지와 신변보호 등을 위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명문화하도록 '탈북자 보호법' 개정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인권포럼 대표의원인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북한 이탈주민법 개정 공청회에서 "미국과 일본에도 북한인권법이 있는 만큼 한국도 북한 인권을 위한 법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며 법률 개정안 재추진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권리와 의무를 다 누리고 보장을 받고 있느냐 하는 법률 문제라고 보면 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탈북자에 대한 근본 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개정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어느 나라에 있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했을 때 대한민국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법률 개정안은 지난 2004년 개정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당시 여당인 열린 우리당의 반대로 폐기됐으며, 지난해 7월 재발의 됐다가 17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개정안은 외국 체류 탈북자의 강제송환 금지와 한국 입국 등을 위한 정부의 외교적 노력 의무를 명문화하고, 해외 탈북자 가운데 보호가 필요한 이들의 경우 현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해외에서 10년 이상 체류한 탈북자도 보호대상자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형편이 어려운 탈북자에 한해선 생활보호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연간 입국자가 3천 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탈북자들의 인권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반면, 지원 방안을 둘러싸고는 정부 부처와 전문가 간에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지금까지는 해외에 거주하는 탈북자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 조치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선 한국과 해당국의 협의 하에 안정적인 조치로 입국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재중 탈북자의 경우 한국대사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무방비 상태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보호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특히 해외체류 탈북자의 신변보호를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해 국내외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설 것을 제안했습니다.

윤 소장은 이어 "탈북자 정착 프로그램이 그저 순조로운 적응을 지원하는데 그치기보다, 향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통일이 될 때를 대비해,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통일전략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외교통상부 허철 평화외교기획단장은 "법 개정은 해당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현행 법 체제를 유지해 나가는 편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제3국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난민지위 인정, 임시 보호시설 설치 등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의 주권사항이므로 이 경우 외교적 마찰요인으로 작용해 탈북자의 국내 이송에도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해외체류 탈북자의 보호 입국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금전적 지원까지 명문화하는 것은 브로커를 양산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허철 기획단장은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한국행을 희망하는 모든 탈북자들을 올 수 있도록 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기본 원칙인 만큼, 탈북자의 인권보호와 현실적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북한인권시민연합 김학민 팀장은 "지금까지 탈북 난민을 위한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과연 적극적이었는지 의문"이라며 "국제사회와의 공조아래 제 3국에게 탈북 난민 보호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강조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탈북자들에 대해 생활비 지원기간을 늘리는 것은 탈북자의 정착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통일부 김정수 인도협력국장은 "현재 5년으로 규정된 탈북자에 대한 생활보호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것은 탈북자들의 자립 의지를 저해할 수 있으며 다른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자 직업훈련의 경우 취업능력 향상을 위해 활성화할 필요는 있지만 횟수 제한을 두지 않을 경우 일반적인 취약계층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탈북자 생활보호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는 문제도 탈북자의 자립 자활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김정수 국장은 "2001년 이후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의 수가 계속 증가해 현재 1천 5백여명이 한국에 입국한 상황"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보호지원이 아니라 탈북자의 자활 능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3국에서 거주기간이 10년이 넘는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생활고에 시달리는 탈북자의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95년 북한을 탈출해 2006년까지 중국서 체류했던 한 탈북 여성은 "중국에서 온갖 고통을 참아가며 그토록 밟고 싶던 한국땅을 밟았지만 10년 이상 중국에 거주했다는 이유로 정착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현행 북한 이탈주민법 제9조 4항에 따르면 체류국에서 10년이상 거주할 경우 정착지원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습니다.

한편 이날 공청회 내용을 토대로 완성된 개정 법률안은 18대 국회에서 발의될 예정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