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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경제, 에너지 지원- 6자회담 진전에 또 다른 변수?


북한과 일본이 납치 문제 해결에 협력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비핵화 2단계 조치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최근 자국에 대한 경제, 에너지 지원을 6자회담의 진전과 연계시키는 듯한 입장을 밝혀, 이 문제가 북 핵 협상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와 함께 중유 지원 등 6자회담 합의에 따른 회담 당사국들의 대북 지원 상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문: 유미정 기자, 북한이 “약속한 에너지 공급이 지연되면 북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이 진전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나섰다지요?

그렇습니다. 북한은11일 판문점에서 열린 6자회담 경제, 에너지 협력 실무그룹 회의에서 핵 시설 불능화의 진행 속도에 상응하는 5개 당사국들의 경제, 에너지 지원이 느리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원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6자회담의 진전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회담에 참여했던 황준국 한국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북한은 자국의 핵 폐기 작업은 현재 80% 이상 완료됐지만 6자회담 당사국들이 제공하기로 한 에너지 지원은 40%만 이뤄졌다며 불만을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문: 핵 폐기는 80% 이상 완료됐지만 에너지 지원은 40%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언뜻 듣기에는 북한 측의 불만이 일리 있는 것으로 들리는데요,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6자회담 당사국들 간 합의 내용을 좀 소개해 주시죠?

네, 북한은 지난 해 6자회담 2∙13합의에서 핵 시설 불능화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 등 핵 폐기를 이행하고 6자회담 당사국들로부터 중유 1백만t 상당의 경제, 에너지를 지원받기로 약속했습니다. 미국은 또 이와는 별도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도 종료하는 등 정치적 상응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문: 그러면 지금까지 북한의 핵 폐기는 얼마나 이행된 상태입니까?

네 , 먼저 북한은 지난 해 영변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핵 시설 불능화 조치에 착수해 현재 11개 조치 가운데 8개를 마무리했습니다. 남아 있는 3개 조치 가운데 사용후 연료봉 제거는 총 8천개 중 3천2백 개 정도가 제거돼 3분의1 정도가 진척된 상태이고, 제어봉 구동장치 불능화는 사용후 연료봉 제거 작업이 완료된 뒤 불능화 하게 됩니다. 또 미사용 연료봉 제거와 관련해서는 현재 논의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문: 그렇군요. 그러면 6자회담 당사국들의 경제, 에너지 지원 이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네, 에너지 지원의 경우를 보면 북한은 먼저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 등 비핵화 1단계 조치를 이행하고 그 대가로 한국 정부로부터 중유 5만t을 제공받았습니다. 이어서 북한은 불능화와 핵 신고를 이행하고 받기로 한 중유 95만t 상당 가운데 45만t은 중유로, 그리고 나머지 50만t은 에너지, 설비 자재로 지원받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지금까지 북한에 제공된 총 경제, 에너지 지원은 중유로 환산해 총 39만여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현재 체결된 설비 자재 계약분까지를 포함하면 약 49만t이 지원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핵 폐기는 80% 이상 완료됐지만 에너지 지원은 40% 밖에 이뤄지지 않았다는 북한 측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는 겁니까?

글쎄요. 산술적으로만 봐서는 북한이 받기로 한 중유 1백만t 가운데 39만t 정도 밖에 받지 못했으니까 그런 주장이 일리가 있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와 경제 지원을 연계하고 이와 별도로 핵 신고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정치적 조치와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 측은 북한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반박했습니다. 황준국 북핵외교기획단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불능화 조치와 경제 지원, 이렇게 매치를 시키고 신고와 정치적인 상응 조치, 이렇게 매치를 시키는 것이 우리 합의문에 어디에도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전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그리고 전체적인 5자의 정치경제적 상응 조치가 행동 대 행동으로 링크돼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고요.”

즉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달리 경제, 에너지 지원, 정치적 보상 등을 북한의 전체적인 비핵화 조치와 연계된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또 이번 에너지 실무회의에 참가한 6자회담 대표들도 대북 경제, 에너지 지원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공감하면서도 북한의 산술적인 계산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문: 그렇군요.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북한이 경제, 에너지 지원을 핵 신고와 연계할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핵 신고서 제출을 늦추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에너지 지원 등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 이런 분석을 낳았었는데요, 하지만 한국의 황준국 단장은 이번 에너지 실무협의 후, " 북한이 경제 지원을 가속화하지 않으면, 핵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 둘을 직접 연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다만 6자회담이 진전을 이루려면 회담 당사국들 모두가 의무사항을 원활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경제. 에너지 지원 속도가 빨라지면 핵 신고서 제출 등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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