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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남북기금 지원 민간단체에 분배 투명성 입증 의무화


한국의 남북협력 기금을 지원받는 민간단체는 이 기금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물품에 대한 분배의 투명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의무를 안게 됐습니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남북협력기금 11억여원이 대북 지원 민간단체에 과다 지원된 것으로 드러나자 통일부가 이 같은 후속 조치를 마련한 것인데요, 이에 대해 민간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 차원에서도 한계가 있는 분배 투명성 입증을 민간에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과 함께, 대북 지원 사업의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남북협력기금을 받은 한국의 민간 대북 단체들은 앞으로 지원 물품에 대한 분배 투명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한국의 통일부는 12일 민간 대북지원 단체 활동의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북지원 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해당 사업의 투명성과 지원자금 사용에 관한 증빙 책임을 지며, 지원을 받는 단체가 분배 투명성 확보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 요건을 ‘대북 지원과 관련해 북한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상주 인원을 파견하는 등 상당한 수준으로 분배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으로 규정했습니다.

개정안은 통일부 장관이 기금 지원 사업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되거나, 해당 단체가 투명성 확보 책임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될 경우 기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울러 대북지원 물품의 구입과 수송, 공사 등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조달청 등을 통한 공개경쟁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도 명시됐습니다. 지금까지는 계약방식에 대한 별다른 규정이 없어 대부분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또 단체들이 사업을 개시하기 전 지급받는 지원금 성격인 선급금을 신청할 경우, 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사업에 차질이 생겼을 때 신속하게 선급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현재 전체 사업비의 70%로 정해져 있는 기금지원 한도를 50%로 축소 조정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예산 절감 정책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기금 집행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꿨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집행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국회나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반영한 것으로, 예를 들어 기존의 물품구매 계약을 경쟁방식으로 하면 투명성이 높아진다던가 하는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이는 남북협력기금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통일부 정책의 일환입니다.”

민간단체 관계자들은 그러나 분배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한계가 있는 분배 투명성 입증을 민간단체에 의무화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상영 사무국장은 “정부가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간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사전정보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은 대북 사업의 특성을 간과한 측면이 있어 오히려 편법을 동원하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개입찰이라는 것이 모든 기업이 공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인데 북을 제대로 가보지도 못하고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상태에서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참여한다 하더라도 북측의 실정을 반영한 사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이 같은 정부 조치가 자칫 후원 축소와 민간단체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월드 비전 김혜영 간사는 “규제가 심해지면서 지금껏 사명감을 갖고 대북 지원사업을 펼쳐온 민간단체들의 의욕이 떨어져 대북 사업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단체들이 원칙을 갖고 소신껏 사업을 투명하게 운영해 왔다고 생각하는데 감사원이 일부 단체들의 문제제기로 인해 마치 민간단체 전체가 방만한 경영을 한다는 듯이 비쳐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나 개인의 후원이 믿어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상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난 10년 간 남북교류 사업을 돌아보고 대북 지원 사업의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한국JTS의 김경희 사무국장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으려면 모니터링을 확대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당장 국제기구 수준으로 갈 수는 없지만 철저한 모니터링을 전제로 단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대북 지원 사업에 있어서 정확하고 철저하게 분배의 투명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는 공감합니다. 이 개정안이 나온 것을 계기로 민간단체들이 스스로 사업을 돌아보고 이에 근거해 상호 간에 정보를 교환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또 다른 지원단체 관계자도 “비리나 편법이 발생할 경우 대북지원 자체에 대한 불신도 생길 수 있다”며 “당국의 감독 강화와 더불어 지원단체가 자정노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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