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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분양기업들, 자금 부족으로 입주 지연


개성공단 입주 예정 기업 중 상당수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입주에 차질을 빚거나 입주를 포기한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해 분양 과정에서 신용보증기금 특례보증 규정을 마련해 시설 자금을 최대 1백억원까지 보장해주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출창구에선 이 규정이 유명무실한 상태여서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입주예정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 해 개성공단 부지를 분양받은 한국 기업들이 약속된 정부의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해 입주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2차 분양을 받은 85개 입주 예정 기업을 대상으로 개성공단 입주 준비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8.5%가 아직 착공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입주 예정 기업 중 7개사는 토지공사와 분양계약을 해지했고 6곳은 입주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입주를 포기한 이들 기업 외에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59%의 업체들은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정부의 특례보증 지원한도 축소’를 꼽았습니다.

지난 해 한국 정부는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시설자금 1백억원, 운전자금 70억원 이내에서 개성공단 투자기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보증기금의 문턱이 너무 높아, 모기업 신용평가에 따라 특례 수준보다 훨씬 낮은 보증한도 적용을 받고 있다는 게 입주 예정업체들의 주장입니다.

한 입주 예정 기업 관계자는 “지난 해 개성공단 분양설명회 당시만 해도 통일부가 시설자금의 70%까지 보증해주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혜택을 받는 기업들이 적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의 경우 주로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해야 하는데, 개성공단의 공장 부지와 시설들이 제대로 담보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자금 조달이 더 힘겨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회사 규모가 작아 보증이 힘들다는 답변을 받은 한 입주 예정 업체 대표는 “신보의 보증을 받지 못하면 투자비를 마련하지 못해 그 동안 지출한 공장 설계비와 토지 계약금 등 수억원을 손해 볼 판”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예정업체 대표: “시장경제의 논리에 맞게 능력껏 가라 이 얘기인데요. 그러면 처음 얘기하고 너무 다른 거죠. 처음에는 이런 부분까지 대출해준다고 해서 활성화를 많이 시켜놓고..”

중소기업중앙회 국제통상실의 김재진 과장은 “공단 입주 예정 기업이 신용보증기금에 보증을 신청하면 재무제표 등을 요구하면서 원래의 보증 한도를 초과해 대출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돌아온다”며 “정부가 특례보증을 약속했지만 사실상 특례가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재진 과장: “규정은 만들어졌지만 신용보증기금 일선 창구에선 기업의 신용도를 아주 엄격하게 평가해서 필요한 자금보단 그 기업의 현재 신용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모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해서 대출을 하다 보니 개성공단 입주 예정 업체들 가운데 자체 조달이 어려운 60, 70% 기업이 원하는 금액이 도저히 나오지 못합니다. “

이는 개성공단 1단계 1차 분양기업에 대해 정부가 남북협력기금으로 투자비용의 최고 50%까지 대출해줬던 것과는 사뭇 대조되는 분위기라고 김 과장은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한국토지공사 남북협력사업처의 문동주 팀장은 “초창기엔 기반시설이 거의 없던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해준 성격이 컸지만, 2차분양의 경우, 도로와 전력 등 기반시설이 거의 구비된 상태라 1차 분양 때와 방침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한국토지공사 문동주 팀장: “작년 6월에 공급했을 땐 이미 공단이 다 완성돼 있었구요. 북측과 연결된 도로, 전기, 용수 문제 등이 작년 6월에는 완벽하게 구비된 상태여서 정부 지원이 없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들의 자금이나 재무상태를 고려해 신용을 활용해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담보 없이 빌려줬으나 재정에 한계가 있어 지난 해부턴 분양업체들이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며 “최근 들어 신용보증기금 등이 보증 한도를 투자액의 30~40%로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개성공단 분양공고 규정에 따르면 개성공단 분양업체들은 토지공사와의 분양계약 체결 시점인 2007년 7월로부터 2년 이내에 공장 건축에 착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 올 상반기 착공예정 기업이 33%, 하반기 착공예정인 곳은 24%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7월까지 착공에 나서지 못할 경우, 무더기 분양취소 사태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측은 이번 설문조사는 남북관계 경색국면 이전에 조사된 것으로 남북 간 정치적 상황까지 고려하면 입주 지연이나 포기 업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재진 과장은 “당초 정부에서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한 것이 문제”라며 “개성공단의 정상적인 운영 뿐 아니라 경영 상태가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도 “당시 2.3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분양 받았지만 새 정부 들어 남북관계 냉기류에, 자금지원 약속까지 불투명해지자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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