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 ‘북한, 외부 지원으로 식량난 극복할 것’


북한에 곧 대규모 기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의 북한경제 전문가가 밝혔습니다. 이 전문가는 그러나 북한경제는 10년 전에 비해 훨씬 유연해졌다며, 앞으로 닥칠 기아 사태가 북한주민들이 대규모로 굶주려 사망했던 1990년대 중반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 당시 만큼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에 대규모 기근 발생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북한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선임 연구원이 밝혔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하나로 30일 `북한의 식량위기'란 주제로 피터슨연구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 내 대기근 시작의 징후로 “식량 배급 체계가 붕괴됐다는 미확인 보고가 있으며, 이밖에 교외 지역에서 사람들이 굶주려 사망하고 있고, 수도 평양에서도 가난한 지역에서는 아이들이 구걸에 나서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식량 가격은 지난 1년 간 3배로 급등했고, 이 수치는 북한의 연간 인플레이션율과 세계 식량 가격 상승률을 상회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그러나 “2008년의 위기는 1990년대 대기근의 수준에는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 북한 당국과 국제사회가 10년 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북한경제 또한 그 때보다 훨씬 유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면서 외부 원조를 받아내는 데 진력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이어 “북한의 연간 최소 곡물 수요는 4백만t이며, 현재 국내 생산량과 수입, 원조 물량 등을 합하면 10만t 정도의 여유가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특히 “세계식량계획 WFP와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 등은 북한의 곡물 수요를 5백만t으로 실제보다 20% 정도 높게 추산하는 오류를 범했다”며, “지금은 초과분이 사라졌지만 북한은 외부 원조에 힘입어 1998년께부터 곡물 공급이 실제로 필요한 양을 초과했었다 ”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탈북자 김영일 씨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때와는 달리 현재 북한에는 자본주의가 자생적으로 싹트고 있다며, 북한 곳곳에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노래방, 찜질방이 생기고 주민들이 버스 등을 구입해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일: “북한은 진짜 90년대 중반하고는 많이 변했습니다. 북한에 지금 사회 시스템은 초기 자본주의화로 이미 전환이 됐습니다. 김정일이 원하고, 김정일이 시켜서 그런 게 아니라 북한주민들이 살기 위해서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김영일 씨와 함께 북한자유주간 행사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 탈북자 출신의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원조가 일반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며 철저한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김성민 “ 사실 북한주민들의 식량 사정은 외부에서 지원해줘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안해준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고요. 김정일이 원래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 주민들을 먹는 것으로 통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스템도 그렇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은 “구호식량이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모니터링도 중요하지만, 지원 대상을 가장 식량 상황이 열악한 동북부 지역으로 지정한다거나, 지원 곡물을 특권층이 선호하지 않는 보리나 기장, 조, 피 등으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