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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친일파 명단 공개, 후폭풍 예상


한국의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가 오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될 인물 4천7백여 명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명단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무용가 최승희 등 당대 유명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는데요. 이들 인사들의 가족과 보수단체들은 이의신청과 함께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됩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인명사전에 실릴 4천7백76 명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명단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장,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 작곡가 홍난파를 비롯해,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와 근대 무용가 최승희, 시인 윤해영, ‘고향의 봄’ 작사가인 이원수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또 조선독립신문 윤익선 사장과, 현상윤 전 고려대 총장, 3선의 서범석 전 의원, 고재필 전 보건사회부 장관과, 진의종 전 국무총리 등도 수록됐습니다.

연구소와 편찬위원회는 이번에 발표한 4천7백여 명 중, 지난 2005년 8월 3천90 명의 명단을 1차로 발표했습니다.

국내 정부 관료와 군 장교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했던 1차 발표 때와 달리 2차 발표는 지방 유명인사와 해외에서 활동한 인물들이 추가된 것이 특징입니다.

편찬위원회 측은 “친일인사를 매국 또는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자 등을 중심으로 관료, 종교, 문화예술, 언론출판 등 모두 16개 분야에 걸쳐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친일파를 ‘을사조약 전후부터 해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식민통치에 적극 협력해 민족에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끼친 자’로 규정했습니다.

[편찬위원회 윤경로 위원장] “사전편찬위원회는 지난 3년 간 각 분야마다 전문위원회와 편찬 상임위원회를 지속적으로 가동시켜 오늘 국내외를 망라한 4776 명을 발표하게 됐습니다. 당시의 2천여 점이 넘는 즉 당시의 신문, 잡지, 기관지 등 원자료들을 섭렵해서 엄격하게 했다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편찬위 측은 앞으로 두 달 동안 명단에 오른 인사들의 유족이나 관련 기념사업회의 이의신청을 받고 학계의 의견도 적극 수렴할 예정입니다.

친일인명사전은 총론편과 인명편, 부록 등 총 7권으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인명편 3권이 오는 8월 말 우선 발간됩니다. 편찬 사업은 2015년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대상자 가족들의 반발이 큰 데다 일부 보수단체들도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어 선정기준과 자격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들은 기자회견장 앞에서 집회를 갖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작곡가 안익태 등 일부 인사들이 명단에 포함된 것은 부적절하다며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임헌조 사무처장은 “이번 명단 발표가 국가정체성을 위협할 만큼 편향적”이라며 “조만간 성명을 내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반대운동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임헌조 사무처장] “친북좌파적인 역사관에 입각해서 이 작업이 진행됐다고 봅니다. 이 결과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자유민주주의 국론분열 사태가 우려됩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 선진화를 이끌어온 영웅들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명사전을 준비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최승희 연구가인 한경자 강원대 무용학과 교수는 “최승희는 북한 무용의 근간을 만들었는데 항일운동을 중요시한 북한이 친일 전력자에게 그런 활동을 시켰을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경자, 강원대 교수 최승희 연구가] "무용가는 춤으로 표현을 하는 것인데, 최승희의 춤에는 일본을 찬양한다든지 찬미하는 그런 친일이라는 어떤 결정적인 그런 작품성향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성향 연구소인 나라정책연구원의 김광성 원장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을 규정하는 근거자체가 모호하다”며 “아무리 객관적으로 접근했다 하더라도 친일을 얘기하는 학자들 대부분이 친북 성향을 가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나라정책연구원 김광성 원장] “한국사회에서 친일이라면 1910년 한국이 한일합방 되는 과정에서 나라를 지키지 못했거나 이를 지원하고 도와줘 이후 남작, 자직 등 직위를 받고 일제 체제에 기여한 사람이 친일이지, 그 이후에 정규교육 받고 교사와 하급장교가 되는 이들이 친일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은 “우여곡절 끝에 친일 명단 사전을 발간하기로 한 것은 개인에 대한 단죄 차원이 아니라 과거를 교훈삼아 미래로 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사전 발간작업은 정당과 이념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친일인명사전 수록인물’ 명단 공개와 관련해 이처럼 논란이 거세지자,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도 용서하는 때에 친일 문제는 공과를 균형 있게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불교, 기독교 등 7대 종단 대표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친일 문제는 국민 화합차원에서 봐야 한다”며 “과거청산위원회 분들이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는데, 정비를 하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해 과거사 관련 위원회에 대한 정비방침을 시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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