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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크로싱’ 탈북자들과 미국인들 울려


한국의 상업영화로는 처음으로 탈북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크로싱’이 어제 워싱턴에서 첫 시사회를 가졌습니다. 이 곳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제 5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의 하나로 이뤄진 이번 시사회는 탈북자들과 미국인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28일 워싱턴 시내 한 문화공간에 모인 80여 명의 관객들은 먹고 살기 위해 헤어져야 했던 한 북한 가정의 안타까운 사연을 숨죽여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특히 직접 사선을 넘었던 탈북자들의 감회는 남달랐습니다.

지난 1998년 처음 탈북한 이래 네 차례 북송된 끝에 2006년 12월 마침내 자유를 찾은 조은혜 씨입니다.

“영화를 보니까 우리가 옛날에 살아온 생활들도 되새겨지고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이 쪽에 우리도 살아왔지만은 저것보다 더 한 현실들이 많습니다.”

탈북자의 실제 이야기를 재구성한 한국 영화 ‘크로싱’은 제5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워싱턴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이날 미 의회도서관과 워싱턴 시내 문화공간인 에베네저스 커피하우스 (Ebenezer’s Coffee House)에서 두 차례 열린 시사회에는 ‘크로싱’의 기획을 맡은 패트릭 최 씨가 직접 참석해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북한 인권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는 최 씨는, “미국의 북한인권주간에 세계 최초로 ‘크로싱’의 시사회를 여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인기배우 차인표가 주연을 맡은 영화 ‘크로싱’은 병든 아내를 고칠 약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으로 탈북한 가장과 그를 찾아나선 어린 아들 ‘준이’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 몽골에서 4년에 걸쳐 제작한 이 영화는 북한 현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8일 워싱턴 시사회에 참석한 20여 명의 탈북자들은 영화와 매우 흡사했던 자신들의 아픈 경험을 되새기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탈북자 김영일 씨는 자신도 두만강을 건너 몽골을 거쳐 한국에 도착했다며, 영화에서 어린아들인 ‘준이’의 탈북 과정이 매우 실감났다고 말했습니다.

“차인표 씨가 병 때문에 중국으로 넘어왔고, 그게 사실 우리 평범한 사람들이 똑같이 겪었던 거거든요. 정치적 이유가 없어요. 먹고 살려고 두만강을 넘었고 어쩔 수 없이 다시 약이라던가 먹고 해서 다른 브로커에게 섞여서 대사관에 들어오고 이런 과정이 너무 똑같은 거에요.”

또다른 탈북자 안진희 씨는 2003년 4월 탈북한 이후 강제 북송되는 과정에서 아들과 생이별을 했다며, ‘준이’를 보니 헤어진 아들이 계속 생각난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 애가 헤어지면서 어머니 꼭 데리러 와야 됩니다, 그랬거든요. 연변 땅에서 중국 땅에서 그렇게 헤어졌거든요. 그 애가 살아있을지 어디 가서 굶고 있을지 아들을 찾지 못한 부모의 죄가..”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미국인들과 그들의 손에 이끌려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영화 속에 그려진 북한의 현실에 경악하면서, 이런 영화를 통해 전세계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태를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디네 코티-오다스 씨는 “영화에 그려진 모습은 과거의 일이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비참한 현실을 끝내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을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목사인 칼 월래스 씨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봐야 한다”며 “보다 많은 사람이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되면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보다 강력하게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시사회에는 북한 인권운동가들도 여러 명이 참석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본 어떤 영화나 다큐멘터리보다도 탈북자들의 현실을 잘 반영한 것 같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접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북한 인권운동을 펼치고 있는 박영걸 씨도 보다 많은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생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갖고 자기 일이 아니라고 해서 침묵을 하는 데 사실 그것은 범죄입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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