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이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과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핵 신고와 미국의 정치적 보상 문제에 관해 양측이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는 북한 외무성 발표에 대해, ‘아직 이행돼야할 부분이 남았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6자회담 미-북 수석대표 간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 양측이 핵 신고 문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9일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 간의 미-북 양자회담을 소개하면서, 회담에서 "10.3합의 이행을 완결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미국의 정치적 보상 조치와 핵 신고 문제에서 양측의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고 밝혔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이번 싱가포르 합의는 조-미 회담의 효과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며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의무사항 이행을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이 이행해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국무부 션 맥코맥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양측의 견해 일치가 이룩됐다’는 북한의 발표에 미국도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 싱가포르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이행돼야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답했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자기의 의무를 이행하면, 미국도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돼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9일 중국의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싱가포르 회담은 좋은 회담이었다고 말해, 양측이 회담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음을 내비쳤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 측과 좋은 회담을 가졌다며, 이로써 북한의 비핵화 2단계 조치의 걸림돌을 해결해 나가는 데 일부 진전을 이룰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은 3개월 이상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 핵 6자회담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8일 싱가포르에서 양자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사람은 회담에서 핵 신고 문제를 둘러싼 핵심쟁점인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에 대한 해결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라 지난 해 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정확하고 완전하게 신고하고, 6자회담 당사국들로부터 에너지를 지원 받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대신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 적용도 해제하는 절차를 시작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우라늄 농축 계획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과 관련해 미국과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핵 신고 마감시한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힐 차관보는 핵 신고에는 몇 개의 요소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북한이 생산한 풀루토늄의 양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김계관 부상과 핵 신고의 다른 주요 요소들에 대해서도 좋은 협의를 나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힐 차관보는 “아직 필요한 모든 사안들을 정리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해, 현 북 핵 협상 교착상태의 핵심 원인인 북한의 핵 신고 문제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았음을 내비쳤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회견에서 “최종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본국으로 돌아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보고하고 의회 청문회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9일 힐 차관보로부터 미-북 양자회담의 결과를 들은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가을까지는 북 핵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 부부장은 북 핵 협상이 현재 “기복 (Ups and Downs)”을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러한 기복을 점진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우 부부장은 이어 그러한 ‘기복’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올 가을 무렵까지가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은 외교부의 보도자료를 인용해 6자회담 당사국들이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단계로 대화를 진전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미-북 양측이 본국에서 이번 협상 내용을 승인할 경우 추가로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이 남아 있지만, 큰 틀에서 뭔가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