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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유가 고공행진으로 기업과 일반인 모두 고통 호소


미국 내 시사 동향과 화제들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미국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의 영향 때문인데요, 앞으로 차량운행이 증가하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연료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연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엠씨 = 이연철 기자, 지금 미국의 휘발류와 경유 등 연료 소매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죠?

이= 미국 자동차 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일 미국 전역의 무연 보통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23 달러를 기록했습니다.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해 5월21일의 갤런당 3.22 달러를 넘어선 것입니다. 휘발유가 이처럼 이제 막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면, 경유는 이미 사상 최고 기록을 넘어선 지 오랩니다.

미국 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경유는 지난 19일 중 18일 동안 가격이 올랐고, 지난 10일을 기준으로 갤런당 3달러 83센트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뉴욕과 캘리포니아, 펜실베니아, 버몬트 등 4개 주에서는 이미 4달러를 넘었습니다.이같은 연료가격 상승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백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국제유가가 2백 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휘발유와 경유 등 연료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메모리얼 데이 때 쯤 해서 휘발유 가격이 갤론 당 4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의 연료 가격 상승은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와 신용 경색, 그리고 일자리 감소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와 맞물려 있어 더 큰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엠씨= 미국인들은 그동안 연료가격 급등에도 좀처럼 소비를 줄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생활 습관이나 운전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면서요?

이= 그렇습니다. 먼저, 미국인들이 휘발유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미국 정부 자료에서 최근 몇 주일 간 미국의 휘발유 소비가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률도 5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대중교통협회는 지난 해 미국내 대중교통이용건수가 50년 만의 최고 수준인 100억 회를 넘었다고 밝혔습니다.또한 전통적으로 대형차를 선호하던 미국인들이 이제는 소형차에 눈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달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6% 줄었지만, 소형차 만큼은 5%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특히 가격이 가장 싼 차, 가장 작은 자동차의 판매는 무려 34%나 크게 늘었습니다. 이밖에도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늘고 있고, 아예 출퇴근 거리를 줄이기 위해 이사를 결심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엠씨= 아울러, 소규모 자영업자나 기업체들도 연료비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죠?

이= 그렇습니다. 농장이나 공장, 택시 회사 등 연료 가격 급등 여파로 충격에 빠진 업체들은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고유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이같은 업체들에서는 수익율이 4%만 되도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트럭으로 화물을 운송하는 업체들이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요, 신규주택 건설과 소비 지출이 줄어 들어 이미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연료 가격 상승분을 화물운송비용에 반영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트럭의 연료인 경유는 지난 1998년에 갤런 당 88센트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3.83 달러로 올랐습니다. 몇 년전만 해도 5백 달러 정도면 2주일을 운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사흘도 어렵다는 것이 트럭 운전사들의 하소연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까 결국 트럭 수리비를 줄일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이에 따른 사고 위험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트럭 회사들은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갖은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엔진이 2분이상 공회전을 할 때 자동적으로 엔진이 멎도록 하는 전자 장비들을 장착하는가 하면,과속을 방지함으로써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차량 최고 속도를 낮추는 장치도 트럭에 설치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거리 트럭 운전사들의 경우 밤에 차 안에서 잠을 자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난방이나 냉방을 위해 시동을 걸어 연료가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전기 발생 장치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회사들은 치솟는 연료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부 직원들을 해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엠씨= 한편, 최근들어 일부 기업들은 연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면서요?

이= 네, 앞에서 설명을 드렸습니다만, 그동안 연료 비용 절감을 모색하는 기업들은 최근까지도 온도계의 온도를 낮춘다거나 필요없는 전등을 끄는 등 대체로 첨단기술과는 관련이 없는 일들에 촛점을 맞췄습니다.그런데 지금은 연료 소비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첨단 친환경 소프트웨이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으며, 기업들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화물운송업체인 UPS를 예로 들면, 도로 상황에 따라 운전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는 장비를 도입함으로써 지난 한 해 동안 운행 거리를 3천만 마일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UPS는 그같은 기술을 통해 연간 평균 3백만 갤런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부동산 투자 관리 회사인 글렌보로는 건물 냉방 장치의 동력을 전력 요금이 가장 싼 시간에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1만 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프로그램이나 장비들을 도입하는데는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연료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데다가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여야 한다는 공공의 압력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같은 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체가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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