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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음악외교 본격적으로 나서나


북한 당국이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계기로 서방과의 음악 교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한 당국이 어제 뉴욕 필하모닉의 평양 공연에 이어 서방세계와의 음악 교류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 좀더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답: 네, 한국의 `연합뉴스'는 어제 영국 런던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세계적인 기타리스트인 팝 가수 에릭 클랩튼의 평양 공연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나라 간 이해를 증진하기 위해선 전시회, 음악회와 같은 문화외교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 가을로 예정된 북한 조선 국립교향악단의 영국 공연에 대해, “고립된 나라, 가난한 나라로만 알려진 우리를 제대로 보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해 서방과의 지속적인 문화교류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강능수 문화상은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으로부터 정식 초청을 받을 경우 북한 오케스트라가 미국을 방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전에도 서방과의 교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4월 평양에서 열린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미국의 그래미상 수상경력의 인기 가스펠 그룹 ‘캐스팅 크라운즈(the Casting Crowns)’를 초청하거나 서커스단이 해외공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뉴욕 필 공연에 이어 북한이 추진 중인 이 행사들은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대형 이벤트라는 점에서 북한의 새로운 대서방 특히 대미 외교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혁명성 강화 또는 체제안정에 음악을 활용하는 이른바 ‘음악정치’를 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음악을 통치수단으로 활용해 온 북한 정권의 특성이 ‘음악외교’로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답: 네, 음악외교는 대상이 자국 국민이 아닌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라는 점, 그리고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통치 행위가 아니라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외교적 교류라는 점에서 음악정치와 다르지만 정치행위에 음악을 수단으로 한다는 점은 같다고 하겠습니다.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는 “북한 정권은 이른바 음악정치를 통해 음악이 갖고 있는 위력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한 정권 차원의 큰 관심으로 수준도 상당히 높다”며 “서방세계에 자국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음악을 고른 것은 일종의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연성이나 음악인으로서의 자유로움은 부족하긴 하지만 음악적 기교나 해석에선 상당히 탁월합니다. 그들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기 때문에 유럽이나 외국으로 진출하려는 것이고, 제가 생각하기엔 어중간한 한국 오케스트라보다는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씨는 또 팝 가수를 포함한 외국 음악인들의 공연을 북한 측이 허용하려는 데 대해 “이 정도의 개방이 북한주민들에게 별 변화를 주진 않을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음악외교 의지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입니다만 북 핵 문제 등 보다 본질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에도 교류가 계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데요

답: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음악외교가, 북 핵 문제가 지체국면에 빠지면서 냉랭해진 미-북 관계를 우회적으로 돌파하기 위해 두 나라가 동시에 동원하고 있는 외교적 카드로 풀이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와 북한간 문화교류는 단기적으론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지 여부의 최대변수는 역시 북핵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당분간 이런 음악외교는 확장될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북핵 문제가 얼마만큼 풀려 가느냐에 따라서 음악외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북미간 신뢰를 촉진시키는 변수로서 음악외교가 기여하지만 또 하나의 측면에선 본질적인 문제인 북핵 문제가 답보상태에 빠지거나 교착국면이 오래 갈 경우 이런 음악외교도 일순간에 식어버릴 수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문: 한편 뉴욕 필이 오늘 평양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과의 협연 등 일정을 마치고 서울 공연을 위해 방한하지 않았습니까? 뉴욕 필의 오늘 움직임을 간추려 주시죠.

답: 네, 뉴욕 필은 오늘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평양 모란봉 극장에서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사상 처음으로 실내악 협연을 가진 뒤 오후 1시 55분쯤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김 국방위원장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당초 기대와는 달리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앞서 협연에선 뉴욕필과 조선 국립교향악단에서 각각 4명씩 8명으로 ‘북미 협연단’을 구성해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와 미국 어린이들이 북한 어린이들을 위해 작곡한 ‘조용함’ 등 두 곡을 연주했습니다.

‘조용함’은 뉴욕필 단원인 존 디크로부터 음악 레슨을 받고 있는 방글라데시계 미국 소녀 사라 카스밀라가 북한 어린이들에게 주는 선물로 작곡한 곡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 필 지휘자 로린 마젤은 특히 오전 11시부터 모란봉 극장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 앞에서 직접 지휘하는 이벤트를 연출해 역사적인 평양공연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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