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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구 소련 지역 영화들, 아카데미 후보로


지난 한주간 미국 영화계의 화제와 소식을 전해드리는 ‘영화이야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근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진행자: 참 요즘 워싱턴 날씨는 겨울인데도 겨울 같지가 않아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영화에서도 겨울하면 의례 눈덮인 풍경이나 코트깃을 여미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행인들이 생각나지않습니까? 추위 속에서도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속삭일 때 불어져 나오는 입김의 따뜻한 느낌도 있구요. 그런데 요즘 워싱턴은 눈 보기도 쉽지않구요, 오늘 방송국에 올 때도 기온만 봐서는 겨울같지가 않아요. 아마 필름에 담는다고 해도 늦가을이나 초봄같은 느낌밖에 안들겁니다.

진행자: 겨울 풍경 찍기는 점점 어려워지겠는데요. 날씨는 그렇구요, 자 오늘은 어떤 영화 소식을 가져오셨습니까?

기자: 네. 매년 초 미국에서는 지난 한 해 영화계를 결산하는 시상식이 열리죠. 이번 달에도 이미 ‘골든글로브시상식’과, 또 미국 영화배우조합인 ‘액터스길드시상식’이 이미 열렸죠. 다음달 24일에는 올해로 80회째를 맞은 ‘아카데미시상식’이 개최되는데요, 오늘은 최근 발표된 ‘아카데미시상식’ 후보작들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진행자: 올 해 ‘골든글로브’는 실제로 시상식이 개최되지는 않았죠?

기자: 맞습니다. 제가 ‘영화이야기’ 시간에도 몇 차례 말씀을 드렸는데요, 미국은 지금 세달 째 작가 파업이 계속되고 있죠. 그래서 영화나 TV 프로그램도 정상적으로 제작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골든글로브’도 작가들의 요구를 지지하는 배우들이 불참 선언을 하면서, 결국 시상식은 열리지 않고 약식으로 수상자만 발표하고 끝났습니다. 다행히 액터스길드시상식은 정상적으로 열렸구요.

진행자: ‘아카데미시상식’은 계획대로 정상 개최됐으면 좋겠네요. 자 조금전에 올 해 후보작들을 살펴본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작품들이 있습니까?

기자: 아카데미에서는 정말 영화와 관련해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시상을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최고외국어영화’ 부분을 살펴볼까 합니다. 특히 올해는 후보작 5편 중에 구 소련 지역에서 제작된 영화가 2편이나 들어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진행자: 어떤 영화들이죠?

기자: 우선 카자흐스탄 세르게이 보르도프 감독의 ‘몽골’이라는 영화인데요, 몽고제국을 건설했던 징기스칸 테무진의 삶을 그린 역사물이라고 합니다. 카자흐스탄 영화가 아카데미 후보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진행자: 기대되는데요.

기자: 그렇죠. 특히 최근 미국 관객들에게 카자흐스탄은 좀 왜곡되고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기억돼있거든요. 카자흐스탄 기자를 희화한 코미디 영화 ‘보랏’ 때문인데요, ‘몽골’이 이번에 수상작으로 결정되고 미국에서도 상영된다면 미국에서도 카자흐스탄 문화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진행자: 두 번째 후보는 어떤 영화입니까?

기자: 네. 영화 제목이 숫자 ‘12’인데요. 미국 영화를 러시아에서 새로만든 작품입니다. 러시아 양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체첸 청소년의 재판과정이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영화는 그 전에도 아카데미 영화제에 여러 차례 후보로 올랐었죠?

기자: 그렇습니다. 러시아 영화가 후보에 오른 것은 이번이 4번째구요, 구 소련 시절까지 합치면 13번째나 되죠.

진행자: 수상작도 나왔나요?

기자: 구 소련 시절에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영화상을 세 번 받았는데요. 가장 최근 작품은 1980년작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입니다.

진행자: 저도 영화제목이 어렴풋이 기억나는데요.

기자: 그러실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참 좋아하구요, 또 취재 때문에도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인데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는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을만합니다. 아마 북한에 계신 청취자 중에도 보신 분들이 있을 거에요.

블라디미르 멘쇼프 감독이 만들었는데요, 한 여성 근로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주의 소련의 삶을 잔잔하지만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주변 분들에게 이 영화를 꼭 보시라고 많이 권해드렸는데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도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서기장과 역사적인 상회담을 하기 전에 이영화를 여러 번 봤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진행자: 저도 DVD로라도 한 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근삼 기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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