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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 이안 맥커원의 소설 ‘속죄’ 영화로 개봉


안녕하세요? 여러가지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리는 ‘문화의 향기’ 시간입니다. 오늘은 뉴욕에서 가장 오래 된 유대교 예배당이 최근 보수를 끝내고 새로 단장해 문을 연 소식에 관해 전해 드리겠습니다. 이어서 골든 글로브상 최다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는 새 영화 ‘Atonement (속죄)’의 내용을 살펴보고,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얘기도 들어보겠습니다. 오늘 ‘신간안내’ 시간에는 민권운동의 뿌리를 살펴보는 글렌다 엘리자베스 길모어 교수의 ‘Defying Dixie (남부에 대항하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먼저 지난 한 주 동안의 문화계 소식 간추려 드립니다.

- 프랑스 정부 당국은 남서부 도르도뉴 지방에 있는 라스코 동굴 벽화의 곰팡이 피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3개월 동안 동굴을 폐쇄하고 공기순환 장치를 교체하기로 하는 등 긴급조치에 나섰습니다. 라스코 동굴 벽화는 약 1만7천년전 구석기 시대 후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선사시대 유물입니다.

- 러시아 정부가 작품대여를 거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취소될 뻔 했던 영국에서의 러시아 작품 전시회가 우여곡절 끝에 예정대로 열리게 됐습니다. ‘러시아에서: 1870년에서 1925년 사이 프랑스와 러시아 미술 거장전’ 은 영국 사법 당국이 정부간 대여미술품 몰수 금지법의 시행날짜를 전시회 개막전으로 앞당김으로써 예정대로 열리게 됐습니다.

- 네델란드의 유명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스케치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습작 공책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감자 먹는 사람들’, ‘탕기 영감의 초상’ 등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이 습작 노트는 제2차 세계대전말 그리스에서 나치 독일군이 후퇴하던 당시 그리스 레지스탕스 단원들이 나치군으로터 압류한 것입니다. 이 공책이 진품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숀 펜이 오는 5월 프랑스 칸느에서 열리는 제61회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선정됐습니다. 숀 펜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의 반대자로 유명하기 때문에 올해 칸느 영화제는 정치적인 성격이 강할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화계 단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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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출신 유대계 미국인들이 지은 미국내 첫 유대교 예배당이이 최근 보수 공사를 끝내고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뉴욕 맨하탄 시내에 있는 엘드리지가 유대교 예배당 보수공사는 20년 동안 총 2천만 달러가 소요됐습니다.

‘칼 아다스 제수룬 안세 룹스’라고도 불리우는 엘드리지가 유대교 예배당은 현재 중국 식당과 상점이 모여있는 차이나 타운에 위치해 있습니다. 1887년에 건설된 무어 양식의 이 건물은 50년 동안 뉴욕 맨하탄내 이스트 사이드 아랫쪽에 정착한 동부 유럽 이민자들의 예배 장소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이 예배당이 문을 열기 전에는 마땅히 예배 드릴 곳이 없었기 때문에 유대인 이민자들은 가정집이나 가게 앞에서 예배를 드리곤 했다고, 엘드리지가 유대교 예배당 박물관의 부관장인 에이미 밀포드 씨는 말합니다.

밀포드 부관장은 엘드리지가를 보면 유대인들의 상징인 다윗의 별이 그려져있는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들 건물은 유대교와 관련이 있음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에서 온 유대인들에게 대단히 놀라운 일이었다고 밀포드 씨는 말하는데요. 왜냐하면 이들 유대인들은 유럽에서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1950년대에 이르러 유대계 이민자들이 맨하탄 윗쪽과 브룩클린으로 옮겨 가면서 엘드리지가 유대교 예배당의 신도 수도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정통파 유대인들 만이 남아 예배당 지하실에 모이곤 했습니다.

한때 신도들이 넘쳐나던 예배당이 쇠락길에 접어들면서, 지붕이 새고, 색유리와 구리 장식, 벽화 등이 손상되는 등 대대적인 보수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밀포드 씨는 예배당 천장을 가로지르는 들보에 비둘기가 집을 짓고 살 지경에 이르렀었다고 말합니다.

웅장하던 건물이 황폐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 역사학자 제랄드 울프 씨를 중심으로1980년대 중반 예배당의 옛 모습을 살리려는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엘드리지가 유대교 예배당 박물관의 부관장인 밀포드 씨는 예배당 건물이 새 건물처럼 보이게 하려고 애쓰지 않았다고 말하는데요. 바로 그 점이 이번 보수공사의 특징이라고 말했습니다. 예배당 건물이 지나온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건데요. 일부분은 일체 보수를 하지않고 그대로 남겨서, 건물이 지나온 세월을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밀포드 씨는 뉴욕에 거주하는 유대계 미국인들에게 엘드리지가 예배당의 이번 보수 공사는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는데요. 왜냐하면 엘드리지가 예배당은 앞으로 박물관과 교육센터의 기능을 맡게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의 1백여년 동안 이 곳에 모여 예배를 드렸던 정통파 신도단은 계속 여기에 남을 것이라고 밀포드 씨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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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작가 이안 맥커원의 소설 ‘속죄 (Atonement)’가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됐습니다. 키이라 나이틀리, 제임스 맥거보이 등 영국의 인기 배우들이 출연한 이 영화는 작품상과 주연남우상, 주연여우상 등 골든 글로브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습니다.

1935년 더운 여름날 13살난 브라이오니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언니 시실리아와 가정부의 아들 로비가 분수 옆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두 사람은 골동품 꽃병을 놓고 다투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브라이오니는 장차 작가가 되길 꿈꾸는 문학소녀입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브라이오니는 시실리아와 로비가 서로에게 품고있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브라이오니는 나중에 집안 서재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오해를 하게 됩니다.

로비와 시실리아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브라이오니는 로비를 아동 성 폭행범으로 몰아세우기에 이르릅니다.

브라이오니의 증언 때문에 세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곧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브라이오니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든 것이 너무 늦었습니다.

로비 역을 맡은 제임스 맥거보이 씨는 ‘속죄’는 감정을 자극하는 영화라며, 눈물 나는 장면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의 지성을 자극하기도 한다고 맥거보이 씨는 말하는데요. 영국에서 계급사회가 막 무너지기 시작할 무렵을 배경으로 당시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로비는 가정부의 아들이지만 잘 생기고 재능이 많은 젊은이인데요. 의사가 되겠다는 야심을 갖고있는 로비는 당시 영국의 상류층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한 계급에도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고 맥거보이 씨는 설명했습니다.

로비를 사랑하는 시실리아 역은 키이라 나이틀리 씨가 맡았는데요. 영화 ‘속죄’는 로비와 시실리아 관계 뿐만이 아니라, 시실리아와 동생 브라이오니의 비극적인 관계를 보여준다고 나이틀리 씨는 말합니다.

나이틀리 씨는 브라이오니가 저지르는 실수는 매우 인간적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브라이오니는 나중에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 속죄하려고 하는데 이같은 일을 하는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나이틀리 씨는 말합니다.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자신이라면 그같은 입장에서 어떻게 했을까 자문하게 한다고 나이틀리 씨는 말했습니다.

‘속죄’를 연출한 조 라이트 감독은 지난 2005년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 영화를 연출했었는데요. ‘오만과 편견’ 때와 마찬가지로 원작에 충실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합니다.

라이트 감독은 작가가 쓴 훌륭한 소설을 영화의 형태로 그대로 되살리는 것이 목표였다며 매우 신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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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내 시간입니다.

예일대학교 역사학과의 글렌다 엘리자베스 길모어 교수는 미국에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활발했던 민권운동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고 말합니다. 길모어 교수는 최근에 발표한 ‘Defying Dixie (남부에 대항하기)’란 제목의 책에서 인종차별 정책 폐지를 위한 노력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미 시작됐다고 말하는데요. 미국 민권운동의 뿌리는 192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 기간동안 미국 남부에서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싸웠던 급진주의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민권운동의 급진주의 뿌리, 1919년에서 1950년까지’란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민권운동의 여러 작은 영웅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흑인 동성애자로 여권운동가이기도 했던 폴리 머레이의 경우, 1939년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 인종차별 철폐운동을 주도하다가 실패로 끝났지만, 평생을 사회운동에 바쳐 마침내 1977년에는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성공회 신부가 되기에 이르렀다고 길모어 교수는 소개하고 있구요. 또 미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흑인 공산주의자였던 로벳 포트-화이트맨도 소개하고 있는데요. 길모어 교수는 1920년대와 1930년대 미국에서 완전한 평등을 믿었던 이들은 공산주의자들이었다며, 인종평등에 대한 그들의 이상이 나중에는 결국 미국의 이상이 됐다고 길모어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문화의 향기,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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