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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김정일 친서교환…미-북 관계개선은 아직 먼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데 이어, 지난 주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구두로 답신을 보내오면서 미-북 관계의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여기에 미국의 대표적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북한 공연이 확정 발표되면서 '미-북 관계 개선'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양측의 관계 발전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핵 문제 해결은 북한의 핵 신고를 둘러싸고 좀처럼 진전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이에 관한 내용을 좀더 알아보겠습니다.

문: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지난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구두로 답신을 보내왔지요. 지난해까지도 양측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하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답: 그렇습니다.부시 대통령은 임기 초 '악의 축' 발언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도 북한 정권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낮추지 않았구요,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으로 이런 비난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는 대북 정책 측면에서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같은 강경책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6자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죠. 특히 북한의 핵 시설 폐쇄와 불능화라는 실질적인 조치가 취해지면서 양국 간의 관계도 외교나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이번에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메시지 교환은 이런 변화를 더욱 잘 느끼게 해주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큰 도약’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이 발표되고,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 전달이 알려진 후에 미국은 여기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북한의 핵 신고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 아닙니까?

답: 네,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말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답신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답신에 대해서는 의미를 두지 않은 채 자신이 김정일 위원장으로 부터 기다리는 것은 완전한 핵 신고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 앞서 뉴욕 필의 평양 공연 발표 후에도 미국 국무부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은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거듭 밝혔습니다.

이런 모습은 현재 북한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가 양국 관계 변화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올해 안에 북한의 핵 신고를 받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 내 보수세력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해 '강경'에서 '대화'로 돌아섰습니다.

이후 6자회담이 진전을 이뤄왔지만, 다시 북한의 핵 신고라는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북한은 당초 올해 안에 핵 신고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연말이 2주 밖에 남지 않은 아직도 핵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의 친서도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박으로 보는 것이 더욱 적합할 것입니다.

문: 관계 개선 움직임이라기 보다는 핵 신고를 받아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라는 말씀이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제 부시 대통령의 임기도 1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임기 내에 북 핵 문제 해결이라는 외교적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당초 미국이 예상한 일정대로 핵 신고가 이뤄지고, 내년에는 이를 토대로 실질적인 핵 해체로 이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도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방북과 친서 전달이라는 전에 없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죠.

문: 북한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사실 김정일 위원장이 구두로 답신을 보내기는 했지만, 외교적 관례로 봤을 때는 상당히 냉랭한 반응이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답신의 내용인데요. 미국 정부는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일부 외교소식통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답신을 잘 받았다는 것 외에는, 미국이 약속을 지켜야 북한도 약속을 지키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반복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더욱 강경한 어조로 북한의 완전한 핵 신고를 강조한 것이구요.

문: 미-북 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결국 북한의 핵 신고와 이를 통한 6자회담의 진전이 분수령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와 관련한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 전문가들은 연내 핵 신고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이 핵 신고 초안을 제출하더라도 이것이 핵 신고로 연결되려면 또 다시 추가 논의가 필요한데, 2주라는 남은 시기를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죠.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달 내에 북한과 추가 협의를 벌여서라도 의미있는 핵 신고를 받아낸다는 입장을 여전히 밝히고 있습니다.

중국도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이번 주에 북한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하니까요, 연말에 극적인 핵 신고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겠습니다.

북한이 핵 신고라는 결단을 내리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관계 개선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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