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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국방장관 회담 ‘뿌리깊은 시각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이틀째를 맞았지만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원론적인 부분부터 시각차가 워낙 커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오늘만 전체회의 외에 세 차례 실무대표 회의를 열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밤늦게까지 회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자칫 이번 회담이 별 성과없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자세한 소식 서울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 나가 있는 VOA 김환용 기자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남북이 어제 서로의 뚜렷한 입장차를 확인해선지 오늘 오전 속개된 전체회의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구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남측 수석대표인 김장수 국방장관은 평양 송전각 초대소에서 열린 전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 인민무력부장께서 말씀하신 것과 토론과정에서 말씀하신 내용이 원론적인 문제부터 우리와 의견차가 크다고 느꼈다”고 토로했습니다.

김 장관은 또 “내일이면 돌아가는데 큰 부담이다, 이루고 가야 하는데 오늘은 좀 더 접근된 상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자못 무거운 분위기로 회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앵커: 원론적인 문제부터 걸린다고 했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남측은 이번 회담에서 각종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 조치 마련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 간 군사적 신뢰구축이라는 원론적인 부분에서 서로 간의 이견이 확연히 드러나면서 경협 관련 의제도 접근이 안되는 양상입니다. 남북은 상호 신뢰구축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임을 공감하고 있지만 그 방법론은 사뭇 다릅니다.

남측은 한반도 비핵화가 신뢰구축의 선결조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만 북측은 전쟁억제 노력과 적대행위 금지, 무력 불사용 원칙 등에 남측이 가시적인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측의 뿌리깊은 시각차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대목입니다.

앵커: 어제 북측의 모두발언에서 나온 종전 선언을 위한 군 당국 간 협력 제안도 남측 입장과는 좀 다른 것 아닙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 또한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논의 틀을 어떤 차원에서 만드느냐는 양쪽의 시각차를 드러낸 대목으로 분석됩니다. 남측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지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가동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신뢰구축 문제를 남북한 양자 차원에서 풀자는 해법입니다.

이에 북측은 한국전쟁 관련국들의 종전 선언을 위한 협력을 군 당국 간에 하자는 제의를 했는데요. 이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염두에 둔, 즉 삼자구도를 전제로 한 방법론으로 보입니다.

북측 수석대표인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은 오늘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먼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종식시키기 이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견차이가 과거처럼 상대방 발목잡기식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무엇보다 종전 선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이고 현재 핵 불능화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종전 선언과 관련해 북측이 남측을 ‘교전당사자’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북측은 이번 회담에서 종전 선언 문제에 있어서 남측이 교전당사자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는 입장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군사 문제에 있어선 미국만을 상대 당사자로 인정했던 종전 입장에 대한 변화의 징후로 여겨집니다. 이런 북측 입장 변화로 향후 군사당국 간 접촉에서 종전 선언을 위한 논의가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앵커: 서해 북방한계선 즉 NLL 문제,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서해 공동어로구역 위치 문제도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지요. 양측의 입장차를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기자: 네 공동어로구역 설정 문제는 사실상 이번 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윱니다. 이미 보도한 대로 북측은 공동어로구역을 남측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과 자신들이 해상불가침 경계선으로 주장하고 있는 해상 군사분계선 사이로 정하자는 입장입니다.

북측이 주장하는 해상 군사분계선은 지난 1999년 1차 서해교전 직후 한강하구에서 끝난 군사분계선을 서해쪽으로 비스듬히 그어내려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입니다. 이번 공동어로구역 설정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이 문제가 영토와 직결되는 아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즉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선을 사실상 영토경계선으로 보고 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측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해상불가침 경계선 뿐만 아니라 군 인사교류, 대규모 훈련일정 상호통보 군축 문제 등을 협의하자고 제의하면서 돌파구를 열어보려 했지만 북측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 문제를 놓고 남북이 뼈있는 말을 교환했다고 하던데요, 어떤 얘기였습니까?

기자: 네 북측 김 부장은 오늘 모두발언에서 "북방한계선을 놓고 남측 수구파가 말씀을 많이 한다. 심한 것 같다"며 "이런 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통일이 주춤하고 내분이 생겨서 안된다.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사실상 NLL 재설정을 주장하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수구도 있고 보수도 있으며 이는 남측 체제의 특징"이라며 "아주 다양한 의견들이 통일되지 않고 나오는 것이 우리 체제의 특징이다. 내가 말하는 것을 남이 비판하면 나도 싫다. 하지만 그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넘어간다"고 차분하게 대응했습니다.

앵커: 전체회의에 이어서 실무대표 접촉도 있었다지요. 원론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달라 실무접촉 역시 그리 순탄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실무대표로 남측에서는 정승조 국방부 정책기획관, 회담 대변인인 문성묵 북한정책팀장, 황봉연 통일부 정치군사회담 팀장이, 북측에서는 김영철 중장과 박림수 대좌, 박기용 상좌 등이 각각 참석했는데요. 남측에선 ▲공동어로구역 한 곳 시범운영 ▲최고 군사당국자 간 직통전화 개설 ▲국군포로 생사확인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공동발굴사업 추진을 거듭 제안했습니다.

특히 문산 봉동간 화물수송열차 개통,한강하구 개발, 북한민간선박 해주직항로 이용,서울-백두산간 직항로 개설 등 경협사업에 필요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우선 해결하자고 제의했습니다. 하지만 경협사업과 관련된 군사보장조치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원론부분의 의제 특히 공동어로구역 설정문제가 막히면서 제대로 협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측은 남북간 교전이 벌어졌던 NLL부근 해상에서의 교전수칙을 재정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측 문성묵 회담 대변인은 “군사적 대책을 폭넓게 토의했으나 주요사안에 대한 기본입장 차이로 협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위치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실무대표를 제외한 남측 대표단 열일곱명은 오늘 오후 2시평양시 강동군 대박산 기슭에 있는 단군릉을 참관했습니다. 김장관은 방명록에 “ 단군의 뜻에 따라 하루빨리 민족통일이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라는 글귀를 남기고 단군역사에 대해 남북 고고학자들이 함께 연구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남북 대표단은 오후 7시 남측 김 장관이 주최하는 만찬을 함께 했습니다. 남북은 회담 마지막 날인 내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회담을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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