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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 신고 관련 대북 요구조건 공개해야' - 전문가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최근 지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한 돌파구를 찾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의 방북을 6자회담의 진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과의 핵 신고 협상이 실효를 거두려면 미국이 요구조건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근삼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과 관련, 최근 북 핵 2.13 합의 이행이 늦어지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그가 보다 적극적인 해결에 나선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6자회담과 관련한 현재의 진전상황을 고려할 때 힐 차관보의 방북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면서, "합의사항 이행 속도를 좀 더 빠르게 하려는 것이 힐 차관보의 방북 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힐 차관보의 방북으로 현 상황에서 6자회담 진전을 위한 새로운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 합의에 따라 올해 안에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를 비롯한 3개 핵 시설을 불능화하는 한편,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해야 합니다.

미국은 북한이 신고해야 할 핵 프로그램에 핵무기와 핵 시설, 장비, 핵 확산 내용 등 외에 우라늄 농축 계획, 기존에 추출된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 외에 특히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의 존재, 그리고 기존에 추출된 플루토늄의 양 등을 놓고 미국 측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 소재 아시아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도 힐 차관보의 방북이 핵 신고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힐 차관보는 북한과 핵 신고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면서 "핵 신고는 많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방문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이 단순히 연내 북 핵 2단계 조치 이행이라는 단기적 목표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 핵 시설 불능화와 핵 신고, 또 이에 따른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는 현실적으로 올해 안에 마무리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힐 차관보의 방북은 2단계 이행을 넘어서, 핵 해체라는 다음 단계 과정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과연 약속대로 완전한 핵 신고를 할 것이냐는 데 대해서는 여전히 미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당사국들이 일관된 입장을 보인다면, 북한도 완전한 핵 신고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은 6자회담에서 완전한 핵 신고를 하기로 이미 합의했고, 이를 거부하면 국제사회의 더욱 심각한 제재라는 힘든 국면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미국 외의 다른 당사국들도 북한의 지연전술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면, 북한은 국익을 위해 완전한 핵 신고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이어 핵 신고가 실효를 거두려면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앞서 요구조건을 명백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래야만 미국이 서둘러서 북한의 불완전한 핵 신고를 받아들였다는 비판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이 핵무기를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매우 자명하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북한이 플루토늄이나 농축 우라늄과 관련해서 어느 정도까지, 얼마나 상세히 신고할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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