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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북한은 중국-미국 역학 구도 이용


북 핵 2.13 합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올들어 북한 정부의 활발해진 대외 행보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오랜 우방인 중국과 거리를 두려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측의 움직임은 대외관계 다변화를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미국의 한 전문가가 주장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현재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축소하려 하고 있지 않으며, 다만 미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의 해리 하딩 교수가 분석했습니다.

하딩 교수는 20일 워싱턴주재 한국대사관 홍보원 코러스 하우스에서 열린 강연에서, 북한이 한반도 문제에 중국의 참여를 지속적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감지하지 못했다면서, 다만 북한이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의 협상 방법을 바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딩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이용해서 중국에 대항하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또한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측은 북한의 대외정책이 바뀌고 있다는 가능성에 염두에 두고 북한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 당국이 지난해 핵실험을 전후해 오랜 우방인 중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뚜렷한 현상이라며, 북한의 대미 관계개선도 이런 의도와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동참하면서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인 하딩 교수는, 중국 정부는 과거에는 북한의 핵 보유에 동조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을 굳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마오쩌둥 주석 통치 당시 중국은 미국과 소련의 양극체제를 다변화 하기 위해 북한의 핵 보유를 지지했다고 하딩 교수는 말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일본과 한국, 대만 등 주변국들에 핵 개발의 구실을 주게 될까 염려해 북한의 핵 보유를 꺼리게 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하딩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의 확산을 크게 우려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됐는데,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꾀하는 신장 위구르족과 같은 세력에 전파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고 하딩 교수는 말했습니다.

하딩 교수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이해는 비핵화와 북한 정권의 유지, 그리고 제2의 한국전쟁 방지로 요약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현 북한 정권이 붕괴할 경우 촉발될 수 있는 북-중 접경지역의 혼란은 가뜩이나 통제가 되지 않는 조선족 자치구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중국 정부가 매우 꺼리는 부분이라고 하딩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이라는 공통 목표 하에 중국은 최근 미국, 한국 등과 외교정책의 큰 틀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북한 정권의 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에 대북 제재에 있어서는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딩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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