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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 '북한, 경제난으로 민간무역 활발'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북한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무역에 뛰어들고 있다고 영국의 유력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 내 조선족과 탈북자 20명을 심층 인터뷰해 작성한 특집기사를 통해 북한 내 변화는 북한 정권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최근 북한에서 일고 있는 경제 변화는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의해서가 아니라 민중에 의한 변화라고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신문이 20일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 내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과 탈북자 2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생존을 위한 북한주민들의 노력으로 메마른 북한 땅에 간이시장과 무역 활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중국의 북동부에 숨어지내는 북한 탈북자들의 수는 1만에서 3만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이들은 중국의 생활기준으로도 낙후된 지린과 흑룡강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탈북자 가운데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중 일부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북한에 거주했던 사람들로 최근 북한의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 현실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이 가운데 1년 전 탈북해 중국 북부 오지의 한 마을에 숨어지내는 32살의 박 씨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시절 남동생과 누나, 그리고 누나의 자녀들이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박 씨는 이후 생존을 위해 국수장사에 뛰어들었지만, 당국으로부터 “자본주의에 굴복하지 마라, 그리고 친애하는 지도자가 식량난을 해결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장사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이러한 이유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생존 노력을 막는 정권임을 깨닫고 북한을 탈출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탈북자는 경제특구 라진의 경우 모든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남자들은 여전히 일을 하러 가서 출근 장부에 이름을 올려야 하지만, 실제로 할 일이 없어 때로는 그냥 앉아있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월급을 받지 못하고, 운이 좋은 달은 15일치 식량으로 옥수수를 배급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남성들 대신 여성들이 점차 경제적 가장 노릇을 하고 있으며, 여성들은 산간 지역에서 식용 약초를 채집하거나 집에서 만든 스낵 등을 시장에다 내다 파는 등, ‘장사’를 통해 생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생존을 위해 장사에 나서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역에는 시장이 번성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전했습니다. 예를 들어 회령 시장에서는 구호물자로 전달된 한국의 쌀이 버젓이 국호가 찍힌 포대에 담겨져 거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 쌀은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1kg 당 북한돈으로 9백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가격은 북한 노동자의 평균 월급이 3~4천원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비싼 것이지만, 거래는 모두 물물교환이 아닌 화폐로 이뤄지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뇌물수수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한 국경 담당 관리는 1천 위안, 즉 한국돈으로 약 12만원이면 중국에 가족이 없어도 북한주민들의 중국 방문이 가능하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 당국도 이 같은 뇌물수수 행태를 알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지 않고 6개월마다 국경 관리 업무자를 교대하며 골고루 수입을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추세라고 또 다른 탈북자는 전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처럼 북한경제의 악화로 무역이 성행하고 초기 단계의 상인 계급이 탄생하게 되면서 북한 정권의 딜레마 역시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같은 변화가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국가들이 겪은 자유시장 개혁의 초기 단계로의 전환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북한주민들의 자립경제 활동은 결국 북한 정권의 통제수단을 약화시켜 정권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현재 이를 묵인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확산 속도가 지나치다고 느낄 경우 곧 단속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한 북한 전문가가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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