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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정원 '북 2.13 합의 이후 대외활동 1백여 건'


올해 초 이뤄진 북 핵 2.13 합의 이후 북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국제교류가 1백 여 건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같은 분석은 지난 2002년 2차 북 핵 위기 이래 잔뜩 움츠렸던 북한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관측에 설득력을 더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의 보도입니다.

북 핵 6자회담 `2.13 합의' 이후 최근까지 북한 고위급 관계자들이 대외교류 활동을 가진 횟수가 1백 여 건에 달했고, 대상국가도 아시아.태평양 중심에서 아프리카와 유럽 지역 국가 등으로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오늘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북한 동향을 보고했습니다.

김 원장은 "지난 2.13 합의 이후 8개월간 북한의 고위 대표단 교류는 100건으로 늘어났다”며 “대상 국가도 아시아 태평양 지역 중심에서 아프리카.유럽 지역으로 다변화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원장은 "북한이 장기적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효율성 개선과 외부 수혈 등 다각적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북미 관계 개선과,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정세가 호전되는 것을 활용한 적극적인 대외 활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는 현 시점을 외교활동에 유리한 때로 판단해, 외교 진지 구축에 나섰다고 분석했습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 "213 합의 이후 북미 관계 개선의 속도가 빨라지고, 남북간의 개선도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여유를 가진 북한은 그동안 미뤄왔던 국제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대외 행보를 살펴보면, 지난 4월 24년간 단절됐던 미얀마와의 외교 관계 복원을 시작으로, 최근 6개월간 과테말라, 도미니카 공화국, 아랍에미리트연합, 몬테네그로, 스와질란드 등 5개국과 수교를 맺었습니다.
또 올해로 80세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알제리, 에디오피아, 이집트를 순방한 것도 북한의 대외 활동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김영일 북한 내각 총리도 지난달 26일, 베트남을 시작으로 13일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를 차례로 방문했습니다.

북한 고위 지도자가 대표단을 이끌고 해외 순방에 나선 것은 지난 2001년 김영남 상임위원장 이후 6년만의 일입니다.

김영일 총리 일행은 방문 일정 중 대부분을 해당국가의 산업·관광 시설을 시찰하는 등 ‘경제 배우기’에 열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김 총리는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베트남 기획투자부(MPI)로 달려가 외자 유치 과정을 상세히 묻는 등 관심을 나타냈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남.북한은 물론, 북한과 서방과의 관계가 6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화해무드로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더욱 많은 관심이 모아졌었습니다.

이와 관련, 동국대 김용현 교수는 이 같은 북한 지도자들의 대외 활동은 주로 경제 외교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합니다.

동국대학교 김용현 교수: "북한 입장에선 경제상황이 대단히 어려운 조건에서 이것을 극복해야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외교가 중요한 국가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주요국가들 다양한 국가와의 관계 개선 속에서 투자협정 보장, 경제협정 체결 등 경제 외교를 통해 북한의 내부적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외부와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대외 활동에 설정해 놓았던 금기사항이 하나씩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은 기관지를 통해 ‘세계 속의 조선’ ‘국제 경제관계’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 대외 정책의 변화를 주창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세계 속에 조선이 있다” “맨 주먹을 가지고 생산과 건설을 다그치던 시기는 지나갔다” 등의 자본주의적 냄새가 물씬 나는 주장들을 싣고 있습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역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핵 6자회담 합의 사항을 보고하게 한 것을 두고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지난 2.13 북핵 합의, 남북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이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며 이는 동북아 국제 관계의 재편 과정과 맞닿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근 북한은 국제금융시스템 재진입을 위해 외국과 북한내 합영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은 올해 각국과의 투자보장협정 등 경제협정 체결이 크게 늘었고 상품전람회, 투자유치 설명회 등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서 "해외 경협대표단 파견과 무역.금융.증권 실무 학습을 위한 연수단 파견도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북한 내부적으로는 올해 재정.금융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개혁을 추진했으며, 기업 자금 조달 방식을 국가 예산에서 금융기관 융자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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