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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라마바드 일부 봉쇄, 파키스탄 상황 악화


파키스탄에서는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지 나흘 째를 맞아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등 상황이 점차 악화되고 있습니다. 정부 건물을 중심으로 도시 일부가 봉쇄된 수도 이슬라마바드와 대규모 집단 시위가 벌어진 펀자브 주의 주도, 라호르, 그리고 파키스탄 제1의 인구 도시 카라치 등 세 곳의 상황을, '미국의 소리' 방송 특파원과 현지 한국인들에게 들어봤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정부군이 반 정부 시위를 벌이는 이들을 잇따라 체포하고, 주요 정부 건물 주위가 모두 봉쇄된 파키스탄의 행정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상황은 하루 하루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소리' 방송 이슬라마바드 주재 특파원인 배리 뉴하우스 씨는 도시 곳곳에서 도로가 통제돼 시내 교통은 매우 혼잡하며, 주요 정부 건물과 대법원, 의회 인근 주요 연결도로들은 모두 봉쇄되고 장벽이 세워졌다고 말했습니다.

뉴 하우스 씨는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집회 금지 방침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지난 3일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후 현재까지 모두 1천5백여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뉴 하우스 씨는 또 파키스탄 국민의 상당수는 무샤라프 대통령이 밝힌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유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전했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그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뉴 하우스 씨는 현재 분명한 것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 이후 무샤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파키스탄 군부의 시위대 진압은 버마 군사정부의 지난 9월 민주화 요구 시위 진압 때와는 달리 폭력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 하우스 씨는 이슬라마바드 거리에서 사람들이 계속 체포되고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민들은 감옥에서 부당하게 대우 받거나 정부군으로부터 학대 당할 것을 걱정하지 않았으며 하루 이틀이면 곧 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뉴 하우스 씨는 앞으로도 버마 군사정부 정도의 유혈 진압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뉴하우스 씨는 또 국가 탄생 때부터 군사정부가 통치해 온 파키스탄의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체제를 개혁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으며,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은 바로 지금이 파키스탄의 정당과 헌법 체제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파키스탄 펀자브 주의 주도인 라호르의 삼부토건 현지 사무소에서 일하는 김길환 씨는 수도 이슬라마바드 남쪽으로 3백여 km 미터 떨어진 제2의 도시, 라호르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김길환 씨: 지금 정확한 소식은 들을 수 없는데, 오히려 무샤라프 대통령이 감금돼 있다는 소문도 들었거든요. 지금 상황은 여러 가지 소문들이 난무하는 상황입니다. 방송은 일절 안 되고 있습니다. 위성통신을 통한 뉴스는 계속 방송되고 있습니다. 중동 알자리라 방송을 위성으로 계속 시청하고 있습니다.

김길환 씨는 일각에서는 의외로 무샤라프 대통령의 강권 진압 방침을 찬성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 집권 이후 경제가 급격히 성장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김길환 씨: 큰 나라이고, 인종들이 다인종이기 때문에 전부 다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 2, 3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매 년 10% 이상 향상되고 있는데요.

다만 국경지역에서는 테러 발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김길환 씨는 전했습니다.

김길환 씨: 이쪽 펀자브 주에는 전혀 신변 이상이 없고, 걱정되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근접지역의 친 탈레반 세력들이 모여있는 지역에서는 테러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파키스탄 제1의 인구 도시, 카라치의 한국 코트라(KOTRA) 강봉학 주재원은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 비상사태 선포 등 현재의 상황은 현지인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김길환 씨: 올해 들어서 (무샤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많이 악화되고, 작년까지만 해도 국민들이 상당히 지지를 했었는데, 파키스탄 정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하지 않고, 여러 가지 정당이 있고, 부토 총리 온 지 얼마 안 돼 굉장히 불안정한 상탭니다. 대통령이 그 정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는) 예상 밖이구요.

한편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해제하고, 민주주의 질서를 가능한 한 빨리 회복시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또 파키스탄 선거가 가능한 빨리 실시되기를 바라며, 무샤라프 대통령은 군복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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