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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은 ‘철도 분쟁중’


북한과 중국이 ‘철도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이 가져간 화차 1천8백 량을 돌려주기 전에는 북한으로 향하는 기차를 운행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과 중국이 왜 화차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 그 속사정을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8월의 큰물 피해 직후 북한의 식량난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에 나선 유엔의 세계식량계획 (WFP) 관계자들은 지금 중국 단둥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유엔은 북한주민들을 위해 8천t의 쌀과 옥수수, 그리고 밀가루를 단둥에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중국 철도 당국이 ‘북한에 식량을 실어 나를 철도 화차가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인터넷 신문인 `월드 트리뷴'이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8천t의 식량을 북한으로 수송하려면 모두 1백40대의 화차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국 철도 당국은 ‘북한이 화차를 돌려주지 않아서 실어 나를 화차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중국 측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0년 간 모두 1천8백 량의 철도 화차를 중국에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철도사정에 밝은 한국교통연구원의 안병민 박사는 화차를 둘러싼 북-중 간의 갈등은 하루이틀 된 얘기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국가 간에는 외국에서 화차가 들어오면 6개월 후에는 상대방 국가에 돌려주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입니다. 북한도 중국과 맺은 철도협정에 따라 상대방의 화차를 6개월 안에 돌려주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약속을 어기고 중국의 화차를 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철도 전문가인 안병민 박사에 따르면 북한이 화차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화물을 수송하려면 화차가 필요한데 북한은 화차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들어온 화차를 돌려주지 않고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병민 박사는 자신이 북한 방문 중에 직접 중국산 화차를 사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습니다.

두번째 이유는 북한 철도 당국은 ‘공차 운행’이라는 것을 하지 않습니다. 공차운행이라는 것은 화차를 빈 채로 운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화차는 반드시 짐을 실어야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중국에 화차를 돌려 보내려면 그만한 화물이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송할 물건이 없으면 중국에 화차를 돌려보낼 수 없는 셈입니다.

세번째는 북한이 이미 중국산 화차를 처분해버린 경우입니다. 북한에서는 물품을 보관해둘 창고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중국에서 화차가 들어오면 화차를 그냥 창고 대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의 관리들과 주민들이 중국산 화차를 분해해서 고철로 파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중국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 일부 화차를 돌려주기는 했지만 부품이 없거나 크게 파손된 상태로 돌려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철도는 북한 육상화물의 90%를 수송하는 북한 내 가장 중요한 운송 수단입니다. 철도가 없으면 북한 경제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지난 50년 간 철도에 대한 투자와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 북한 철도는 1930년대 일제시대보다 못한 상태가 됐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기차의 평균 속도는 시속 15-20 킬로미터에 불과합니다. 이는 마라톤 선수들이 뛰는 속도보다도 느린 것입니다.

현 상황은 북한 당국이 화차를 중국에 돌려주지 않아 애꿎은 북한주민들만 배를 더 곯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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