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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아리랑 공연 재개- 노 대통령 참관 한국내 논란 가중


지난 8월 발생한 큰 물 피해로 공연이 중단됐던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이 최근 다시 시작됐다고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젼이 23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아리랑 참관 여부와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예상대로 공연이 재개됐군요?

답: 그렇습니다. 조선중앙텔레비젼은 23일 큰 물 피해로 중단됐던 북한의 체제선전용 집단체조 ‘아리랑’이 평양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성황리에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공연이 언제부터 재개됐는지 밝히지 않은 채 “내외의 커다란 관심속에 대집단 체조와 예술공연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관광 전문 스웨덴 여행사인 코리아컨설트(KOREAKONSULT)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아리랑이 지난 주 17일부터 다시 시작됐으며 다음달 10월 10일까지 관람 예약을 받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앞서 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큰 물 피해로 아리랑 공연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 북한 당국은 지난 8월 발생한 큰 물 피해로6백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9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하는가 하면 전체 경작지의 10분의 1 이상이 물에 잠기는 등 큰 손실을 봤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내). 아리랑 공연의 재개 소식은 큰 물 피해의 복구가 거의 완료됐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미로 봐도 되겠습니까?

답: 그렇지 않습니다. 유엔과 남한의 관측통들은 북한당국이 많은 인력을 동원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피해 규모가 엄청난데다 부실한 장비 등으로 복구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주 태풍의 영향으로 북한에 폭우가 다시 내리면서 제 2의 큰 물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에 큰 물 피해의 성공적 복구로 아리랑 공연이 재개됐다는 의미는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 그럼 관측통들은 아리랑 공연의 재개 목적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답: 한국 언론들과 북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아리랑 공연이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큰 물 피해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다시 힘을 내서 강성대국을 이뤄 내자는 체제 안정용 목적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는 외화벌이에 대한 압박 때문입니다. 연초부터 해외 북한 공관과 관광회사를 통해 수 많은 예약을 받았는데 공연이 취소될 경우 예약금 환불 등으로 막대한 재정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아리랑 공연의 수익금 중 상당액이 군대로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북한 군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연을 앞당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문: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을 포석에 뒀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런 지적이 세번째 이유이자 가장 큰 의도 가운데 하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1 경기장에 나란히 앉아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는 순서를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행사 가운데 하나로 강력히 제기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개발하는 파괴적 지도자가 아닌 평화의 지도자임을 한국과 국제사회에 선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한측 의도를 떠나 한국정부가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어서 그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노 대통령의 공연 관람과 관련해 여러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해소하고, 두 정상의 아리랑 관람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문: 노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여부는 언제 결정될 예정입니까?

답: 한국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오는 27일 북한을 방문하는 정상회담 2차 선발대가 아리랑 공연을 본 뒤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측이 공연 준비를 많이 하고 여러 차례 요청한 사항이기 때문에 우리측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장관은 그러나 22일 “기본적으로 (아리랑) 관람제의를 수용한다는 입장” 이라고 말해 노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 가능성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문: 하지만 이를 두고, 앞서 얘기가 잠시 나왔지만 한국사회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아리랑’ 공연이 북한의 김일성 전 주석을 기념하는 공연이자 북한의 체제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북한군이 총검으로 한국 국군을 쓰러뜨리는 장면(2005년작) 과 핵실험을 선전하는 내용이 담긴 아리랑을 한국 대통령이 관람한다는 것은 국가 정체성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관람을 적극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신문이 오늘(24일) 아리랑 공연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작품”이며 “작품 세부 장면마다 장군님의 손길이 닿아있다”고 보도하고 조선중앙텔레비젼 방송은 “어버이 수령님의 불멸의 혁명 생애와 우리 당의 위대한 선군정치의 정당성 등 정치 사상적 위력”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고 소개해 한국에서 아리랑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한국 통일부의 이재정 장관은 지난 21일 기자들에게 북한 당국이 두 정상의 공동관람을 위해 공연 내용을 스스로 고치고 있다며, 이를 체제 선전 으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 장관은 두 정상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것 자체가 전 세계를 향한 평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일부에서는 아리랑 공연을 인권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는데요. 이유가 뭔지 궁금하군요.

답: 어린이들이 집단체조에 강제 동원돼 기계처럼 혹사당하며 만든 공연을 꼭 봐야만 하냐는 지적입니다. 아리랑의 집단체조에는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에서부터 일반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10만명이 동원돼 6개월이상 강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리랑의 전신인 대집단체조 리듬체조 안무가 출신으로 지난2002년 북한을 탈출한 한국의 탈북자 오영희(37)씨는 최근 한국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원된 어린 학생들이 엄청난 체벌과 고통을 받으며 화장실도 자유롭게 가지 못한 채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씨는 화장실을 자주 가지 못하도록 물을 주지 않아 어린 아이들이 참다가 배설을 해 연습장에 악취가 진동한다며 연습장에서 자녀들을 지켜보는 부모들이 남몰래 우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김형직 사범대 교수 출신의 탈북자로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김현식 교수는 한 강연회에서 “북한의 집단체조 뒤에는 인민의 피눈물이 흐르고 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인권 단체들은 북한의 이런 행동은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 이런 지적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어린이들의 연습을 ‘학대’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지난 20일 한국에서도 연극이나 드라마에 어린이가 출연해 장시간 연습하고 학교 운동회도 마찬가지라며 인권문제는 각 지역이 갖고 있는 환경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아리랑 공연 재개 소식과 노무현 대통령의 관람 여부에 대한 한국내 논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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