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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드래곤 워’ 미국서 한국영화 흥행기록


문: 한 주간의 미국 영화계 소식을 전해드리는 '영화 이야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근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답: 안녕하세요, 김근삼 입니다.

문: 자, 오늘은 어떤 소식을 가져오셨습니까?

답: 오늘은 지난주에 이어서 최근 미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드래곤 워(DRAGON WARS)’에 관한 얘기를 한 번 더 나눠볼까 합니다. 지난주에는 개봉에 맞춰서 미국을 방문한 심형래 감독을 만나봤구요, 오늘은 ‘드래곤 워’의 개봉 첫주말 흥행성적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문: 한국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만든 영화로 미국 시장에 도전한다는 심형래 감독의 자부심이 컸었는데, 미국 관객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답: 네 흥행성적만 놓고 봤을 때는 상당히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드래곤 워’는 지난주말 미국 2280여개의 극장에서 상영됐는데요, 50만 달러의 입장료 수입을 올려서 전체 개봉 영화 중 5위를 차지했습니다.

비록 1위는 못했지만 미국 관객들에게는 낯선 한국인 감독이 만든 한국 영화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대단한 성적입니다. 또 앞서 ‘괴물’이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태극기 휘날리며’ 처럼 미국에서 개봉했던 한국 영화들이 있었는데요, 지금까지 한국 영화로는 최고의 첫 주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문: 대단하네요. 영화 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어떤가요?

답: 네, 심형래 감독이 지난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용꿈을 꿀 것’이라는 얘기를 했었죠. 그만큼 스크린을 누비는 용의 특수 효과와 컴퓨터 그래픽이 사실적이라는 자신감이 담긴 말이었는데요, 미국에서도 영화의 특수 효과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구미에 맞을만한 주제나 줄거리에 비해서 용과 고대의 괴물들이 등장하는 특수 효과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구조적인 부분이나 연기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도 많이 지적됩니다. 특수 효과를 빼고 줄거리나 대사, 연기와 같은 부분을 놓고 봤을 때는 흥행성과 함께 작품성을 겸비한 A급 수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사실 앞서 미국에서 개봉했던 한국 봉준호 감독의 '괴물'의 경우 '드래곤 워'만큼 많은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작품성 측면에서도 미국 영화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었거든요.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있겠습니까? 흥행 성적면으로는 미국에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충분히 평가할만 합니다.

문: 사실 '드래곤 워'는 한국에서도 작품성을 놓고 논란이 있었죠? 영화에 비판적인 평론가와 영화를 지지하는 관객 사이의 대립 양상을 띠기도 했었잖아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영화의 작품성, 혹은 ‘잘 만들어진 영화냐’라는 질문에 대해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드래곤 워’의 작품성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구요.

물론 보편적인 기준은 있죠. 하지만 한 편의 영화를 놓고 모든 사람이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습니다. 10명 중 9명은 좋은 영화라고 해도 나머지 1 명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구요, 반대로 9명이 재미없게 본 영화가 1명에게는 굉장히 재밌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해서는 수학공식처럼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고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에는 ‘컬트(CULT)’ 영화라는 말이 있습니다. 컬트는 한국말로 하면 어떤 대상에 대한 ‘숭배’나 ‘예찬’같은 말로 번역할 수 있죠. 그런데 컬트에다 영화를 합쳐서 컬트 영화라고 하면, 평론가나 대다수의 일반 관객에게는 외면받았지만 소수의 광적인 팬을 거느린 영화를 말합니다. 이 중에는 정작 영화를 제작한 제작자나 감독은 흥행 실패로 망했지만, 소수의 팬들에게는 여전히 추앙받고 또 전세계에서 꾸준히 상영되는 작품들도 있죠. 일종의 문화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구요.

문: 사실 저도 친한 친구에게 재미있게 본 영화를 권했다가 오히려 핀잔을 받은 적이 있어요, 재미 없다구요.

답: 맞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합니다. 사실 저는 주위 사람들에게 미리 재미있다는 얘기는 잘 안합니다. 재미있다는 기대를 갖고 영화를 보면 실망도 크게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가족들에게도 직접 가서 보고 평가하라고 합니다.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감상하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릴까요?

문: 좋지요.

답: 좋아하는 감독을 정하는 것입니다. 영화는 여러가지 요소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종합 예술’이죠. 이런 요소들을 모아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사람이 바로 감독입니다. 그래서 영화에는 감독의 개인적인 철학이나 예술적 취향이 담길 수밖에 없는데요.

이렇게 한 감독이 만든 영화를 꾸준히 따라서 감상하다보면 개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를 보는 눈도 더 깊어집니다. 영화를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어집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이 있는데, 이번주말에는 예전 작품들을 비디오로 빌려서 한 번 봐야겠네요. 김근삼 기자, 오늘도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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