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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시리아 핵 협력 의혹 6자회담에 영향?


북한과 시리아 간의 핵 협력 의혹에 대한 북한 외무성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요 언론들의 보도로 촉발된 이번 사태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이 자칫 제2의 방코델타아시아 BDA사건이 될지도 모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우드로 윌슨 센터의 북한 전문가인 이영종 씨는 이번 6자회담 연기가 북한과 시리아 간 핵 거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6자회담에 나갈 준비를 다 했는데 갑자기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이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수출했다’고 보도하자, 북한으로서는 ‘좀더 상황을 지켜본 후 6자회담에 나가자’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이 지난 12일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판매했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한 이래 워싱턴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크게 3가지 견해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이 지난 수십년 간 시리아에 미사일을 판매하는 등 군사협력을 해온 점을 감안할 때 핵 물질도 판매했을 가능성도 크다는 시각입니다. 미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인 고든 장 씨는 북한은 그동안 이란에 우라늄 등 핵 물질을 판매해왔다며, 시리아와도 핵 거래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에서 6자회담을 담당한 관리들은 이 문제를 가급적 조용히 다루려는 입장입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4일 이 문제는 “6자회담의 틀에서 다뤄야 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일각에는 북한과 시리아의 핵 연계 의혹이 근거 없는 것이라며 일축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진보 성향 연구기관인 미국진보센터의 조셉 시린치온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판매했다는 언론 보도는 6자회담을 방해하려는 강경파의 음모라고 말했습니다.

시린치온 연구원은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판매했다는 언론 보도가 6자회담 재개를 바로 앞두고 나온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미국과 북한과의 접근을 바라지 않는 강경파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지난해 9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 문제가 불거지면서 1년 이상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시리아에 핵 물질을 팔았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도 자칫 제2의 BDA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는 17일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과 시리아 간 군사협력 관계에 대해 자세히 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방 정보당국은 올해 초 북한과 시리아 간에 수상쩍은 동향을 포착했습니다. 우선 중국과 북한을 오고가는 항공편에 시리아 국적의 승객이 부쩍 늘었습니다. 또 중동 출신 인사들이 중국에서 열차 편으로 북한에 자주 드나드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어 북한은 지난 7월 임경만 무역상을 단장으로 하는 경제 사절단을 시리아에 파견했습니다. 북한과 시리아는 이 자리에서 공동 경제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이스라엘 등 서방 정보당국은 북한과 시리아가 장거리 미사일 협력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동안 시리아는 북한으로부터 60-120기의 스커드 C 형 미사일을 구입했습니다. 이는 단거리 미사일인데다 정확도가 낮았습니다.

서방 정보당국은 최근의 움직임이 시리아가 북한의 기술 지원을 받아 미사일 개량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의 기술자는 시리아의 알렙포와 하마 인근의 군 기지에 머물면서 스커드 미사일의 정확도와 사정거리를 연장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시리아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중동의 군사력 균형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이스라엘은 지난 6일 전폭기를 동원해 시리아 북부의 군사 기지를 폭격했습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북한이 언제, 어떤 종류의 핵 물질을 시리아에 판매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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