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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학계, 중국의 동북공정 비판 서적 발간


그동안 중국의 `동북공정'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 학계가 북한의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최근 발간한 역사책 '고구려 이야기'에 처음으로 동북공정을 비판하는 내용을 수록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고구려의 독자성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을 의식해 책의 구성이나 비판의 수위 등에서 상당히 조심스런 태도를 취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의 VOA 김세원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질문1)‘고구려 이야기’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출판되자마자 북한 주민들의 화제거리가 돼 책방에서 대대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전할 정도로 북한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는데, 어떤 책입니까?

(답변1) 네, ‘고구려 이야기’는 지난 3월 북한 사회과학출판사가 출간했으며 저자 조희승 박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고구려 연구자로 북한 사회과학원 소속 고구려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은 제7장 '연개소문과 그의 아들'중 제2절 '역적의 운명'에 가장 잘 드러나 있습니다.

(질문2) 구체적으로 어떻게 동북공정을 비판하고 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답변2) 네, ‘역적의 운명’ 대목은 중국 학계가 연개소문의 아들 연남생, 고선지, 이정기 등의 전기가 중국 사서 '신당서'에 실려있는 것을 근거로 고구려가 중국에 귀속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몇몇의 이름이 중국의 정사에 올라있다고 하여 고구려의 조선적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질문3) ‘고구려이야기’는 부록에서도 고구려에서 유래한 풍습을 소개해서, 고구려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이뤘던 국가임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있다지요?

(답변3) 네, 그렇습니다. 부록으로 수록된 ‘고구려풍습을 통해 본 조선민족의 력사적전통'에서는 온돌, 숫자 8과 관련된 풍습, 윷놀이 등 고구려의 문화적 유산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고구려는 온돌을 이용해 난방을 했으나 중국은 방안에 화로를 설치하거나 이동식 화로를 사용해 고구려와 중국의 생활양식이 구별된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또 거의 모든 절의 중심탑 혹은 중심당을 8각으로 지을 정도로 숫자 8을 중요하게 여긴 고구려의 정신세계가 훗날 발해 상경용천부의 8각 돌우물, 고려 왕성의 8각전, 8만대장경 등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윷놀이가 부여와 고구려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은 한국 학자들도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윷놀이의 도, 개, 걸, 윷, 모는 부여의 관직인 저가, 구가, 우가, 마가 등 관직을 활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도는 돼지, 개는 말 그대로 개, 걸은 양, 윷은 소, 모는 말이다"라고 설명하고 고구려의 옛 수도인 국내성 고분군에서 발견된 윷놀이판을 소개했습니다. 이밖에 고구려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음을 들어 당시 고구려의 독자성을 강조했습니다.

(질문 4) 그런데, 중국을 의식해서 책 전체를 통틀어 동북공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이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지요?

(답변 4) 네, ‘고구려 이야기’는 서문에서 '최근 사람들 속에 고구려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라는 식으로 고구려사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북한 학계가 자랑스런 역사로 다뤄온 고구려의 대 수ㆍ당 전쟁 관련 대목은 대폭 축소하여 오히려 중국의 눈치를 본 듯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동북공정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2000년 북한 사회과학원이 출간한 '고구려사의 제(諸)문제'의 경우 대 수ㆍ당 전쟁을 '수나라의 침략을 반대한 투쟁'과 '당나라의 침략을 반대한 투쟁'으로 직설적으로 표기했으나 '고구려이야기'에서는 '살수와 안시성'이라는 간접적인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목차를 구성하는데 대 수ㆍ당 전쟁을 전체 7장 가운데 6장에 배치하는 등 중국과 문제를 일으킬 만한 부분을 뒤로 돌린 반면 '평양천도와 왜나라땅에 새겨진 고구려의 발자취'를 5장에 배치, 북한 내 고구려 유적을 강조했으며 그동안 북한 학계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고대 일본에 고구려가 미친 영향을 새롭게 조명한 점이 눈에 뜨입니다.

(질문5) 이 책에 대한 한국의 고구려사 전문가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변5) 네, 이 책을 검토한 국내의 한 고구려사 전문가는 "최근 중국은 대 수ㆍ당 전쟁을 국제전쟁이 아닌 국내의 통일전쟁으로 몰아가고 있을 정도인데 주체사상을 강조하는 북한이 오히려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점은 실망스럽고 안타깝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그렇지만 " 이 책은 분명 동북공정을 의식한 기술을 담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책은 동북공정을 비판하고는 싶지만 드러내놓고 할 수는 없는 북한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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