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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간첩사건 발표는 주민 경각심 높이려는 의도’


북한은 5일 국가안전보위부의 이례적인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외국 정보기관의 간첩을 체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간첩 체포를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200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이번 발표의 배경과 의도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이수길 대변인은 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간첩 사건을 발표했습니다. 이수길 대변인은 회견에서 "외국 정보기관의 정보요원"과 이들의 "조종을 받던 북한주민 첩자들"을 체포하고, 이들이 사용하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 등을 압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수길 대변인은 이들 간첩들이 북한주민들에게 민주주의와 자유 이념을 설파했다며, " 적들의 목표는 북한 정권을 전복시키는 것이지만, 보위부는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손광주 씨는 북한의 이번 간첩 사건 발표가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가 대변인을 내세워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간첩 사건을 발표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은 과거에도 외부의 간첩을 체포한 적은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8년 김진경 연변과기대 총장과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광덕 목사를 간첩 혐의로 억류하고, '99년에는 일본인 스기시마 다카시 씨를 간첩으로 체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북한은 이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발표한 것이 아니라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했습니다.

북한의 간첩사건 발표가 워낙 이례적인 만큼 전문가들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 손광주 씨는 이번 사건이 몽골에서 진행되는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회담을 겨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과의 실무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간첩사건을 때맞춰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손 씨는 이런 맥락에서 북한 측이 체포를 발표한 간첩이 일본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반면 서울 명지대학교 북한학과의 이지수 교수는 이번 사건이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에서 권력다툼을 벌이면서 반대파를 간첩으로 모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의 또다른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이번 간첩사건을 대대적으로 발표해 주민들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것일 뿐 특별한 정치적 의도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의 정보당국은 그동안 중국 연변 지역의 이른바 `보따리 장수' 등을 통해 북한 내부의 정부가 외부에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간첩 색출활동을 벌여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지난달 소식지를 통해 “북한 당국이 최근 평안북도 신의주에 이어 함경북도에서 간첩색출을 한다며 숙박업소에 대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이수길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면서 “적대세력은 북한에 대한 모략방송을 하루 24시간 하고 있으며, 여러 경로를 통해 소형 라디오 1만1천7백여대, 삐라 1만여매를 우리 내부에 들이 밀었다”며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6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장관급 회의 연설에서 서방국가들의 문화적 침투에 대해 지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박 외무상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간판 밑에 벌이지고 있는 미국 등 서방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의 본질과 위험성을 잘 알고 각자의 사회정치 제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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