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국은 지금] ‘고속도로 운치를 살리자’ 움직임 확산


미국내 주요 관심사와 화제들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미국의 대형 고속도로들은 대부분 넓디 넓은 평야에 깔려있어서 자동차로 한참 달리다 보면 어디나 주변경관이 거의 똑같아 운전자들은 몹시 지루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요즘 미국의 50개주들 가운데 여러 주들에서 고속도로 주변과 중앙 분리대에 그 지방 고유의 야생화나 야생풀을 심어 운치를 살리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미국 고속도로변 미관을 토속 야생화,야생풀로 가꾸는 움직임에 관해 알아봅니다.

Q: 미국 고속도로변의 야생화, 야생풀 가꾸기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는데, 먼저 최근에 어떤 주에서 그런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A: 네, 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델라웨어주는 50개주들 가운데 면적이 아주 작은 주들에 속하는데 이 델라웨어주의 고속도로가 깔려있는 평지에서는 미국이 독립하기 훨씬 전의 식민지 시대에 영어로 애스터라고 불리는 야생 국화와 작고 푸른꽃이 피는 아몬시아, 국화과에 속하는 등골나물속 토로우워트라는 야생화의 하얀꽃 피어있었고 키가 1미터 이상 자라는 스위치그라스라는 풀이 널려있었다고 합니다.

이 델라웨어주에서 고속도로변과 중앙분리대에 심어져 있는 잔디 대신에 델라웨어주 고유의 토속 야생화와 야생풀을 심는 도로변 경관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 신문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Q: 미국의 고속도로변 꽃가꾸기는 1960년대에 린든 존슨 대통령 부인 레이디 버드 여사가 앞장서서 실천했었다는데 그런 움직임이 지금 다시 펼쳐지고 있는건가요?

A: 그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레이디 버드 여사가 고속도로변 미화운동을 전개하기 훨씬 이전인 제2차 세계대전 발발전에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시작됐다고 델라웨어 대학 원예학과 수잔 바튼 교수는 밝힙니다. 도로변의 기본적인 기능은 시계가 명확하도록 하는 것과 배수가 잘되도록 하는 것이지만 미적인 기능도 있기 때문에 꽃들을 고속도로변에 심는데 영국의 규격화된 정원이나 스콧틀랜드의 골프 코스처럼 보이게 할 것이 아니라 델라웨어주 고유의 토속적인 자연을 보여준다는 생각에서 토속 야생화와 야생풀을 심고 있다는 것입니다.

Q: 고속도로변과 중앙분리대에 심어져 있는 잔디 대신에 다른 풀들과 야생화들을 심으려면 여러 가지로 걸리는 일이 많지 않을까요?

A: 그렇습니다. 우선 경제활동면에서 고속도로변에 심는 잔디를 공급하는 사람들과 그 잔디가 길게 자라면 일정하게 깎아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곳곳에 튜립이며 릴리 따위 꽃들을 공급하는 화훼업자 등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고속도로변과 중앙분리대 전체 면적에 야생화와 야생풀을 심는 것은 아니고 델라웨어주의 경우 5천4백3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 가운데 약 3 %인 170만 제곱미터의 면적에 심기 때문에 종래의 업자들도 크게 반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Q: 참, 그러고 보니까 미국의 전 고소도로변과 중앙분리대의 잔디를 깎는 일이 굉장히 엄청날 것 같군요?

A: 그렇습니다. 미국 전체 고속도로변과 중앙분리대에 잔디가

심어져 있는 면적이 1천2백만 에이커에 달합니다. 이것을 도량형 국제표준으로 환산하면 4백85억 제곱미터가 넘습니다. 이처럼 엄청난 면적의 잔디를 1년에 몇 번씩 깎는다면 그 비용이 엄청난 것은 말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델라웨어주의 경우 170만 제곱미터의 잔디가 야생화와 야생풀로 대체되니까 그 만큼 잔디 깎는 비용과 잔디깎는 장비가동으로 생기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되는 이중의 이득이 생긴다는 것이 바튼 교수의 계산입니다.

Q: 그렇다면 잔디깎는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목적에서 미국 고속도로변과 중앙분리대의 잔디를 야생화와 야생풀로 대체하는 거라고 봐야할 것 같은데요?

A: 이를테면 그런 셈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델라웨어주의 경우 425 에이커의 잔디를 야생화,야생풀로 대체하고 있는데 기존의 잔디깎는 일을 용역업체에 맡기면 1에이커 당 한번에 34만 달러, 3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고 기존의 잔디는 곳에 따라 1년에 서너번 씩 깎아야 하지만 야생풀은 1년에 한 번만 깎으면 되고 비용도 재래 잔디에 비해 8분의 1밖에 안든다고 합니다.

미 전국 고속도로변 1천2백만 에이커 면적의 잔디를 용역업체에 맡겨 한번 깎는데 드는 1백억 달러의 비용과 잔디깎는 대형 장비의 가동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생각하면 미 전국 고속도로변 잔디 면적을 야생화, 야생풀로 대체해 절반만 줄여도 비용과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됩니다.

Q: 지금까지 델리웨어주 고속도로의 경우 야생화, 야생풀 심기를 예로 들었는데 다른 주의 경우는 어떤가요?

A: 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여러 주들이 고속도로변에 토속 야생화, 야생풀 심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텍사스주의 경우 고속도로변에 일부러 심지않아도 군락을 이루는 야생화와 야생풀이 무려 5천 종이나 되는데 위치에 따라 관리만 잘하면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네브라스카주의 경우 위치에 따라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풀깎기를 제한하기도 하는데요, 네브라스카주에선 특히 어떤 토속 야생풀은 가뭄이 오래 계속되더라도 자라기 때문에 축산 농가들이 인공목초 대신 야생풀을 베어다가 소와 말 등의 사료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Q: 그런데, 야생화, 야생풀이라도 고속도로변의 넓은 면적에서 그런 식물의 자생에만 의존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요 ..

A: 그렇습니다. 사실 고속도로변의 야생화, 야생풀 등 토속 자연생태계 식물 가꾸기는 미국의 고속도로 개발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일입니다. 펜실바니아주의 식물종자회사인 ‘언스트 콘서베이션 씨즈’의 칼빈 언스트라는 사람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 미국의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던 때 펜실바니아주 토속 야생식물 크라운베치를 고속도로변에 심도록 공급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미국내 주요 관심사와 화제들을 알아보는 ‘미국은 지금’문철호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