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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해군력 이용한 구호활동으로 아태 지역 영향력 유지 가능'


미국은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과거처럼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가 전망했습니다. 미국 시사월간지 ‘애틀란틱 먼슬리’(Atlantic Monthly) 의 특파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로버트 카플란 씨는 5일 이 곳 워싱턴에서 열린 한 강연회에서 중국과 인도의 국력 증강과 아태 지역 국가들 간의 교류 확대가 상대적으로 미국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라며, 미국은 해군력을 바탕으로 인도주의 구호활동과 전투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연회를 취재한 김영권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김영권 기자, 앞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은 매우 흥미롭게 들리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미군은 지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촌 곳곳의 해양을 자유롭게 누비며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누려 왔습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군이 돌아갈 주요 지역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란 것이 카플란 씨의 분석입니다.

카플란 씨는 5일 민간 연구기관인 부르킹스연구소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태평양과 인도양의 다양한 변화들을 그 배경으로 지적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경제력 향상은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가 앞으로는 역내 군사강국에 머물지 않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문: 중국 위협론은 그동안 미국에서 여러 번 제기돼 온 사안이 아닙니까?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카플란 씨는 그동안 단골 소재로 지적되온 중국 정부의 군비 증강이란 표면적인 이유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역사적, 환경적 요인들을 지적했습니다.

카플란 씨는 중국은 과거 명나라 시절 정화 제독을 필두로 군함과 상선을 대거 이끌고 동아프리카까지 진출해 교역을 확대하고 군사적 우위를 지켰다며, 중국이 그런 시대의 도래를 다시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이미 당시와 비슷한 지역의 나라들에 자원 확보와 교역 확대 등을 이유로 상당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고, 그와 병행해 잠수함과 미사일 개발 등 군비증강에도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카플란 씨는 특히 중국이 민감한 국경지대의 군사력 집중을 피하고 대신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해상과 우주로 손을 뻗히는 등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매우 현명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중국의 역할 증대는 한반도 등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상황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카플란 씨는 그런 배경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동북아시아 내 미국의 영향력이 앞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카플란 씨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동북아시아 나라들의 교류확대 등을 그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우선 중국은 북한 김정일 정권의 붕괴 가능성을 매우 현실적으로 계산하고 있고, 그에 따른 북한주민의 대량 탈북과 지역 불안정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변화의 연착륙을 유도 중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다각도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하고 있어서 앞으로 친중국 성향의 북한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과 일본이 최근 경제, 군사 교류를 확대하고 있고, 한-중 교류도 과거와 달리 급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문: 카플란 씨는 미군이 앞으로 해상력 강화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배경에는 어떤 이유들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답: 앞서 말씀드렸듯이 국제질서가 새롭게 개편되고 중국과 인도의 급부상으로 인도양에서 새로운 각축전이 전개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카플란 씨의 지적입니다.

카플란 씨는 특히 미군은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 인도주의 구호활동과 군사작전을 동일시하고, 이를 통한 협력과 해군의 전투력 향상을 동시에 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카플란 씨는 미군은 이라크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동시에 쓰나미 즉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에서 인도주의 구호활동을 펼쳤고,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과 싸우는 동안 국내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뉴올리온스에서 역시 구호활동을 전개했다며, 구호활동과 전투력은 신속성과 현장접근성, 지역 주민과의 친밀성 확대 등 여러 면에서 공통분모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21세기에는 자연재해와 대형사고가 개발도상국 등 제3세계, 그리고 해양과 인접한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군이 해군력을 증강해 인도주의 구호활동과 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카플란 씨는 2004년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에서 미군이 인도네시아 군과 협력해 구호작전을 펼친 사례는 미군이 해상에서 앞으로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를 미리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5일 워싱턴에서 열린 군사 문제 전문가 로버트 카플란 씨의 강연회 소식에 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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