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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테러지원국 해제 북한경제 재건에 필수'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와는 달리 한국 내에서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북한의 피폐한 경제를 살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에 있는 VOA 김규환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관련한 한국 내 시각을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김 기자, 북한이 미국에 대해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네, 북한이 미국에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 폐기’라는 정치적 목적은 말할 것도 없고 피폐할대로 피폐한 경제의 재건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북한은 1987년 11월 대한항공 폭파사건을 자행하면서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국가안보관련 품목 수출 금지 ▲이중 용도품목 수출 통제 ▲대외원조 제공 금지 ▲최혜국대우(MFN) 거부 ▲국제 금융기구에 의한 신용공여 금지 등의 제재조치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제재들은 북한에 새로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인 1950년대부터 공산국이라는 이유로 각종 경제제재를 받아온 탓입니다. 즉,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더라도 공산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이들 제재는 대부분 유지된다는 의미입니다.

(질문) 그렇다면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완전히 빠지면 어떤 혜택이 있나요?

답: 네, 이들 네 가지 조건 가운데 ‘국제 금융기구에 의한 신용공여 금지’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서 새롭게 추가된 제재입니다. 따라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만 빠지면 이 조건은 해제될 수 있습니다.

미 국제금융기관법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 금융기관이 테러지원국에 대해 차관을 제공하려 하면 미국 집행이사가 이에 반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만큼 외부 지원이 절실한 북한에 적잖은 타격이 됐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되면 국제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이 들어갈 수 있어 경제 회복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 해외에서 북한으로 돈이 흘러들어 갈 수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나라도 해외 차관이 없었으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질문)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려면 어떤 요건들을 충족해야 합니까?

답: 우선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기술적 절차는 미 대통령이 상·하원 의장 앞으로 각각 관련 보고서를 제출해 의회의 동의를 받으면 됩니다.보고서에는 ‘해당국 정책기조에 근본적 변화가 있어 최근 6개월 간 국제테러를 지원하지 않았고 향후에도 지원하지 않겠다고 보장했다.’는 내용이 담겨야 합니다.

북한의 경우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 이후 국제테러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북한이 향후 테러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하고 테러방지와 관련한 국제협약 등에 가입하면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법률적 기준’은 충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이같은 단순 조건만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톰 케이시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밝혔듯 북한의 비핵화 이행 여부가 테러지원국 해제와 보다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미 국무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06 테러보고서’에서도 “북핵 ‘2·13합의’에서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과정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적시해 테러지원국 해제와 비핵화 이행을 공식적으로 연계했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고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습니다.

(질문)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의 기준이 되는 북한의 비핵화 수준을 어느 정도로 봅니까?

답: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북한간에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북한은 핵시설 불능화에 맞춰 명단 해제를 바라고 있지만,미국은 ‘리비아처럼 핵프로그램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한 뒤에야 해제할 수 있다.’는 게 기본 방침입니다.

미국의 입장이 최근 조금 유연해진 느낌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핵시설 불능화가 완료된 뒤에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에다 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미국이 ‘2006 테러보고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명시한 사유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을 들고 있는 만큼 일본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5일부터 이틀 간 몽골에서 열리는 북·일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 결과가 주목됩니다.북한과 일본이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납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아 화해무드로 돌아선다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도 한층 가까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지 않으면 한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실현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답: 네,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테러지원국 해제를 통한 해외자금 조달이 필수적입니다.

이재정 한국 통일부 장관은 최근 남북경협 사업의 재정에 대해 “(정부) 재정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민간자본과 함께 국제 금융기관 기금이 투자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대북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해서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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