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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백악관 앞에서 8만 납북자 호명 행사 열려


납북자 문제에 대한 미국 내 관심을 촉구하는 이례적인 행사가 열릴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매릴랜드주에 본부를 둔 ‘희망을 위한 납북자 구조센터 (ReACH: Rescuing Abductees Center for Hope)’는 내일, 9월1일부터 납북자 8만여 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행사를 통해 납북자 문제에 대한 미국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과 일본 간 관계정상화를 위한 2차 실무그룹 회의가 다음 달로 예정된 가운데, 두 나라의 관계정상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납북자 문제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본부를 둔 ‘희망을 위한 납북자 구조센터 (ReACH: Rescuing Abductees Center for Hope)’가 한국의 ‘피랍탈북인권연대’와 함께 납북자 문제에 대한 미국과 전세계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납북자 8만명 이름부르기 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위한 납북자 구조센터’의 아사노 이즈미 대표는 내일, 9월1일부터 미국 백악관 앞에서 납북자 8만 여명의 이름을 영문 알파벳 순서로 쉬지 않고 부르는 행사를 통해 납북자 문제의 실상을 전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사노 대표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납북자 한 명의 이름을 부르는데 약 4초가 걸릴 것이라며, 8만여 명의 이름을 모두 부르는 데 꼬박 나흘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사노 씨는 부르는데 4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한 사람의 이름은 그러나 한 사람의 생명을 대표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포함한 3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날씨에 상관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쉼 없이 번갈아 가며 납북자들의 이름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사노 대표가 2년 전 ‘희망을 위한 납북자 구조센터’를 설립하고 납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게 된 것은 아주 개인적인 동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아사노 대표는 토지측량사로 일본 니가타 현 사도 섬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사촌 형이 1974년 27살 나이로 북한에 납치된 이후 납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아사노 대표는 북한은 당시 농경지를 확장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자신의 사촌 형과 같은 전문가들을 필요로 했고, 그 때문에 사촌 형을 납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아사노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호명될 납북자들의 명단은 한국의 ‘피랍탈북인권연대’와 일본 내 납북자 관련 단체들의 도움으로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8만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6.25한국전쟁 기간 중 납북된 한국인들이라고 아사노 씨는 밝혔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납북자구조연합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12개국에서 적어도 5백23명이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납북자구조연합은 지난 1976년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첩보원 현지화 교육을 지시한 이후 북한의 납치공작이 활성화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사노 대표는 납북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실제 납북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사노 대표는 예를 들어 북한은 북한으로 이주한 일본 거주 한인들의 일본 귀환과 방문을 완전히 금지했다고 말하고, 이는 경악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사노 대표는 북한은 이들이 모두 행복하기 때문에 북한에 남았다고 주장하겠지만, 전세계 어디에서도 북한처럼 편지 교환조차 금지하는 등, 주민 왕래를 철저히 통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하고, 이런 의미에서 이들도 모두 납치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사노 대표는 이어 부족함이 없고 안전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은 지구상 어느 곳에선가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하고,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북한의 인권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되는 인도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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