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북 관계 정상화 실무회의


미국과 북한은 다음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2.13 북 핵 합의에 따른 두 번째 관계 정상화 실무회의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네바는 지난 1994년 1차 북 핵 위기를 종료하는 미-북 간 기본합의를 이룬 곳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우여곡절이 많았던 미-북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6자회담 관계 정상화 실무회의를 가집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 자리에서 북한 핵시설 불능화와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등의 현안을 논의합니다.

특히 북한이 회담 장소로 제네바를 선택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당초 미국은 동남아 등 제3국을 회담 장소로 검토했으나 북한이 제네바를 제시해 미국이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네바는 1994년 1차 북한 핵 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곳으로 미-북 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곳이기도 합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미-북 관계를 크게 3단계로 나누고 있습니다. 1단계는 냉전기 입니다. 미국과 북한은 1950년 한국전 이래 30년간 상대방을 불신하고 적대시하는 냉전을 치러왔습니다. 그러나 냉전의 얼음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조금씩 녹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88년 미국과 북한은 중국 베이징에서 참사관급 접촉을 시작 했습니다. 이어 1992년 1월 김용순 노동당 국제부장이 뉴욕에서 아놀드 캔터 국무차관을 만났습니다. 서울 외교안보원의 전봉근 교수는 이 고위급 접촉이 미-북관계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전봉근 교수:

“미국은 일종의 보상책으로 북한과 고위급 회담을 추진했고, 김용순-캔터 회담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양국 사이의 화해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이듬해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로 1차 핵위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미-북 양국은 제네바에서 10개월 이상 회담을 한 끝에 역사적인 미-북 제네바 합의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합니다.

전봉근 교수:

“당시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 전 주석을 만났고 그결과 그 94년 제네바에서 제네바 합의가 나왔습니다”

핵문제를 일단락 지은 미-북 양국은 본격적인 관계 개선을 시도했습니다. 2000년 10월 북한은 제2인자인 조명록 차수를 백악관에 보냈습니다. 이어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김정일 정상회담은 미국내 정치 사정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후 미-북 관계는 부시행정부 1기에 들어 급속히 냉각됐습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차관보를 평양에 보냈습니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어기고 고농축 우라늄을 개발하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우리는 핵무기보다 더한 것도 가지게 돼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이 발언을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북한 2차 핵위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전봉근 교수:

“부시 1기 행정부는 핵문제에 정책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2002년 10월 방북은 큰 파국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으로 최악이었던 미-북 관계는 이제 한고비를 지나 다소 호전되는 분위기 입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과의 양자 접촉을 통해 지난해 9월 9.19 공동성명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어 올해초에는 구체적인 핵문제 해법을 담은 2.13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북한에게도 득이 될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미국이 맘만 먹으면 북미간에 고위급 접촉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충과 타협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어 낸다는 뜻입니다. 북한 비핵화와 미-북 관계 개선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맡게된 두명의 외교관, 힐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제네바에서 어떤 가능성의 예술을 펼칠지 주목됩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