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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회 이모저모] ‘성 생활’ 젊은이들의 전유물 아니다


지난 2002년도에 한국에서 '죽어도 좋아' 라는 영화가 방영되어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킨 적이 있었죠?

노인의 성을 아주 적나라하게 다룸으로써 그간 노인은 중성이다 라고 생각해 왔던 사회 전반의 인식을 깨부순 영화로 평가받기도 했는데요, 미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노인들의 성생활 실태라든가 성기능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고 있죠.

그런데 미국 시카고 대학의 연구팀은 미국내 3천명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생활에 관한 포괄적인 연구 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이는 미국내 57살에서 87살 사이 노인들의 성생활에 관한 사상 전례없는 광범위한 조사로, 나이가 들수록 성적 욕구가 감퇴한다는 속설을 깨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 연구팀이 이번에 실시한 연구조사 결과는 의학 잡지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자세하게 실렸는데요? 결론적으로 미국인들은 60대에 접어들어서도, 심지어는 70대와 80대에 접어들어서도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를 주관했던 시카고 대학의 린다 웨이트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이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들 노인은 과거 그 어느 때 노인들보다 훨씬 건강하다면서 이번 연구는 노인들의 경험과 노인들이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잘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네요.

이번 연구를 공동 주관한 스테이시 린도 박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노인들 가운데 배우자나 파트너가 있는 대부분은 지난 1년 사이 성생활을 계속해왔습니다. 린도 박사는 앞서 발표된 보다 젊은 세대들의 성생활에 관한 조사 연구 결과와 비교해 볼때 노인들의 성생활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군요.

성적으로 적극적인 노인들 가운데는 한 달에 두 세차례 또는 그 이상의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 흥미로운 결과였고 상대가 있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성생활의 빈도에 있어 다른 연령층의 세대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사 연구에서 볼 수 있는 또다른 변화로는 노인들의 성생활 형태를 들 수가 있는데요? 노인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행위 자체보다는 껴안기나 입맞춤 등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거죠.

이번 조사 연구에서 가장 높은 연령층 가운데 23%가 주 1회 이상 성생활을 한다고 답한 걸 감안한다면 75살에서 85살 사이의 미국 노인 4명 가운데 1명이 주 한차례의 성생활을 즐기고 있는 셈인데요? 여성들의 경우는 남성과는 달리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에 대한 욕구가 차츰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57살에서 64살 까지의 여성들 가운데 62% 라는 많은 수가 지난 해 어떤 형태로든 성적인 활동을 하긴 했지만 75살이 넘은 여성들의 성적 활동은 17%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노인들의 성적 활동이 감소하는 이유를 보면 성적인 욕구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연구진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스스로가 아주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성적으로도 두배 이상 활동적이었으니까요.

또한 이번 연구에서 쉰 살이 넘은 뒤 의사에게 성상담을 받은 비율은 불과 30% 정도로 비교적 저조하게 나타났는데요, 미국 국립 노인연구소의 조지안 패트미오스 씨는 이번 조사 연구팀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노인들의 성생활에 관한 이같은 연구를 환영하면서 이로 인해 의사들은 노인 환자들에게 어떤 류의 성생활을 즐길 수 있을 지에 관한 지침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군요.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의 성생활이나 연령에 따른 성적 활동의 변화, 노인의 건강과 성생활의 관계 등에 관해서는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 노인들의 성생활에 관한 이같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조사 자료가 처음으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크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를 공동 주관한 스테이시 린도 박사에 따르면 조사 연구 결과는 의사들로 하여금 때로는 당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는 환자들의 성적 건강 문제를 다루는데도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의사들은 환자의 성생활 여부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을 하고 필요할 경우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도 있다는거죠.

노인이 성에 대한 관심을 보이거나 정력을 과시하면 흔히 주책이라는 힐난을 받기도 하는데요, 이번 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노인들의 성생활도 자연스러운 것인 만큼 이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바뀌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미국 노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였지만 세계 어느 나라의 노인들도 다 같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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