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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미국 극장가 장악한 ‘못된 녀석들’


지난 한주간 미국 영화계의 소식과 화제들을 알아보는 영화 이야기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근삼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문: 자, 이번 주 미국 영화계에는 어떤 이야기 거리들이 있나요?

답: 네, 오늘은 오랜만에 주말흥행순위를 좀 살펴볼까 합니다. 미국에서는 매주말 흥행성적에 따라서 순위를 매기는데요, ‘박스오피스’라고 부른다는 말씀은 지난 번에 드렸죠? 그런데 지난주말에는 전문가와 관객의 예상을 깨고 ‘수퍼배드(Superbad)’라는 저예산 영화가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해서 이번주 미국 영화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 영화 제목부터 재밌네요. ‘배드’가 ‘나쁘다’는 뜻이니까, ‘수퍼배드’는 ‘아주 나쁘다’는 뜻인가요?

답: 그렇게 해석할 수 있겠죠? ‘수퍼배드’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남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 십대 사춘기때는 반항심도 많고, 또 엉뚱한 생각으로 사고도 종종치죠? 이 영화도 고등학생들이 부모님이나 선생님 몰래 술도 마시고 여자도 사귀어 보려다가 벌어지는 황당한 사고들을 다룬 코미디 영화입니다.

사실 십대들의 이런 호기심을 다룬 영화들은 매년 여러 편이 개봉되고 있습니다. 몇해 전 개봉해서 많은 인기를 끈 ‘아메리칸 파이’라는 영화도 그런 영화 중 하나구요. 그런데 ‘수퍼배드’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바로 흥행 1위에 올랐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영화를 만드는데 든 제작비도 2천만 달러 정도로 다른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적은 편이구요, 또 유명한 배우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10대에 대해서 다루면서도 10대는 볼 수 없는 R등급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하자, 과연 이유가 뭔지 영화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죠.

문: 2천만 달러라면 그래도 적은돈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답: 물론 그렇죠. 하지만 미국 영화산업을 상징하는 ‘할리우드’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저예산 영화에 속합니다. 할리우드에서는 1억달러 이상을 들인 영화들도 만들어지고 있구요, 또 일부 최고 스타급 배우들의 출연료도 2천만달러를 넘습니다. 그러니까 ‘수퍼배드’의 제작비는 이런 배우들의 출연료에도 못미치는 금액이죠.

하지만 지난주말 사흘간 벌어들인 돈이 3천1백만달러였습니다. 벌써 제작비의 1.5배에 달하는 흥행수입을 기록한 셈인데요, 이런추세라면 성공한 영화로 평가받는 1억 달러 흥행수입은 쉽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미국 영화는 인기 배우가 출연했느냐가 흥행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까? 그래서 ‘스타 시스템’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수퍼배드’는 유명한 배우 한 명 없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데, 이유가 뭔가요?

답: 여러가지 분석이 가능할 텐데요, 영화 전문가들은 감독 저드 애퍼토우의 힘과 또 전통적인 홍보방법을 성실하게 활용한 점을 흥행 성공 비결로 꼽습니다.

저드 애퍼토우 감독은 지난해에 ‘마흔살까지 못해본 남자(40 Year-Old Virgin)’, 올해 초에는 ‘임신(Knocked Up)’이라는 코미디 영화로 역시 1억 달러 이상의 흥행 기록을 올렸는데요, 두 영화 다 관객들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와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죠. 이런 전례가 있기 때문에, 유명한 배우는 출연하지 않지만 관객들이 애퍼토우 감독을 믿고 극장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한가지는 홍보의 성공인데요. ‘수퍼배드’는 관객들을 웃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영화들보다는 훨씬 일찍부터 또 여러 차례 개봉전 시사회를 했습니다. 예상대로 시사회 반응도 좋았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좋은 입소문이 많이 났구요, 또 이런 입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많이 퍼졌습니다. 평단의 평도 좋았구요. 그래서 예상을 깨고 많은 관객들이 개봉 첫 주에 영화를 보기위해서 극장을 찾았죠.

문: 역시 좋은 영화, 또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영화는 내용이나 종류에 상관없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답: 그렇습니다. 아무리 재밌는 상황이라도 현실과 너무 동떨어지고, 또 공감이 가지 않는 내용이면 웃음이 오래가지 못하죠.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좀 부끄럽기는 해도 ‘나도 저런 적이 있었는데’ 하는 공감이 간다면 기억에 남는 장면, 또 기억에 남는 영화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면에서 저드 애퍼토우 감독의 힘이 자연스럽게 팬을 형성하고, ‘수퍼배드’의 흥행 성공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흥행 비결을 꼽는다면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는 점인데요. 여름에는 학교가 방학을 하고, 휴가철도 몰려있죠. 그래서 미국 영화계에서도 한 해 중 흥행이 가장 잘되는 ‘대박 시즌’입니다. 그러다보니까 많은 예산을 들인 대작 영화들이 집중적으로 개봉됩니다. 그런데 스타 배우나 화려한 시각효과를 앞세운 이런 영화 사이에서, ‘수퍼배드’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인간적인 코미디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문: ‘돈을 벌려면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라’는 말이 있는데, 영화계에서도 그런 말이 통하는군요. 김근삼 기자 오늘도 영화계 소식 감사합니다.

답: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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