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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수해로 식량 부족현상 심화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식량 사정은 이번 수해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이번 수해로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를 중심으로 전체 경작지의 11%가 물에 잠겨 곡물 수확이 20만~30만t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북한에 어느 정도의 식량 지원이 필요할지 서지현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문: 서지현 기자.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번 수해 이전에도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여러 차례 보도했었는데요. 이번 수해로 북한의 식량난은 어느 정도 악화될까요?

답: 세계식량계획, WFP 가 지난 7월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긴급 국제회의까지 개최했을 정도로 북한의 식량 사정은 수해 이전에도 상당히 악화된 상황이었습니다.

한국의 대북 구호단체들과 관련 전문가들은 수해 피해까지 입게 된 북한의 현 상황을 '엎친 데 덮친 격', 설상가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식량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해로 인해 그나마 있는 먹거리들도 제대로 공급이 안 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이석 북한 담당 연구원의 말입니다.

지금 수해가 심각하게 났다는 것은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수확하기 직전에 작물들이 씻겨 내려간 사태가 생겼다는 건데 더욱 어려운 거죠. 1년 내내 북한 식량가격을 보면 수확 직후 가격이 떨어지는데 9월 중순에서 말, 그 정도 되는데 그 한 달 전에 수해가 생겨서, 보통 그 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많이들 기대하는데 이번에 국제 지원이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지기는 커녕 더 오를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최취약 계층의 경우 어떻게 이번 겨울을 날 지 굉장히 걱정이...

지난 4, 5월 춘궁기에 어려움을 겪고, 6월과 7월을 겨우 버텨오다가 가을 추수분에 기대를 걸고 있던 상황에서 수해로 또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는 분석입니다.

문: 그렇다면 현재 북한에 어느 정도 식량이 더 필요한 것인가요?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습니까?

답: 북한의 식량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도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 힘듭니다. 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 관련 전문가들이나 단체마다 모두 제각각인 '추정치'만 발표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북한에 최소한으로 필요한 전체 식량은 인구 수와 필요 열량을 곱해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주민 1인당 하루 1600 kcal 의 열량을 공급한다고 가정하고, 최소한의 사료용, 가공용 곡물, 종자, 수확 후 손실 등을 감안한 최소 소요 식량은 520~530만 t 으로 추정됩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하루 권장 열량은 2130 kcal 이지만 기아를 면하는75% 수준으로 계산한 최소한의 필요량입니다.

문: 그럼 현재 북한의 보유 식량은 어느 정도 됩니까. 필요 식량 분량에서 보유 식량을 제외하면 부족한 정도가 산출될 것 같은데요.

답: 현재 북한에 있는 식량은 북한 자체 생산량과 중국 등 외국과의 무역으로 유입된 식량, 국제사회의 지원분과 한국에서 차관 형식으로 유입된 식량 이렇게 네 가지 수치를 더해 산출될 수 있습니다.

국제 기구는 북한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은 감자를 포함해 연간 4백30만~4백50만t 내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필요 분량에서 생산 분량을 제외한 나머지 분량, 즉 연간 80~90만 t의 곡물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데요.

한국 코트라의 '2006년도 북한의 대외무역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에 유입된 식량은 중국으로부터 7만9천t, 태국 2천 t, 국제 기구 지원분 1만9천 t 등 모두 10만 t 입니다.

올들어 7월31일까지 북한에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해 지원된 식량은 스위스 낙농제품과 독일, 호주, 터키 등으로부터 6백35만7천7백50달러 상당, 1만2천 t 정도입니다. 이를 합쳐도 11만2천t입니다.

문: 또 한국 정부의 지원량도 상당하지 않습니까?

답: 한국 정부는 올해 북한에 제공키로 한 쌀 40만t을 지난 6월 말부터 북송 중인데요. 한국 정부가 별도로 세계식량계획을 통한 지원 의사를 밝힌 2천만 달러 상당의 식량 역시 이달 말 수송이 예정돼 있습니다. 옥수수 1만2천 t, 콩 1만2천 t, 밀가루 2천 t 등 모두 3만t 정도 분량입니다.

그럼 국제기구와 한국 지원분, 무역량까지 모두 합해 7월 말 기준으로 북한에 외부로부터 유입된 량은 55만 여t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외부 지원 필요 분량은 80만~90만 t 인데 들어오는 분량은 50만 t 을 약간 넘는 정도이니 30만 ~40만 t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모두 북한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식량이 4백30만~4백50만 t 이라고 추정했을 때 대입되는 것인데요. 현재 비축분량이 부족했던 데다 이번 수해로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 분명해 부족분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농촌연구원 권태진 선임연구원의 분석입니다.

권태진: “3백80만에서 4백만t 정도 작년 가을에 생산했을테니까 이럭저럭 빼고 나면 비축량이 2백만t까지 안될 것 같고, 6월 말 수확한 게 있으니까 1백50만t 내외 아니겠는가 보고 있는데 그 정도 같으면 금년 가을 수확할 때까지 버티기가 어렵겠죠.”

한편,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북한의 수해 이전 부족 식량을 50만 t 정도로 추산했으며, 이번 수해로 주요 곡창지대인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를 중심으로 전체 경작지의 11%가 물에 잠겼다고 분석했습니다. FAO는 북한은 연 평균 벼 2백40만t, 옥수수 1백83만t을 수확해 왔다며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는 전체 벼, 옥수수 생산량의 절반 가량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이번 수해로 인해 북한 곡물 수확의 20만~30만t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문: 식량 생산량이 줄어들면 북한 내 특히 취약계층의 식량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의 법륜 스님은 북한의 전체 인구를 2천만명으로 볼 때 평양 거주 1백만명과 군인 등 보안 관련 종사자 2백60만명, 군수공장과 국영기업체 종사자 80만에서 1백만명을 제외한 나머지 6백만명을 취약계층으로 추정하며, 이들 가운데 4백만명 정도가 극심한 식량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식량이 부족해지면 우선 공급 대상자에 대한 공급량은 변화가 없지만 쌀을 사먹어야 하는 나머지 대상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문: 그 취약계층에서는 쌀 가격에 특히 더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북한의 최근 쌀 값 동향은 어떤가요.

답: 말씀하신대로 북한의 쌀 가격 동향은 실제 북한 식량 사정을 짐작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해마다 여름 직후면 수해로 쌀 값이 올라 큰 곤란을 겪었다고 합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탈북자: “뉴스 보면서 그 정도면 사람들이 아마 배급을 더 받지 못하고 올해도 식량 고난을 겪을 것 같네요. 여름에 쌀 값이 많이 오르고 가을 10월 한달만 조금 내렸다가 그 다음부터 조금 오르고 그렇게 합니다. 식량이 모자라고 하니까 농촌에 농민들도 자체가 배급을 주지 못하니까 아마 식량이 값이 더 올라가는 것 같아요.”

이번 수해 직후에도 쌀 값이 kg 당 2천 원까지 올랐다가 1천5백원 대로 조금 낮춰지긴 했지만, 여전히 올 봄의 8백원에서 1천원 대에 비해 150% 급상승한 상황입니다. '좋은 벗들'의 노옥재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노옥재: “쌀 값은 지금 많이 오른 상태구요. 수해 막바지에 어느 곳에서는 2천원 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약간 안정세로 1천5백원, 1천6백원 정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추수 전에 가장 많이 오르긴 했는데 작년의 경우 수해 직후 추수가 있는데 교통망, 통신망 조차 두절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식량 값 자체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문: 이렇게 쌀 가격마저 상향세를 계속 띄면 그나마 쌀을 사 먹을 여력이 있었던 이들마저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요.

답: 네. 쌀 값 동향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수해가 식량난 악화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데요. 수해와 식량난으로 인한 이중고의 심각성은 북한당국의 빠른 대처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노옥재: “다행히 이번의 경우에는 북한당국에서 상당히 피해 사실에 대해 빨리 공표하고, 지원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에 식량난으로 곤란을 겪는 주민 뿐 아니라 수해 피해 주민을 위해서도 빨리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같은 경우에는 수해 피해가 제대로 공표 안된 상태에서 한국에서 식량 등 수해 복구 물자가 지원됐었습니다. (올해는) 다른 어떤 때보다도 수해와 식량난으로 인한 피해가 동시적으로 나타났고, 그로 인해 수해 지원이 한국 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식량 지원 계획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보이지만, 식량 부족분은 여전히 지원량에 비해 턱 없이 모자란 만큼 국제 기구와 구호단체 전문가들은 매우 조속한 대규모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이번 수해로 더욱 어려워진 북한의 식량 사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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