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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십자사 ‘북한 수해 2백여명 사망’


북한의 큰 물 피해로 14일 현재 2백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국제적십자사가 밝혔습니다. 또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은 16일 8만8천여 가구 3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북한 정부가 많은 원조를 받기 위해 피해 상황을 과장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제적십자사(IFRC)는 오늘(16일) 지난 7일부터 내린 북한 내 무더기비로 14일 현재 2백14명이 사망하고 80명이 실종됐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앞서 수백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했다고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인명피해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제적십자사 평양사무소의 테리에 뤼스홀름 대리대표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북한 내 농경지 10만 헥타아르가 물에 잠겨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하고, 그러나 오늘(16일) 날씨가 많아 대동강의 수위가 크게 낮아지는 등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늘(16일) 이번 무더기비(집중호우) 로 인한 이재민이 8만8천여 가구, 30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주요 피해지역으로 평양시와 황해남북도, 평안남북도, 강원도, 함경남도 등을 언급하며 북한 전체 논밭의 11% 이상이 매몰, 유실, 침수되고 철길과 공장, 광산, 여러 다리가 붕괴되거나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혹심하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정부와 언론은 그러나 정확한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이틀 간 북한 피해지역 가운데 1개 군을 방문한 유엔 합동피해조사단이 1차 조사결과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큰 물 피해 현장을 방문한 결과 식품과 의약품, 보호시설 등의 지원이 시급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를 주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도 이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방콕에 있는 WFP 아시아 사무국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오늘(1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합동피해조사단이 황해북도 수안군을 방문해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보고했다며 내일(17일) WFP를 중심으로 한 다른 2개 조사팀이 평양을 방문해 2개 도에 대한 긴급 식량지원 계획에 관해 북한 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1백만t의 식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번 큰 물 피해로 식량 확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WFP가 앞서 한달 동안 50만명의 이재민에게 긴급 비상식량을 제공하는 방안을 북한 정부에 제의했지만 아직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리슬리 대변인은 북한 정부와 계속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유엔의 전반적인 구호계획은 다음주쯤에야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이틀 동안 피해지역 가운데 평양 남동쪽에 있는 황해북도 수안군을 방문했던 WFP의 마이클 던포드 국가 담당 국장대행이 영국 BBC 방송에 현지상황을 구체적으로 올려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던포드 국장대행은 강원도의 피해가 가장 심각한 가운데 많은 농경지가 물이 잠긴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며, 장기적 차원의 식량 확보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던포드 국장대행은 상황이 매우 심각하며 일부 지역은 벼 이삭이 나오는 중요한 출수기에 농작물이 완전히 물에 잠겨 벼농사 일부의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북한의 피해 보고가 과장일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전문가로부터 제기되고 있습니다.

AFP 통신은 한국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남성욱 교수의 말을 인용해 북한 정부가 원조 확보를 위해 피해상황을 일부 과장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의 권태진 선임연구원 역시 북한 농경지의 11%가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과장일 수 있다며, 국제적십자사가 밝힌 10만 헥타아르의 피해가 훨씬 현실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10만 헥타아르는 북한 내 전체 경작지의 5%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권태진 선임연구원은 특히 WFP 가 지적한 46만t의 곡식 수확량 감소 가능성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권태진 선임 연구원: “WFP가 얘기하는 대로 40만t 이상이라면 북한 전체 연간 곡식 수확량의 10% 가 넘구요. 실제로 봄에 수확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4백 몇 십만톤을 생산하는 데, 보통 가을에 생산하는 곡식이 4백만톤이 채 안되거든요. 그 중에서 가을 생산량의 10 % 피해가 난다! 이 정도로 추정하는 건데, 한번 홍수 피해로 전체 수확량의 10% 가 없어진다! 이 정도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한편 WFP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북한 측이 피해를 과장했을 가능성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응답을 할 수 없다며, 정확한 상황은 다음주쯤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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