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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간부 착취 못이겨 떠돌아’


중국 내 탈북자들의 인권상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최근에는 러시아 송출 북한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이탈해 정처없이 떠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시간에는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이 이처럼 작업장을 이탈하는 이유와 그 실태 등에 관해 한국의 비정부기구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광백 연구위원의 견해를 전해드립니다. 대담에 서울의 VOA 박세경 기자입니다.

문)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송출은 언제 시작이 되었습니까?

답) 북한 노동자들의 소련 또는 러시아 송출은 1950년대부터 시작됩니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이 공업화를 추진하고 소련과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약 2만 5천명의 노동자들이 연해주로 건너 갔습니다. 그 뒤 1960년대에는 북한의 수형자들이 소련에 건너가 강제노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1960년 김일성 주석과 소련의 브레즈네프 서기장의 회담이 있었는데요 회담 직후 약 1만5천명에서 2만명의 북한 교화소 수형자들이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강제노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최근에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러시아의 북한노동자들은 1990년대 건너간 이른바 송출노동자들입니다.

1993년 북한과 러시아 연해주가 ‘무역 경제협력 의정서’를 체결한 이후에 북한당국은 매년 일정수의 노동자를 연해주에 송출하고 있는 거죠 연해주에 송출된 북한노동자의 규모는 2003년까지 약 2천명 규모였는데요 그 이후에 큰 폭으로 늘려서 2005년에는 3천3백명 2006년에는 5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0년대 이후 송출노동은 북한이 연해주부터 에너지를 수입하면서부터 발생하는 채무상환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 이들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에서의 생활 실태는 어떻습니까?

답) 90년대는 주로 벌목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많았습니다만 최근에는 건축업이나 농업 수산업 등 그 분야가 훨씬 넓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연해주 주택건설 현장 주변에서 집단으로 숙식하며 하루 12시간 이상 많게는 16시간에서 17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월급은 러시아의 경우 2백~3백 달러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가운데 북한 정부에 납부하는 돈으로 보험료, 숙식비 또 간부들에게 바치는 상납금들을 제외하고 나면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50 달러가 채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또 러시아에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송출노동자들에게 일자리가 미리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서는 현지 북한 간부들에게 1백 달러 정도의 뇌물을 추가로 바쳐야 한다고 합니다.

또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할 때 러시아 화폐로 받은 임금을 북한 돈으로 바꾸게 되는데 이때 또 북한노동자들이 터무니없는 환율을 적용 받으면서 이중 삼중으로 북한당국으로부터 돈을 빼앗기고 있다고 봐야 되겠습니다.

문) 지금 북한 노동자들이 지정된 작업장을 탈출해서 러시아 각지를 떠돌고 있다는데 사실로 확인이 된 거죠?

답) 그렇습니다. 최근 북한당국이 관리하는 러시아의 현지 작업소를 이탈하는 송출노동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보도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탈자의 정확한 규모는 사실 조사된 바는 없습니다 다만 일부 이탈노동자들이 인터뷰 과정에서 증언한 바에 따르면 대략 2천여명 정도가 작업장을 이탈해 러시아 곳곳을 떠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북한 노동자들이 이처럼 작업장을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답) 노동자들이 말하는 이유는 하나같이 국가에 바치는 돈과 간부들에게 상납하는 뇌물 이런 것들이 아주 많아 작업장을 이탈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송출 노동자의 경우에는 미화 2백~3백 달러를 받고 있지만 국가에 바치는 돈과 보험료 숙식비 또 간부들에게 추가로 상납하는 돈 등을 제외하면 노동자들이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임금은 20~25%인 50 달러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이탈해서라도 좀더 많은 돈을 받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간부들에게 바쳐야 하는 상납금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문) 하지만 이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이탈했다고 해도 애로사항은 계속 남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답) 물론 그렇습니다. 우선 송출노동자들이 러시아에 도착하는 즉시 현지 북한 보위부원들은 노동자의 여권과 비자를 압수해 버립니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작업소를 이탈하는 순간 불법체류자의 처지로 전락하고 마는 거죠, 불법체류자가 되면 검거와 송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생활하게 됩니다.

아니면 안정적인 직장을 얻지 못하거나 또는 직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턱없이 적은 임금을 받거나 아니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거나 하는 다양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일부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큰 돈을 들여 여권과 비자를 다시 구하는 그런 일이 있다고 합니다.

문) 이탈노동자들에 대한 러시아나 북한당국의 규제 또한 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아마 1960년대까지 강제노역을 했던 노동자들의 경우는 러시아도 그렇고 북한당국도 철저히 규제하고 또 이탈노동자가 생길 경우 신속히 검거해 북한에 송출하는 일이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90년대까지도 대부분의 이탈노동자들이 검거될 경우에는 북한으로 대부분 빠르게 송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최근에는 러시아와 북한당국의 태도가 다소 달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당국은 이탈노동자들이 북한이 러시아에 진 외채를 갚기 위해 왔다는 사실, 이런 것 때문에 단속에 소극적이라는 것이구요 북한 보위부요원들도 몇 년 전부터 이탈자들의 주거지를 알아도 약 5백 루불, 한국 돈으로 2만원 정도의 뇌물을 주면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합니다.

이탈노동자들이 북한에서 새로 들어오는 인력의 부업이나 또 작업소 이탈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주선해 주기도 하고 또 이탈노동자들이 북한에 송금하는 액수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북한당국에서도 이들을 한편에서는 눈감아주고 또 이들을 단속하기에는 너무 규모가 크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강력한 단속은 좀 어려운 것이 아닌가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모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약 2만~3만명에 달하는 해외 인력송출을 통해서 매년 4천~6천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수출에서 인력송출을 통한 외화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하고 또 해외송출을 자원하는 북한주민도 많아서 해외송출 노동자들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그에 따라서 작업소를 이탈하는 노동자들의 규모도 크게 늘어 날 것으로 보입니다만 북한당국으로서는 당분간 이들을 과거와 같이 강력하게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나 판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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