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내 한국인 피랍사태 26일째인 13일, 인질들을 억류하고 있는 아프간의 무장단체 탈레반은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같은 석방 소식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앞서 탈레반 측은 한국시각 오늘 오후 8시30분까지 몸이 아픈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탈레반이 13일 한국시간 오후 9시40분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을 석방해 적신월사에 인도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적신월사'는 이슬람권의 적십자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적십자사는 포로나 민간인 보호,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등의 사업을 수행하는 국제 규모의 비정부기구입니다.
한국 정부는 곧 여성 인질 2명의 석방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FP 통신은 이 날 풀려난 여성 인질 가운데 1명이 AFP 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자신의 건강상태가 '괜찮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AP 통신도 여성 인질 2명이 눈물을 흘리며 가즈니주 남쪽 안다르 지구에서 적신월사의 차량으로 인계됐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13일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이 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의 적신월사에 인계될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은 지난 10일 피랍 사건 발생 23일만에 첫 대면협상을 벌인 이후 이 날까지 모두 세 차례 아프가니스탄 가즈니주의 가즈니 시티에 있는 적신월사 건물에서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탈레반은 공개 석상에 6년만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탈레반 측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물라 나스룰라와 물라 바시르는 이 날 기자회견에서 협상이 매우 잘 진행되고 있다며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 동료를 석방한다면 인질들도 오늘, 내일 중 풀려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의 'AP 통신' 등이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탈레반은 이후 석방 발표를 두 차례 번복하거나 연기했으며, 이 과정에서 아프가니스탄 협상단장 등이 탈레반 측이 제시한 인질 석방 장소에서 기다리다 헛걸음을 하는 등 혼선을 거듭했습니다. 이는 피랍자 처리 문제에 대한 탈레반 세력 내 내부갈등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유력신문 '더 타임스' 인터넷판은 이 날 한국인을 납치한 탈레반 세력은 3명의 지도자 그룹으로 나눠져 있다며, 내부에서 돈을 원하는 세력과 포로석방을 원하는 세력으로 갈려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더 타임스'는 아프가니스탄과 미군 연합군이 인질 구출을 위해 군사작전을 준비했으나 한국 정부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가즈니주 카라바그 지역의 고속도로 치안담당자와 현지 정보기관의 고위 관계자 등은 가즈니주 주지사가 군사작전을 감행하려 했으나 한국 정부가 반대 입장을 밝혀 이뤄지지 않았으며, 한국 정부는 탈레반 지도자들의 가족을 체포하려던 계획에도 반대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