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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카르자이 ‘탈레반에 양보 없다’


7일로 아프가니스탄 내 한국인 피랍사태 20일째를 맞은 가운데,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6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국인 인질 억류 사태와 관련해 탈레반에 양보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두 정상은 또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을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앞서 탈레반은 정상회담에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에 대해 두 정상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위협한 바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한국인 인질 억류 사태와 관련해 탈레반 측에 어떤 양보도 있을 수 없다고 확인했습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 날 미국 메릴랜드주의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열린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간 정상회담 뒤 "양국 정상은 인질 석방 협상에 있어, 인질들을 위해 탈레반 측에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무장단체 탈레반은 냉혹한 살인마일 뿐이며, 무고한 사람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등 비겁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인질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은 잔혹한 냉혈 살인마일 뿐이라며, 자유의 가치를 믿지 않는 탈레반 같은 이들에 계속 맞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또 탈레반은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고 민간인들을 방어장벽으로 사용하는 등 어둠의 비전을 가진 세력이라고 거듭 비난했습니다.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역시 탈레반은 비겁한 행동만 하는 짜증스런 단체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막고, 성직자와 교사, 기술자, 국제 구호단체 요원 등 무고한 사람들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나 아프가니스탄의 제도에는 그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은 무찌를 수 있는 단체, 짜증스런 단체일 뿐이라며 아프간 정부에 그 어떤 위협도 가하지 못하는 세력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두 대통령의 이같은 강한 어조의 비난은 양국 정상이 탈레반이 요구하는 인질 맞교환에 대해 강한 거부입장을 직접 공개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앞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해 탈레반과 협상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인 인질들이 안전하게 풀려나오도록 하기 위해 인질 납치와 테러를 부추기지 않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청와대의 천호선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이 피랍사태와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정상회담 자체에서 좋은 해법이 나올 수 있는 표현 등을 기대하는 일부 보도에 대해 대개 정상회담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이 날 인질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 것은 카르자이와 부시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아마디 대변인은 아프간 현지 언론인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이번 회담에서 인질과 탈레반 수감자 교환에 대한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습니다.

이와 함께 탈레반은 지난 4일 한국인 여성 인질들과 외국 언론사들과의 전화통화를 잇따라 주선해 몇 차례 육성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인 여성 인질 가운데 임현주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모두 아프다" "죽고 싶지 않다" "살려달라" "집에 가고 싶다"며 절박한 목소리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교황 등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또 'AFP 통신' 등에도 같은 호소를 하는 울먹이는 여성 인질의 목소리가 공개됐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한국 정부 관계자도 여성 인질 한 명과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탈레반 측은 현재 미국과 아프간 정상회담은 물론 한국 정부와의 대면접촉을 앞두고 여성 인질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통해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한국 각계에서는 인질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한 '촛불 집회'와 성명 발표 등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의 5당 원내대표단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국회 차원의 인질석방 촉구 결의안을 채택하고 범국민적 석방운동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랍자 가족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직접 동영상을 제작해 미국의 이른바 UCC 동영상 인터넷 웹사이트인 '유투브'에 개재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내의 한인단체들도 이 날 오후 미국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탈레반 측과 계속 대면접촉 장소를 협의 중이며, 이슬람권에서 영향력이 있는 비정부기구 중재 하의 대면접촉을 탈레반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국의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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