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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탈레반과 직접 대면협상 임박


한국 정부가 16일째 한국인 인질을 억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과 조만간 직접 대면협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2일 아프간 인질사태 이후 처음으로 탈레반 측에 여러 가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무부는 또 잠재적인 군사행동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와 탈레반 측과의 직접 대면협상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내 가즈니주의 미라주딘 파탄 주지사는 2일 '로이터 통신'에 강성주 아프가니스탄 주재 대사 등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이 날 가즈니 주에 도착했다며, 이들은 탈레반 측과 직접 대면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도 탈레반 측의 책임자가 강성주 대사와 이 날 처음으로 직접 통화를 했다고 'DPA 통신'을 통해 밝혔습니다. 'AP통신'도 와히둘라 무자디디 아프간 정부 협상단장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와 아프간 관리들이 탈레반과의 대면협상을 위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무자디디 협상단장은 이후 아프간 정부 측에 불만을 표시하며 단장 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퇴의 자세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 날 처음으로 탈레반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언급했습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중남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오는 5일 열릴 예정인 부시 미국 대통령과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에 대한 사전 브리핑에서, 테러분자들에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잠재적인 군사행동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바우처 차관보는 미국은 인질의 무사한 석방을 위해 탈레반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압력을 가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잠재적인 군사 압력'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앞서 1일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사태해결 노력을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면서도 '테러분자와의 협상은 없다'는 미국의 정책을 분명히 확인한 바 있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부시 대통령과 카르자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관련, 한국인 인질사태가 거론될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지만 두 지도자의 관심사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며, 특히 부시 대통령은 인질의 안전한 석방에 관심을 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사회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한국 정부의 다자외교도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ARF 회의에 참석 중인 존 네그로폰테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만나 미국 측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송 장관은 이어 파키스탄 외무장관을 비롯해 관련국들과 잇따라 양자회담을 갖고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실장도 3일까지 파키스탄에서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지원을 호소할 예정입니다.

ARF 소속 26개국은 이 날 총회에서 한국인 인질 억류 사태와 관련해 별도의 성명을 채택하고, 탈레반이 인질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의장국인 필리핀의 로베르토 로물로 외무장관은 억류된 한국인들이 하루 빨리 석방되길 바란다며, 피랍자 가족과 한국인들에게 위로를 전했습니다.

한국 내 각계에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입장 선회를 계속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 방미단은 2일 오후 니콜라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을 만난 데 이어 미국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협조를 구할 예정이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앞으로 각각 긴밀한 협력을 당부하는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역할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태는 미국에 책임이 있다는 일부의 주장을 경계했습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미국 등 관련국에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특정 국가가 아프간 정부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로이터 통신' 등은 이 날 현지의 몇몇 의사들이 인질들을 치료하기 위해 가즈니주를 방문하고 있다며, 아직 탈레반 측의 허락은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습니다. 'AP 통신'도 아프간 현지 의사 6명이 3일부터 인질들에 대한 치료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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